2 / 11 (화) 사랑은 싸우는 것
저녁스케치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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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 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 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 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 것을

안도현 시인의 <사랑은 싸우는 것>

아껴주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 데,
왜 자꾸 싸우냐고요.
사랑하니까 싸우는 거예요.
마음을 더 알고 싶어서,
더 깊이 사랑하고 싶어서.
그 사랑, 마음에 새기기 위해
내 인생, 내 사람들과
오늘도 부지런히 싸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