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목 - 느낌 세곡! "City"
200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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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이발소 미장원 양복점
도장포 지물포 문방구 철물점
한식 일식 고급 양식에 중화요리점
없는 게 없습니다 우리 동네엔
하루 종일 유리창 하나 가득 웃음을 파는
사내의 얼굴이 무성영화 시대의 활동사진 같은
사진관 앞을 지나 약국을 지나
헐었다 지었다 헐었다 지었다
집짓기 놀이하는 교회당을 지나
내가 사는 골목 바람 속에 들어서면
헐어빠진 구멍가게
시금치 몇 다발 알사탕 몇 개
시들시들 꿈을 앓던 그 모퉁이
흙과 해가 놀던 자리
오늘은 덩그렇게 빌딩이 서고
빌딩 창구마다 H은행 개업축하
꽃다발로 밀리더니
어느 날 최신형 슈퍼마켓이
총천연색으로 들어앉았습니다
나의 손목시계는 '여기서 언제나 저녁 여섯시'
멎어버린 시계 속엔 황금빛 해바라기
일각대문집
치렁치렁 우물물 푸는 소리
퐁퐁 들립니다 맨드라미밭에
- 홍윤숙 '우리 동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