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8/27(금) "박경리, 최인훈도 못간 예술원... 그들만의 20억잔치"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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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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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한판승부> FM 98.1 (18:25~20: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소설가 이기호


◇ 박재홍> 원로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한민국 예술원, 요즘 이곳이 시끄럽습니다. 안 그래도 한 소설가가 국민청원과 단편소설을 통해 이 단체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면서 전면 개혁을 촉구하고 있죠. 또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예술원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예술원 문제를 수면 위에 오르게 한 이기호 소설가를 모셔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작가님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 이기호> 반갑습니다.

◇ 박재홍> 올라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광주에서 오셨죠?

◆ 이기호> 광주에서 왔는데요. KTX 타고 와서 수원보다 더 가깝습니다.

◇ 박재홍> 수월하게 오셨다?

◆ 이기호> 네.

◇ 박재홍> 다행입니다. 진중권 작가와 우리 김성회 소장과 인사 나누십시오.

◆ 진중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이기호> 감사합니다.

◇ 박재홍> 어떤 분이 나오셔서 글 잘 읽고 있다고 하는 건 처음이세요, 지금.(웃음)

◆ 진중권> 작품은 읽지 못하고요. 예술원 그런 시사적인 것이라든지.

◇ 박재홍> 그래도 엄청난 겁니다. 우리 작가님이 한 인터뷰에서 부장급 소설가다 본인을 말씀하셨어요. 어떤 의미일까요?

◆ 이기호> 제가 올해 등단한 지 한 22년 차가 됐으니까 회사에서 치면 어떤지 회사를 안 다녀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후배 작가들이 한 10년 정도 넘으면 자기들이 과장급이라고 얘기를 해요. 이게 작가들이 한 번도 정규직 같은 것들을 못 해 봐서 한이 맺혀서 자꾸 그런 직급들을 붙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냥 22년차니까 부장급쯤 되겠다 하고.

◆ 김성회> 약간 임원으로 가셔야 되는.

◆ 이기호> 임원으로 가려면 외국에서 좀 상도 좀 받고 그래야 되는데.(웃음)

◆ 김성회> 상 말씀하셨으니까 상도 많이 받으셨고 최근이었나요. 작년쯤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상문학상 같은 경우는 거부도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 이기호> 그것도 사실은 이상문학상 대상은 아니었고요. 그 밑에 한 5명 정도 주는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전화로 해서 그걸 수상을 하겠냐, 수상을 하려면 저작권을 저희한테 양도를 해야 된다 그래서 잠도 깨우고 그래서 화도 나서 잠 깨우자마자 저작권 양도를 하라고 그래서 싫다고 그랬습니다.(웃음)

◇ 박재홍> 핵심은 잠을 깨운 것 때문에.(웃음)

◆ 진중권> 오후에 전화를 받았으면.

◆ 이기호> 오후에 받았으면 조금 더 달랐을 수도 있는데요.

◆ 김성회> 저는 오늘 있는 이야기들이랑 이어지면서 어떤 사회적인 의미와 이런 것을 좀 담아서 말씀을 하실 줄 알았는데.(웃음)

◇ 박재홍> 갑자기 이유가 단순해서. 심지어 대상도 아니고.

◆ 이기호> 그래서 나중에 그렇게 포기하고 나서 보니까 후배 작가들도 같이 좀 거부한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들한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잠을 깨운 건 빼놓고 저도 어떤 커다란 의미를 가진 것처럼 같이 그 친구들을 도와서 같이 얘기하고 그랬습니다.(웃음)

◆ 김성회> 저희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작권을 보통 다 포기하라고 다른 상들도 요구를 합니까?

◆ 이기호>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는 않은데 이상문학상이 오랫동안 운영돼 왔고 또 그 이상문학상 작품집으로 1년에 한 30만 권 정도 팔린 적이 있었어요.

◇ 박재홍> 모아놔서 팔리잖아요.

◆ 이기호> 그렇죠. 그렇죠. 꽤 많이 출판사에 상업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책이었기 때문에 아마 그런 맥락하고 좀 연관이 지어져서 자꾸 저작권을 출판사에게 넘기라, 한 3년 동안은. 그런 조항을 달았던 거죠. 그런데 다른 상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 진중권> 그런데 출판사에서 책을 내면 보통 저자한테는 10% 인세는 기본인데.

