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7/23(금) 정유정 "신작 , 좌표찍는 세상 향해 던졌다"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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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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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한판승부> FM 98.1 (18:25~20: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
■ 대담 : 정유정 소설가



◇ 박재홍> 오늘 한판 클라스에서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소설가를 모셨습니다. 최근 내신 소설 역시 두 달째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스릴러의 여왕으로 불리지만 본인은 이야기꾼으로 불리고 싶다라는 소설가이십니다. 완전한 행복의 저자이시죠. 다정한 그녀 정유정 작가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유정>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반갑습니다.

◆ 정유정> 초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박재홍> 너무 뵙고 싶었습니다.

◆ 정유정> 고맙습니다.

◇ 박재홍> 작가님이 진중권 작가님 팬이시라면서요.

◆ 정유정> 그거 숨기려고 했는데 벌써 소문 났어요?

◆ 진중권> 저는 눈에 딱 띄는 게 두 달째 베스트셀러 1위인 거. 한 번도 해 보지 못했고 이번에 최근 한 번 했는데 우리도 두 달은 못 갔거든요. 3주인가? 3주까지는 가고. 부럽습니다.

◆ 김성회> 서점에 가보니까 1등만 하시는 게 아니라 예전에 내셨던 종의 기원, 28 이런 소설도 같이 베스트셀러로 끌어올려져 있더라고요. 어마어마한 기세인 것 같습니다.

◆ 정유정> 부끄럽네요.

◇ 박재홍> 이번에 내신 책이 이 책입니다. 그렇죠? 완전한 행복. 제가 작가님 나오는 유튜브 다 챙겨봤는데 다정한 그녀라고 작가님이 소개하신 내용이 있어서 제가 넣어봤습니다. 마음에 드셨습니까?

◆ 정유정> 네, 마음에 들어요. 저 굉장히 무서운 사람인 줄 알더라고요.

◇ 박재홍> 이제 두 달째 베스트셀러 1위가 됐는데 책 제목처럼 정말 완전 행복하시겠습니다. 어떠세요?

◆ 정유정> 그게 행복이라는 게 순간적인 감정이지 그게 이렇게 지속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 박재홍> 그러세요?

◆ 정유정> 제가 행복했던 것은 저 책 막 나왔을 때 예판할 때 독자들이 하루 만에 이게 예판이 다 이제 완료가 됐어요. 그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저 많이 기다려주셨구나 싶어서요.

◆ 김성회> 그게 5000권에 사인하신 그 책들입니까?

◆ 정유정> 손가락 부러지는 줄 알았어요.

◆ 김성회> 사흘 동안 호텔에 갇혀서 하셨다는. 그게 한 번에 나갔으면 뿌듯하셨겠네요.

◆ 정유정> 그래서 기분이 그때 행복했고요.

◆ 김성회> 그리고 가끔가끔 이렇게 인쇄료가 입금될 때마다 행복하지 않습니까? 통장의 잔고를 보면서.

◇ 박재홍> 죄송한데 굉장히 물질적인 얘기라서요.

◆ 김성회> 저만 그렇군요.

◆ 진중권> 저도 그래요. 두 달째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행복해질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래요. 2019년에 발표하신 게 진이, 지니였고 2년 만에 발표하신 게 완전한 행복입니다. 그런데 안 보신 독자를 위해서 완전한 행복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면?

◆ 정유정> 완전한 행복에 이르는 방법으로 불행을 제거하는 방식. 그러니까 뺄셈의 방식을 택한 나르시스트의 이야기예요. 그래서 이게 주인공의 시점이 나오지 않습니다. 종의 기원같은 경우는 바로 사이코패스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한 소설이거든요.

그런데 그거하고 반대로이거는 주인공의 시점이 나오지 않고 이제 이 여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걸로 인해서 불행해지고 삶이 파괴된 주변 사람들, 남편, 아이 그리고 이제 언니 그 사람들 시점이 이렇게 교차되면서 서술되는 소설이에요.

◇ 박재홍> 저도 이제 봤는데 방금 말씀하신 대로 지유, 딸 이름 얘기해도 되죠?

◆ 정유정> 괜찮습니다.

◇ 박재홍> 지유, 유나, 차은호의 시선 그리고 아까 이모의 시선에서 한 장면을 다양한 사람 시선으로 묘사한 장면을 보니까 이게 정말 대단하시다. 이게 독자들이 손을 뗄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제 분석이 맞는 겁니까?

