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여섯이나되 이름을 다부르기도 한참걸리던 시절.
그중에도 눈치빠르고 귀여운 셋째의 <나중에 줘-잉> 이야기
없던 시절 우리의 추억속에 묻어있는 끈끈한 이야기.
[제목] : 나중에 줘~
번 호 1792 글쓴이 이영숙 날 짜 2004-03-11 오후 6:12:37
조 회 41 추 천 1 첨 부
자식들이 많다 보니 급하게 누구를 찾아서
이름을 부를 때면 첫째부터 여섯째까지 주루룩 다 부릅니다.
그 시간도 한참 걸립니다.
눈치 빠른 세째는 얼른 내 턱 밑으로 달려와서
"엄마, 나 부르는 거지?"
하고 내 처분만 기다립니다.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 같지만
귀염을 부리는 아이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세째의 태몽은 물이 철철 나오는 좋은 꿈이라서 그런지
제 복을 타고 났습니다.
그 아이를 낳고 나서는 형편이 많이 좋아져서
내 마음도 편했고,
고생이 덜 되어 행복했던 시기입니다.
어느 해에 남편이 외국에 출장을 다녀 와서
트란제스타 라듸오를 사 갖고 왔는데,
아이들이 만지면 고장이 날까 봐
장농 위에다가 올려 놓았습니다.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세째가 내 옆에 가만히 와서 속삭입니다.
"엄마, 나중에 줘~"
"그래? 나중에 줄께."
건성으로 나중에 준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세째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나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리더니 다시 내게로 와서
"엄마 나중에 줘~."
그제서야 세째를 쳐다보니
장농 위를 조그만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고개를 예쁘게 까딱이며
"나중에 줘~"
나는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라디오>가 발음이 안 되어 나중에로 들렸던 것입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라듸오를 만지게 해 줬습니다.
형과 누나가 싸우고 있으면 책상 밑에 가만히 숨어 있고,
눈치껏 조용히 놀고 한번도 내 속을 썩인 적이 없었습니다.
큰 소리 내어 나에게 야단 맞은 적이 없었습니다.
자기가 크면 공대를 가서 엄마 집을 지어 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공대를 가지 않고
심리 공부를 하더니
지금은 집 대신 엄마에게 약손을 해 줍니다.
세째야, 네 품에서 돌아 가신 아버지가
천당에서 사랑하는 너를 지켜 보고 계실 것이다.
지금은 시절을 잘 못 만나 힘이 들겠지만
부디 앞날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길 줄 믿는다.
사랑한다, 그리고 고맙다.
너에게 행운이 있기를 엄마는 기도 드린다.
세째 아들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신청합니다.
Don't Worry Be Happy - Bobby Mcfer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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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월15일(월) <추억스케치>코너
비회원
200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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