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목)] 주제음악 "Book"
200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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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빛남의 무게만으로

하늘의 구멍을 막고 있던 별들, 그날 밤

하늘의 누수는 시작되었다 하늘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이었던가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하늘은 울컥울컥 쏟아져서

우리의 잠자리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그 깊은 우물 속에서 전갈의 붉은 심장이

깜박깜박 울던 초여름밤 우리는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바닷가 어느 집터에서, 지붕도 바닥도 없이

블록 몇 장이 바람을 막아 주던 차가운 모래

위에서 킬킬거리며, 담요를 밀고 당기며 잠이 들었다

모래와 하늘, 그토록 확실한 바닥과 천장이

우리의 잠을 에워싸다니, 나는 하늘이 달아날까 봐

몇 번이나 선잠이 깨어 그 거대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날 밤 파도와 함께 밤하늘을

다 읽어 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그날 밤 하늘의 한 페이지를 훔쳤다는 걸,

그 한 페이지를 어느 책갈피에 끼워 넣었는지를

- 나희덕 ‘일곱살 때의 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