◆ 정유정> 아무래도 그 어쨌든 스릴러의 핵심은 서스펜스거든요. 각자의 시선이 이렇게 전부 다른 시선이 얽히는 데서 오는 서스펜스가 있거든요. 전부 알고 있는데 탁자 밑에 총이 있는 거 알고 있는데 이게 지금 이 총 언제 꺼내서 누구한테 쏠 것이냐가 문제인 거거든요.

◇ 박재홍> 그렇죠.

◆ 정유정> 서스펜스를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에 되게 좀 중점을 많이 뒀어요.

◆ 김성회> 그 대목에서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다른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는데 나는 미스터리 작가가 아니다, 스릴러 작가다라고 하셔서 저 같은 문학 문외한들은 미스터리, 스릴러 구분을 저만 못하나요? 밖에 계신 분들도 잘 못하실 것 같은데.

◆ 진중권> 하는 척하고 있잖아요.

◇ 박재홍> 진중권 작가 조용히 계시니까. 그거 어떻게 구별하는지 알려주세요.

◆ 김성회> 미스터리랑 스릴러가 뭐가 다른 건지.

◆ 정유정> 스릴러 작가라고 하지는 않았고요. 제 소설은 다 세 권이 스릴러. 그러니까 지금까지 발표된 소설 중에서 스릴러가 4편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범죄소설을 우리가 누아르라고 하잖아요. 하위장르에서 추리소설과 스릴러가 있어요. 추리소설 같은 경우에는 범인 찾기가 목적이죠. 그래서 독자의 지성에 호소를 하죠. 독자와는 머리싸움을 계속해야 돼요. 누가 범인이냐. 그래서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서프라이즈, 말 그대로 반전이에요. 그런데 스릴러는 목적이 생존이에요. 살아남기. 그러니까 범인이 언제, 어디서 밝혀져도 전혀 상관이 없고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이 상황에서 살아남을 것이냐. 살아남았지만 인생이 파괴되는가. 살아 남아서 뭔가 변화를 가져오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독자가 여기에 독자가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게 연결통로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해요.

◇ 박재홍> 무서웠어요. 책 보면서 무서워.

◆ 김성회> 7년의 밤 때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그다음부터 내시는 책마다 저도 보고 있었고.

◆ 정유정> 감사합니다.

◆ 김성회> 종의 기원 같은 경우에 제 인상은 책을 읽는데 누군가 내 머리를 딱 잡아놓고 여기서 3m만 더 눈 감아, 눈 떠 이걸 전부 다 시키고 있는데 정말 그 1m 앞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무 궁금한데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만들어놓는 그런 장치들이 그다음 장을 계속 읽게 만들더라고요.

◇ 박재홍> 김성회 소장님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오신 것 같습니다.

◆ 김성회> 독후감을 말씀드린 겁니다. 이번에 완전한 행복은 제가 아직 보지를 않아서. 그런데 이것이 주인공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 내용들을 다 똑같이 살펴보는 것이 되겠군요.

◆ 정유정> 세 사람 주변인의 시선으로 주인공을 구축하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어떤 문학적 과제 같은 것이었어요. 제가 소설을 새로 이제 쓰게 되면 이전에 썼던 것에서 제가 한 번도 안 해 본 걸 시도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걸 과제로 클리어하느냐, 못하느냐가 저한테는 소설을 쓸 때까지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이제 저 자신은 클리어했다고 생각하지만 또 출간이 됐을 때 독자들이 이건 실패다라고 말하면 굉장히 슬프겠죠. 그래서 이번에 과제가 그거였어요. 주변인의 시선으로 주인공을 구축하는 것이 이번 소설의 저의 가장...

◆ 진중권> 조각에 비유하면 음각 같은 건가요?

◆ 정유정> 그렇죠, 그렇죠.

◆ 진중권> 양각이 아니라 음각으로 해서 윤곽이 드러나게 하는 건데.

◆ 정유정> 맞아요.

◇ 박재홍> 말씀하세요.

◆ 진중권> 저는 캐릭터 있지 않습니까? 굉장히 강한 캐릭터들 또는 굉장히 톡특하다고 하나 아니면 이상하다고 하나 아니면 어떻게 보면 섬뜩하다고 하나 분명히 캐릭터를 선정하실 거 아닙니까? 그 아이디어는 캐릭터 자체는 자신이 창작하는 건가요? 아니면 현실에서 어떤 영감을 받는 건가요?

◆ 정유정> 저는 현실에서 영감받은 적은 별로 없고요. 인간의 내면은 대부분 저는 복잡하다고 생각해요. 온갖 모습이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하다못해 사이코패스의 모습도 저는 제 안에서 가져옵니다.

◆ 진중권> 그러니까 하다 보면...

◇ 박재홍> 굉장히 무서운 얘기하고 있어요.

