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3 (토) 살다가 보니
저녁스케치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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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근 반 세 근 반
너를 바라보던 심장의 무게
그 무게를 놓친 시간이
어찌나 어리석었는지
살다가 보니 알겠어요

은행나무 아래
온 세상이 너였던 날들
노란빛에 젖어 떨어져도
머물 걸 그랬어요
살다가 보니 알겠어요

빈 들판의 허수아비
참새의 비웃음 속에서도
비어 있던 날들이
사실은 따뜻했더군요
살다가 보니 알겠어요

가을볕에 흔들리던 들국화
꽃잎이 흩어져
흙이 되는 일도
애달프지 않다는 걸
살다가 보니 알겠어요

살다가 보니
보이는 것 너머에
비로소 삶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겠어요

이옥란 시인의 <살다가 보니>

한 사람을 알아가는 데도 평생이 부족한데,
복잡다단한 인생은 더 알기 힘들 테지요.

더구나 출구 없는 미로 같은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는걸요.
그러니 좀 더 느긋하게, 멀리 바라보기로 해요.

그랬구나... 조금씩 이해되는 일들이 늘어나면
애타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