◆ 이기호> 상금을 주고 나서 저작권을 주고 자기 책에도 그 작품은 쓸 수 없다, 이렇게 저작권을 막아놓은 거죠.

◇ 박재홍> 상금을 얼마나 주길래 저작권을 포기하라고 하는 겁니까?

◆ 이기호> 그러니까 대상은 그때는 지금은 좀 올랐는데요. 그때는 3500만 원 정도 줬고요. 저같이 우수상들은 300만 원 정도 줬던 것으로 압니다.

◇ 박재홍> 차이가 엄청나군요?

◆ 이기호> 그래서 저는 손쉽게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웃음)

◇ 박재홍> 엄청난 차이인데요, 진짜로.

◆ 이기호> 그러니까 그게 크죠. 어쨌든 이상문학상은 대상 수상자가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이기도 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다음에는 꼭 대상으로.

◆ 이기호> 아닙니다, 저는 이제 못 받습니다. 거부를 했기 때문에.

◇ 박재홍> 그랬군요. 그래요. 오늘 특별히 모신 이유는 대한민국 예술원 얘기를 해 보려고 저희가 모셨습니다. 우리 작가님 굉장히 재미있으셔서 작품 얘기 깊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대한민국 예술원 문제를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리시고 단편소설을 통해서 문제제기를 하셨어요. 문예지에 보고서 형식의 단편소설까지 쓰셨는데 왜 이런 형식까지 빌리셨을까요?

◆ 이기호> 이게 사정이 긴데요. 올해 초부터 SNS상에 제 후배 작가들이 국가지원 제도 같은 거에 많이 응모했다가 많이 떨어지는 거예요, 너무 많이. 제 생각은 코로나 정국이었기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제도 같은 것들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많이 떨어지기에 제가 우리나라 문학 관련 예산을 좀 찾아봤어요. 그런데 청년예술인 지원사업 같은 경우가 2020년에 반으로 줄었어요. 20억이었다가 10억으로 줄었고. 그랬는데 반대로 제가 존재를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 예술원이라는 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데 32억이 책정이 되어 있더라고요.

◇ 박재홍> 32억?

◆ 이기호> 그런데 그게 그 전년도에 비해서 1억 2000 정도 늘어난 금액이었습니다. 도대체 저도 작가 생활 22년이었는데 대한민국 예술원이 뭘 하는 단체였는지 잘 몰랐어요.

◆ 김성회> 아예 존재 자체를.

◆ 이기호> 몰랐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은 그냥 원로 예술인 선생님들의 친목 단체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사업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이게 도대체 뭔데 이렇게 돈을 많이 쓰지라고 해서 찾아보다 보니까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특수예우기관이라는 명칭 아래 회원 1인당 월 180만 원을 평생 지급하고 그 180만 원 외에 창작지원금 등 기타 여러 가지 지원제도들이 거기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문제들은 좀 심각하다. 그래서 사실은 맨 처음에는 칼럼으로 쓸까 하다가 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것 같고 좀 깊이 있게 다뤄야 될 것 같아서 단편소설 분량 정도로 필요할 것 같아서 소설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기자로 치면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니라 탐사보도를 하신 거네요, 그러니까.

◆ 이기호> 그런데 조금 다른 게 소설가들이 소설로 쓸 때는 약간 그 작가 자신의 자기 반영성 같은 것들이 들어가는데 이런 예술원 제도 자체를 제가 몰랐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있는 선생님들이 다 저하고 또 친분도 있는 분들이 많으세요, 소설 쪽 선생님들은.

◇ 박재홍> 청취자들이 아실만한 분들이 누가 있을까요?

◆ 이기호> 이렇게 개별적으로 말씀드리면. 하여튼 뭐 나름대로.

◇ 박재홍> 그러니까 베스트셀러 작가님들도 계시고.

◆ 이기호> 네. 훌륭하신 분들도 꽤 많습니다.

◇ 박재홍> 교과서에 나오신 분도 있고.

◆ 이기호> 대부분 다 교과서에 나오시는 분들이시고요. 그런데 저와 같은 사람들도 어쩌면 이러한 제도, 잘못된 제도에 편승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들을 좀 하게 돼서 그래서 소설로 쓰게 된 겁니다.

