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을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정희성 시인의 <길>
사람이 미울 땐
다신 안 보겠다는 다짐보다 무심한 게 낫고,
삶이 무거울 땐
덜어 내기보단 그 무게에 무뎌져야 해요.
언제쯤 나아질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엔 다 지나갈 일들이니까.
힘들 땐 맞서 싸우지 말고 무뎌져요.
무뎌져야 견뎌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