◆ 진중권> 저도 가끔 가다 그런 거 하거든요. 내가 뭐 유명한 도둑이 돼서 한국은행의 금고를 터는 거야 많이 상상을 하다 보면 자기가 이제 범인의 입장과 동조가 돼서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어디서 묘하게 굉장히 악마적인 인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가 매혹을 느끼거나 그런 취향도 있을 것 같은데.

◆ 정유정> 많아요. 그래서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집에 있는 사람들이 무서워하죠, 저를. 그리고 이제 쓰고 나면 그동안 이걸 악인의 내면으로 가령 들어갔다 그러면 이렇게 쓰는 동안에는 대개 악인이 되어 살기 때문에 누구를 죽인다, 만약에 살해한다 그러면 이게 윤리적이고 도덕적이고 이런 부분들을 떠나서 어떻게 하면 완전하게 할 것이냐를 생각하면서 살기 때문에 어떤 저 자신의 윤리적 세계관을 다 깨야 돼요. 그래서 쓰고 나면 되게 이게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힘들어요.

◆ 진중권> 배우들이 자기가 어떤 캐릭터에 몰입했다가 다시 나와서 굉장히 우울증 겪는 경우까지 있잖아요.

◆ 정유정> 맞아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이게 끝내고 나면 몸을 혹사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28 끝내고 나서는 히말라야 갔다 왔었어요. 안나푸르나 종주했거든요. 18일 동안. 그리고 산티아고도 갔다 왔고. 이번에는 밖에 못 나가서 제주 올레길 갔다 왔어요.

◇ 박재홍> 올레길.

◆ 김성회> 올레길을 돌고 5000개 사인을 하시는 것으로 혹사를.

◆ 정유정> 갔다 오자마자 그랬어요. 그래서 몸이 너덜너덜해졌어요, 진짜.

◇ 박재홍> 그렇군요. 작품 하나 쓰시면 2년, 3년마다 발표를 하시잖아요. 그러니까 또 창작의 고통 이후에도 쉬시고 하셔야 되는군요. 그렇죠?

◆ 정유정> 하고 나서 사실 창작의 고통이라면 조금 약간 낯간지럽고 글을 쓸 때는 괴로울 때도 많기는 하죠. 어떤 때 괴롭냐면 잘 안 풀릴 때요. 잘 안 풀릴 때 대체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 분야에 대해서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안 풀린다고 생각해서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그 분야를 이제 도서관 가서 찾아보고 공부를 좀 하다 보면 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안 풀릴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진짜 또 그럴 때는 방법이 없어요. 그냥 술 먹고 자야 돼요.

◇ 박재홍> 그래서 맥주 반, 소주 반 섞어서 드신다는 거예요?

◆ 정유정> 어떻게 아셨어요.

◇ 박재홍> 바로 몽롱해지신다고.

◆ 정유정> 맞아요.

◇ 박재홍> 아까 사이코패스가 되기 위해서 또 여러 일을 하셨다는 인터뷰를 본 적 있는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신 거예요?

◆ 정유정> 우리 남편이 무서워해서요. 그게 아니라 거기에서 이렇게 몸싸움을 하는 게 있어요. 하는 그런 신이 있는데 칼 가지고 이제 싸우니까요. 그러니까 남편을 세워놓고 제가 해 보는 거죠, 실습을. 그러니까 이제 도망다니죠.

◇ 박재홍> 그렇군요. 작품활동하는 데 그래도 남편께서 많이 내조해 주시나 봅니다. 도움 많이 주시고.

◆ 정유정> 그것도 도움을 많이 주지만 사실은 제가 등단을 하기까지 도움을 제일 많이 줬어요.

◇ 박재홍> 등단하기까지.

◆ 정유정> 고시생 뒷바라지하듯이 뒷바라지해 줬어요.

◇ 박재홍> 마음놓고 써.

◆ 정유정> 애 학교 문제부터 시작해서 하다못해 마트 가서 장봐오는 것까지 다.

◆ 김성회> 시작하실 때 자녀분의 나이가?

◆ 정유정> 아기요? 아기가 초등학생이었어요.

◆ 김성회> 그전에는 직업이 있으셨던 거죠? 간호사로.

◇ 박재홍> 간호사 하셨었고.

◆ 김성회> 심평원에서 일하시고 그러다가 나는 이제 다시 책을 써야겠다고 해서 초등학생 아이를 두고 그냥 글쓰기를 시작하신 거예요? 그러면 어느 공간을 얻어서 하루 종일 노동하듯이 글을 쓰는 시간들이 있었을 거 아닙니까? 그때 남편분하고 자녀분이 굉장히 힘들어했을 것 같은데.