◆ 김성회> 제가 이제 해당 상임위에서 국회에서 보좌관 생활을 해서.

◇ 박재홍> 문체위.

◆ 김성회> 저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 예술원이라는 걸 알게 되고 저는 경악까지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는데 놀라기는 놀랐어요. 숫자도 적고 그리고 100명을 다 채우지도 않더라고요. 100명이 정원인데 다 채워져 있지는 않고 선발과정에서의 폐쇄성도 놀라웠는데.

그런데 그걸 보니까 우리나라에 무형문화재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무형문화재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전통예술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그 기술을 개발 시연을 하고 기술을 가르치고 그걸 배우는 사람이 또 전수자가 되고 이수자가 전수자가 되고 이러면서 무형문화재로 기술을 연마해서 전달하는 과정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분들도 대략 한 이런 정도 비슷한 액수를 평생 받으시고 있는데 그런데 예술원은 제가 보면서 놀랐던 게 딱히 뭔가를 전달하거나 전수하는 과정은 없고 그냥 한번 멤버십이 되면 쭉 가시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 박재홍> 이미 또 교수님 등 직업이 있는 분들인데 이런 지원을 받아서 문제다 이런 부분도 지적되고 있는 거잖아요?

◆ 진중권> 그리고 거기에 오르실 분들이라면 다 사실 상업적으로도 성공하신 분들이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또 연세도 드셨는데 또 180만 원씩 그거 받아서 뭐하겠나 싶은데.

◆ 이기호> 그러니까 저희 문인들에게는 암묵적인 룰 같은 것 중에 하나가 저같이 대학 교수를 하든 혹은 직업을 가진 따로 밥벌이가 있는 작가들은 국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입니다. 왜냐하면 그래야지 전업 작가들에게 그 파이가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라는 생각들 때문에 저 또한 한 번도 내본 적이 없고 제 동료 선생 노릇을 하고 있는 문인들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저희는 좀 깜짝 놀란 거죠.

여기 예술원에 특히 이제 음악 분과 같은 경우는 성악, 피아노, 작곡 이런 선생님들이신데 단 한 분도 빠짐없이 교수 출신이세요. 다 그것도 다 우리나라 스카이 대학들 출신들이신데 보면 생활이 이렇게 곤궁하거나 어려워서 원로 예술인들을 도와드려야 된다는 차원도 아니에요. 그런데 가뜩이나 적은 문화예술 예산을 이쪽에 이렇게 많이 쏟아 붓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분배 정의에 맞는 일인가 이런 것들이 문제 제기가 된 거죠.

◆ 김성회> 그런데 그런 문제 제기를 하시면 다 문학계는 특히나 다 아시는 사이라고 하는데 선배들이 뭐라고 안 하십니까?

◆ 이기호> 그래서 한 22년차 작가가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약간 짬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진중권> 짬이 좀 되지.

◆ 이기호> 저는 이제 책을 내거나 혹은 문학에서 그렇게 할 때 선생님들 좀 눈치를 안 볼 수 있는 그런 나이가 됐고요. 또 제 또래들이 이런 것들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 줘야지 저보다 위에 선배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 여태까지 나왔던 말들이 다 쟤네들 예술원 회원이 못 돼서 시기, 질투해서 이런 것이다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은 어떤 문인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요. 그리고 또 어쨌든 대학 교수 일을 하다 보니까 그분들의 어떤 거쳤던 일들을 좀 비슷하게 거친 사람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제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나서게 된 거죠.

◇ 박재홍> 굉장히 용감한 발언을 하신 것 같습니다.

◆ 이기호> 그렇지는 않습니다. 용감하지는 않고요. 겁도 많은데요. 일단 소설 마감도 닥치고 그래서 마감 때문에 빨리 쓴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소설을 쓰다 보니까 이게 단순히 소설로만 멈춰서는 안 될 것 같고 뭔가 그 뒤에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느낌이 좀 왔습니다, 소설 쓸 때.

