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있는음악] Warm
200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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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손은 따뜻하다.

천지에 흰 눈이 덮이던 날, 책 보따리를 허리에 두르고 꽁꽁 얼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동구 밖까지 나와서 기다리다가 눈투성이 코흘리개의 손을 잡아주던 누나의 손은 따뜻했었다.

공부를 한다고 호롱불 밑에서 코밑이 까맣게 그을려 졸고 있으면 사탕이며 과자 몇 개를 살며시 쥐어주던 누나의 손은 따뜻했었다.

감나무 위에서 까치가 울던 누나가 시집 가던 날 아침, 잠꾸러기의 머리맡에 종이돈 몇 장을 손수건에 싸서 놓아두고 이불을 여며 주던 누나의 손은 따뜻했었다.

이제는 장성한 딸을 시집 보내는 누나의 장년,

"먼데서 뭐할라꼬 왔노?" 화들짝 놀라며 가방을 받아드는, 어느새 어머니를 빼닮은 누나의 손은 아직도 따뜻하다.

- 유자효 '누나의 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