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作 - 사람들]


내가 죽어 억울하게 죽어
이 땅을 섭섭하게 떠난 뒤에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내가 죽어, 나뭇잎 하나도 보지 못할 때
사람들은 서로를 얼굴 맞대고
깊은 말도 뜨겁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죽어, 그 뼛가루가 바람에 섞여 흐를 때
사랑하는 이웃들이 모여 앉아서
죽어서도 못하는 좋은 말들을
살아서 밤늦도록 할 수 있을까
내가 죽어, 억울하게 죽어
이 땅을 그리워하는 슬픈 영혼으로
어딘가에 엎드려 흐느껴 울 때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 있어
살아 있는 사람들도 모여 앉아서
죽어간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깊은 말을 뜨겁게 할 수 있을까

- 양성우 '내가 죽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