◇ 박재홍> 제가 청취자 여러분들께 설명을 드리기 위해서 대한민국 예술원. 그러니까 문체부 산하 기관인데 공적이 큰 예술가들을 예우하고 창작을 지원하는 그런 단체입니다. 액면으로 보면 이게 왜 문제냐 이렇게 말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신입 회원 조건이 경력이 30년 이상, 예술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사람. 이런 분들 좀 예우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질문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기호> 거기에서 추상적인 표현이 공적이 현저한 사람이라는 표현인데요. 사실 이 예술원이 뿌리가 깊습니다. 우리나라 예술원이 1954년에 처음 개설되었는데요. 그것들을 개설하게 된 게 52년에 발표된 문화보호법에 의해서.

◇ 박재홍> 1952년?

◆ 이기호> 네. 52년에 왜 이런 문화보호법. 전쟁 와중에 무슨 갑자기 문화보호법을 만들었을까 정말 예술인들을 굉장히 전쟁 중에도 아꼈구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거보다도 당시 상황을 보면 이제 문학 쪽에서 쓸 만한 사람들은 다 북으로 넘어갔고 남한에는 쭉쟁이만 남았구나라는 그 표현들도 있었거든요. 그런 것처럼 이것이 일종의 반공 문예 조직들을 국가의 법적 장치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는 지금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전국문화예술총연합회라는 그때 반공 우익조직이 있었어요. 줄여서 문총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을 뭔가 법적으로 끌어들여서 그분들로 하여금 반공 우익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단체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이것이 계속 지금과 같은 어떤 회원의 선출, 자격, 우대, 대우 이런 것들을 만든 게 전두환 정권 들어와서 신문화보호법이라는 것들이 82년도에 제정이 되었는데요. 그때 거의 완성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그때의 조직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죠.

◆ 김성회> 예술원 처음 만들어졌을 때 52년, 54년 당시의 선언문에 보면 대한민국의 헌법에 의해서 보장된 예술의 자유를 우호 발전시키는 것으로 정의를 했거든요. 딱 헌법에서 대한민국의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창작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거니까 지금 말씀하신 대로 딱 우익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인데 그게 그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저희는 들리는데요.

◆ 이기호> 그렇죠. 그리고 아까 처음에 말씀하셨던 공적이 현저하다라는 표현이 거기에서 아마 기인한 어떤 반공 우익 이데올로기에서 기인한 것도 있고요. 그렇게 추상적인 어떤 문구를 넣음으로써 회원, 신입회원을 뽑을 때 굉장히 자의적이고 굉장히 폐쇄적인 절차를 거칠 수 있는 어떤 근거가 되고 있는 거죠.

◇ 박재홍> 그렇군요. 해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해외의 경우도 이렇게 작가들 지원하거나 예술창작 지원 많이 있지 않습니까?

◆ 이기호> 진중권 선생님 계셔서 독일 사례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이게 좀 웃긴 게 예술원에서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 예술원에서 해외 사례들을 한번 조사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는 도대체 예술원들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그래서 그 자료 조사한 것들을 인터넷에 공개해 놨는데요. 프랑스, 미국, 독일 같은 경우는 이렇게 월 180만 원씩 수당을 주면서 지원하지 않고요. 오히려 미국 같은 경우는 회원들이 기부를 하거나.

◇ 박재홍> 명예를 주고.

◆ 이기호> 그렇죠. 회비를 걷거나 그렇게 해서 그러면 거기서 뭐 하냐. 신인 작가들을 말하자면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들.

◆ 진중권> 그래서 저도 독일 예를 좀 찾아봤거든요. 왜냐하면 우리 동네에서 근처에 있었어요, 아카데미 데어 퀸스테라고 그래서. 그런데 거기 가면 항상 무슨 문화행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그런 행사 자체가 성격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서 하는 것은 500명의 회원이 있지만 이 사람들을 예우하는 건 아니고 정말 명예고 그것들도 각 분야별로 선출을 해서 올라가는 그런 구조고.

그다음에 장학금과 상이 그렇게 많아요. 젊은 작가들을 위한. 대부분의 활동이 창작지원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예컨대 새로운 미디어 아트를 지원한다라든지 그래서 굉장히 활동이 활발한데 저는 예술원 그러면 무슨 활동을 하는지 모르겠거든요. 그러니까 그분들 앉아서 180만 원 받는 것 외에는 다른 활동이 생각이 안 나요.

