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9 (수) 마른 가지에 희망이 열렸다
저녁스케치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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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거릴 걸어본다.
얼어붙은 보도블록 사이에
볼품없이 말라비틀어진 풀이
모로 누워 게슴츠레 눈을 흘긴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도로 건너 만두 파는 포장마차가
어서 건너오라 손짓을 한다.
그 순간 횅하게 지나가는 고급
배기관에서 쏟아내는 오물이 나를 덮친다.
제기랄 무슨 날벼락이 다 있을까?
툭툭 먼지 털어 내듯 위에서 아래로
손바닥이 장단을 맞춰 춤을 춘다.
숙인 머릴 들다가 문득 하늘을 본다.
아니 하늘을 가로지르는 마른 가지를 본다.
그 가지에 희망이 주렁주렁 열렸다.
무심코 희망을 슬그머니 하나 따서
싸늘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것을 손바닥 안으로 만지작거리며
잽싸게 웃음 지으며 집으로 달렸다.

강해산 시인의 <마른 가지에 희망이 열렸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다정한 말 한마디
따라 웃게 되는 아이의 해맑은 미소
이른 봄 메마른 가지에서 돋아나는 새순에서
우린 종종 살아갈 힘을 얻곤 하지요.

그러니 그대,
고개 들어 삶에 스미는 밝은 빛을 봐요.
희망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