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 사이에 주인공의 흉내를 내고 있다
눈짓 몸짓 말도 따라 하고
같은 옷에 눈길이 가면서
어색한 착각 속으로
슬그머니 끼어들기를 시도하면서
싱긋한 뒤통수 긁적이다가
얄궂은 미소 허공에 날려 보내고
잔망스러웠던 마음 되돌려 놓는다
불의를 무찌르는 정의로운 사람
달콤한 사랑에 빠져들게 하는 연인
절체절명의 순간에 홀연히 나타나 빛을 발하는 히어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
사람들을 행복으로 안내하는 인도자
덕망 높은 선생님
따뜻한 마음의 천사
따라잡을 함수 찾을 수 없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날들이
연속되는 긴장에서
바로 쓰러질 듯하다가도
기적처럼 일어나서
또 하루를 살아가는
신비로운 날들을 이어가고 있음에 놀라
미약한 시작이 창대해질 날을 바라보며
오늘도 괜찮은 착각으로
매무새를 고쳐 잡는다.
정대수 시인의 <착각도 괜찮다>
우린 매일 세상이란 무대 위에 서는
인생이란 모노드라마의 주인공.
오늘 하루 어떤 주인공이 될지,
대본도, 연출도 오롯이 내 몫이죠.
그러니 눈치 볼 필요 없어요.
언제나 당당하게,
생각한 대로, 하고픈 대로,
마음껏 꿈을 펼쳐 보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