◆ 이기호> 32억 중에 제가 알기로는 근 20억 정도가 180만 원 수당이 나가는 거고 나머지 10억 중에 한 4억은 대한민국 예술원상이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학, 미술, 음악 이렇게 분과별로 4개 분과에 거쳐서 1억씩 상금을 만들어서 주는데.

◇ 박재홍> 상금이 1억이에요?

◆ 이기호> 그 상도 그냥 어떤 심사절차나 이런 거보다도 회원들이 맨 처음에는 그것을 예술 회원들이 그냥 돌아가면서 받았어요.

◇ 박재홍> 본인들이?

◆ 이기호> 본인들이 받다가 그거에 대한 지적사항이 나와서 불과 몇 년 전부터는 외부 사람들한테 주는데 그 외 부분들도 선생님들께서 알아서 뽑으셔서 선생님들 동년배들을 주로 많이 주셨고 그러니까 독일 사례 같은 경우는 지금 말씀해 주셨는데 독일은 저도 조사를 해 보니까 거기는 예술원 회원이라고 해서 꼭 자국민들만 회원의 입회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고 외국인들에게까지도 그 예술원 회원의 자격을 열어두었어요. 그러니까 예술이라는 것은 그렇게 좀 잡탕이 되고 뭔가 새로운 것들을 좀 계속 계속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우리는 이게 한번 굳어지면 끝까지 간다. 이런 제도의 모순이 되고 있는 거죠.

◇ 박재홍> 올림픽 메달 딴 것처럼 연금 막 주는 그런 느낌 같은데, 이게.

◆ 진중권> 나랏돈 갖다가 자기들 쌈짓돈 잔치하고 자기들끼리 이렇게.

◆ 이기호> 그러니까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연금 상한액이 100만 원입니다.

◇ 박재홍> 그렇죠. 그거보다 더...

◆ 이기호> 더 높은 거죠.

◇ 박재홍> 더 높은 거네요. 문화 예술적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면 저는 그 정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운영상에 제대로 잘 운영하는 게 문제일 텐데. 독일 사례 말씀하셨는데 미국이나 프랑스도 그런 곳이 있습니까?

◆ 이기호> 비슷하게 있고요. 독일 사례와 비슷하게 미국이나 프랑스도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상 같은 것들을 많이 만들어서.

◇ 박재홍> 예술원에서.

◆ 이기호> 1년에 50개 정도의 상 같은 것들을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면서 제정하고 만들어주고 그러면 젊은 예술가들도 원로 선생님들이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줬구나라는 그런 뭐랄까요. 좀 뜻 깊은 모습들이 이어질 텐데 우리는 그런 게 없고요. 예술원 선생님들이 항상 말씀하신 게 일본 예술원은 그렇지 않다. 일본 예술원도 우리와 같이 연금이 나오고.

◇ 박재홍> 일본?

◆ 이기호> 네. 회원 숫자도 비슷하고 분과도 우리랑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사실 좀 창피한 게 우리나라 52년, 54년에 예술원을 만들었던 분들이 다 제국대학 유학파 출신들이셨어요. 그러니까 일본 예술원이 처음 만들어진 게 1907년도고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게 1930년도인데 그때 예를 들어 입헌군주제고 일왕이 굉장히 권력을 행사하던 시기였고 신분제가 완강하게 작동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일본 예술원은 일종의 신분제 성격을 띠었죠.

◇ 박재홍> 신분제.

◆ 이기호> 제도였거든요. 그걸 그대로 따온 거예요, 우리나라도. 그런데 지금 일본도 이 예술원 문제 때문에 조금 난리가 났습니다. 올해 제가 소설을 쓸 때 저도 좀 궁금해서 일본 사례를 찾아보니까 일본도 이렇게 우리처럼 회원 선출할 때 이렇게 폐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개선하자라고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얘기를 해서 개선 작업이 지금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이 논란에 대해서 예술원 회장인 이근배 시인도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합리적인 문제 제기라면 환영하지만 예술원이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몰아가는 건 곤란하다. 이런 입장을 밝혔는데 작가님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 이기호> 오늘 신문에서는 예술원 비판의 동기가 의심스럽다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항상 동기가 의심스럽다 이런 게 옛날에.

◇ 박재홍> 의도가 뭐야 이런 거죠.

