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금) - 느낌 세곡! "Broken"
200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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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게서는

언제부턴가 종소리가 난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소리 앞에

무릎 꿇고 한데 모으는 헌 손들

배고픈 영혼들을 위한 한끼의 양식이오니

고개 숙이고 낮은 데로 임하소서

하늘이 지상의 빈 터에다 간판을 내걸었다.

무료 급식소,

무성한 생명력의 소리 받아먹으려고

고적함을 견디며 서 있는 길고 긴 행렬

깃털처럼 야윈 몸들을 데리고

될 수 있는 한 웅크린다.

아무것도 움직여본 적 없고

스스로를 쳐서 소리 낸 적 없는 몸짓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동치는

해에게서는

수세기의 깨진 종소리가 난다.


- 노향림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