◆ 이기호> 이런 것들로 안기부가 이렇게 얘기할 때도 많았잖아요. 그런데 동기 없고요. 좀 창피해서 그랬던 거고요. 그리고 비리의 온상이라고 얘기한 것은 아니었고 항상 이 추문과 예술원 회원을, 신입 회원을 뽑을 때 둘러싼 추문과 또 불필요한 오해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이 쌓여왔습니다.

◇ 박재홍> 전체 회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서 회원이 된 거잖아요. 어떤 추문이 있었습니까?

◆ 이기호> 이런 거죠. 과연 저분이 예술원 회원으로서.

◇ 박재홍> 자격이 있을까?

◆ 이기호> 정말 공적이 현저한가 이런 것들에 대한 의문 같은 것들을 통해서 예술원 회원이 되기 위해서 어떤 친교를 쌓았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돌았던 거예요. 그런데 이게 어떤 사인을 주냐면 한 나라의 문화예술 방향의 정책성 같은 것들을 조금 오판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큽니다. 그래서 이렇게 폐쇄적인 회원 선출 구조들은 좀 바뀌어져야 하고요. 그러니까 3분의 2 이상 찬성이 안 되면 안 된다라는 것은 들여다보면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 된다는 거하고 비슷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말하면 좀 우스운데 문학 쪽에서 전업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셨던 분들 있잖아요. 말하자면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님도 예술원 회원이 아니셨고 최인훈 선생님도 아니셨고. 박경리 선생님은 이런 일화가 있었어요. 한번 예술원 회원 하시자고 찾아왔었나 봐요. 그랬더니...

◇ 박재홍> 그쪽에서?

◆ 이기호> 그딴 곳 안 간다라고 거절을 하셨다라고 하셨고.

◇ 박재홍> 그딴 곳 안 간다?

◆ 이기호> 최인훈 선생이나 지금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던 이문열 선생, 조정래 선생 이런 분들 다 예술원 회원이 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분들 하고의 친교가 중요한 겁니다.

◇ 박재홍> 예술원 회원들과의 친교.

◆ 이기호> 친교가 중요하니까 아마 이분들은 계속 안 되실 거고요, 지금 말했던.

◆ 김성회> 보면 시나 미술 분야 이런 데는 1990년에 예술원 회원이 되셔서 30년 넘게 쭉 회원 활동을 해 오신 분들도.

◆ 이기호> 그러니까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노태우 정권 때 되신 분들도 계시고요.

◇ 박재홍> 그분은 계속 180만 원 받으시는 거군요.

◆ 이기호> 그 이전에는 아마 180만 원이 아니었을 겁니다. 180만 원은 좀 올라간 거고요, 몇 년 전에. 그리고 또 원래는 이런 비판이 있기 전에 인상 노력이 있으셨는데 20만 원 더 올려달라고 인상 노력을 하셨는데 이번에 비판이 좀 많이 나오다 보니까 없어진.

◆ 김성회> 저는 보면서 의아했던 게 분야라는 게 대한민국에서 예술원에 들어갈 자격은 어떤 분야에 있는가 놓고 보면 음악 같은 경우는 성악이 대부분이고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이런 정도가 딱 끝이더라고요. 문학도 마찬가지로 시, 시가 주로 많고.

◇ 박재홍> 소설가, 평론.

◆ 김성회> 평론 이런 정도인데 예를 들면 현저히 최근에 받는 인정받는 예술 분야. 언뜻 생각하면 신중현 선생님 같은 분은 자격은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 전자기타 치시는 분들은 못 들어가고 이런 구조인 것이 원래부터 이제 멤버십 선발하는 데 폐쇄성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 이기호> 그렇죠. 일종의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사진 분야에서는 단 한 명도 예술원 회원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쪽 선생님들이 그걸 뽑아주지를 않아요.

◇ 박재홍> 예술로 안 본다.

◆ 이기호> 그리고 문학 분과 중에서는 아동문학 쪽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권정생 선생이 살아 계셔도 권정생 선생은 예술원 회원이 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폐쇄성, 이런 장르의 협소함 같은 것들도 예술원의 커다란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다원예술 같은 것들도 많고 요즘에 예술의 다양성 같은 것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수용할 수 없는 거죠.

◇ 박재홍> 작가님, 예술원을 어떻게 해야 됩니까? 없애야 됩니까? 개혁해야 됩니까?

◆ 이기호> 폐지하자는 쪽도 의견도 많았는데요. 사실은 저는 그런 입장은 아닙니다. 이런 제도를 하나 만들어서 또 문화예술이 기관이 만들기가 쉬운 것들이 아니니까요. 저는 잘 개선해서 많은 예술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예술원법에 5조, 6조, 7조가 그 회원의 선출과 임기와 대우에 대한 항목입니다. 그 5조, 6조, 7조만 제대로 고칠 수만 있다면 말하자면 대우에서 180만 원 받는 걸 공적 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해당하지 않는다라고만 한 문구만 넣어도 예술원 예산의 10억 정도는 절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학술원도 마찬가지예요. 예술원법하고 학술원법은 시행령이 같이 가거든요. 학술원도 다 서울대 교수 출신들의 어떤 동문 모임 같은 느낌도 들거든요. 그래서 그런 공적 연금 받는 분들의 어떤 양보 혹은 그런 분배 정의만 지켜줄 수만 있다 해도 젊은 예술가들, 신인 예술가들에게 대한 지원이 훨씬 늘어날 수 있다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중권> 이걸 좀 어떻게 합치든지 해야 될 것 같은데. 왜냐하면 독일 같은 경우에는 각 분과에서 뽑아서 올리고 회원이 500명인데 그게 명예직 같은 거고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후진 양성이고 구체적으로 할 일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32억 이 예산은 그냥 그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 용돈 나눠 쓰라고 드리는 이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 김성회> 거기 직원들도 13명 따로 있고요.

◆ 진중권> 13명 있고요. 봉급 줘야 되고. 그런데 제가 충격을 받은 건 뭐냐 하면 보통 이렇게 불경기 때 국가에서 재정을 지원하잖아요. 그러니까 미국에서도 공황기 때 제일 먼저 한 게 예술가들 막 돈 줘서 벽화 그리기 이랬는데 우리는 코로나인데 예산이 깎였어요. 이런 것들은 그러니까 이게 예술원이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우리가 제대로 예산을 책정해서 32억 이거 가지고는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국가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뭐랄까 지원을 좀 화끈하게 하고 대신 기능이 확실하게 되고 원로들은 많이 누리셨으니까 좀 후진들 양성하는 쪽으로 거기서 보람을 느끼시고. 이런 식으로 개혁을 했으면 좋겠어요.

◇ 박재홍> 우리 작가님의 마무리 말씀을 좀 들어야 될 것 같아요. 이 문제 가장 원하시는 결말, 방향 있으시면.

◆ 이기호> 대한민국 예술원은 문체부에서 잘 못 건드립니다. 이게 대한민국 예술원법에 의해서 규정되어 있는 어떤 기관이기 때문에요. 그래서 지금 문체위 소속의 국회의원들을 만나서 지금 문인들이나 예술인들의 뜻이 이러하다라는 것들을 잘 전달 드리고요. 예술원법이 조금 더 합리적이고 어떤 이런 부조리가 모두 없어지는 방향으로 개정되도록 지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열린우리당에서는 어떤 입장이세요?

◆ 김성회> 이달 말까지 문체위원장이 시인 출신의 도종환 위원장이 하고 있는데 이달 말이나 다음 달까지 할 텐데 말씀들을 한번 잘 나눠보셨으면 좋겠어요.

◆ 이기호> 사실은 제가 오늘 오기 전에 국회를 들러서 도종환 의원님을 만나고 또 열린우리당의 김의겸 의원실에도 잠깐 들러서 보좌진과 이런 얘기를 좀 나눴습니다. 그래서 그쪽도 이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있고 그래서 최대한 법 개정에 신속하게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응답을 받고 왔습니다. 그래서 좋은 방향으로 이게 예술원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에 대한 폄훼나 공격을 위해서 저희가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고요. 법 제도의 부조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이었으니까요.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청취자도 많이 공감하고 계십니다. 한* 님은 잘 몰랐던 주제인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고 진솔한 발언 응원한다는 메시지도 주셨습니다.

◆ 이기호> 감사합니다.

◇ 박재홍> 대한민국 예술원 개혁, 또 문제를 짚고 계신 소설가 이기호 선생님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기호> 감사합니다.

◇ 박재홍> 감사합니다.

◆ 진중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