◆ 정유정> 처음에 결혼을 할 때 남편한테 나는 집 사면 내 인생을 살아야 되겠다. 그전에는 제가 약간 소녀가장처럼 살아서 제 인생을 못 살았어요. 그래서 그러라고 그러더라고요. 이제 집을 정말로 샀어요, 결혼하고 6년 만에. 남편이 샀어요. 저는 경제관념이 없어서 돈을 이렇게 제가 다루는 사람이 아니고 남편이 샀는데 사고 나서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진짜 눈동자가 막 흔들리더라고요.

◇ 박재홍> 남편께서 동공지진.

◆ 정유정> 그러더니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본인이 이제 애도 책임지고 아침에 출근할 때 시장 봐올 리스트 가지고 나가서 장봐오고 제가 어디에다 뭘 부쳐라 그러면 우체국 심부름도 본인이 다 하고 그렇게 6년 정도 제 뒷바라지를 했죠.

◆ 김성회> 지금은 굉장히 보람 있어 하시겠는데요. 베스트셀러 작가의 남편으로서도 그렇고.

◆ 정유정> 정신적으로 보람 있는 것 같지는 않고,제가. 제가 이제 인세를 제가 관리를 안 해요. 돈 관리를 제가 못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남편이 해요.

◇ 박재홍> 남편께서 하십니까? 저희도 관리 잘할 수 있는데. 이제 완전한 행복 작품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책에 보면 작가님께서 주인공을 극단적 나르시스트다 이렇게 표현을 하셨습니다. 이번 작품은 이러한 인물을 설정하신 건 우리 사회에 그러한 분들이 많다고 느낀 겁니까?

◆ 정유정> 우리 사회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가 약간 이거 지나친 나르시스트들의 트렌드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내가 중요하고 나의 권리와 어떤 나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지 타인에 대해서 내 책임이라든가 의무라든가 이건 그 밑에 있는 느낌이고요. 그러니까 나 자신을 이렇게 공작이 꼬리 펴듯이 그렇게 펼쳐 보이는 데만 관심이 있지 그리고 나보다 더 뭔가를 이룬 사람들에 대한 어떤 질투가 아닌 증오심 같은 것도 느껴지고.

◇ 박재홍> 끌어내리려고 하고.

◆ 정유정> 일단 뭔가 하나를 잡으면 자비가 없어요. 자비심이 없고 예전에는 라떼라는 말을 하면 꼰대라는데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도 같은데.

◇ 박재홍> 박수도 쳐주고 그랬었는데.

◆ 정유정> 그런데 그렇게 한 방에 무너뜨리는 어떤 이런 것들을 그리고 자기 혼자 하지 않고 깃발 꽂아서 좌표 꽂는 거죠. 그래서 같이 하자 이런 게 느껴지는.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제가 SNS는 하지 않는데 가끔 그런 걸 볼 때는 있잖아요. 제 아들은 하니까 그걸 볼 때도 있는데 보면 그런 것들이 몇 년간 많이 느껴졌었어요. 그런데 이 나르시스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자기 행복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나르시스트의 이야기를 쓴다면 그건 이야기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자기 행복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 진중권> 보통 행복은 적극적으로 추구하잖아요. 그러니까 돈을 벌거나 명예를 추구하거나 사랑을 하거나 이러는데 여기 보면 이제 섬뜩하거든요.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이걸 딱 보면 거기에 방해가 될 만한 사람들은 미리 이제 딱딱 제거해 가는 거잖아요. 이거 좀 섬뜩한데 이런 뭐랄까 완전히 자기중심적이고 그다음에 좀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을 위해서라면 사실은 그냥 넘어가면 될 문제인데 이만한 가능성도 잠재적 가능성까지도 없애가는 그런 캐릭터잖아요.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어요?

◆ 정유정> 그게 나르시스트의 공부를 하다 보면 그게 잡혀요. 이 사람들 어떤 방식으로 자기 행복을 추구하고 자기 이득을 추구하는구나. 이게 이 사람들의 어떤 병리적인 증세들을 보면 이게 이렇게 하는구나라는 게 잡혀요. 그러니까 어떤 제가 창조적인 그런 멘트가 아니고요. 이게 그런 책들을 보면 이 사람들의 방식이 그렇게 자기한테 방해되는 건 가차없이 제거하고 심하게 극단적인 나르시스트일 경우에는 아주 위험하게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나의 어떤 방해물일 때 뺄셈을 할 수 있는 가차없이. 그런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나온 게 아니라.

◇ 박재홍> 저는 작가님의 현대인에 대한 진단에 굉장히 위로를 받았어요, 사실은. 요즘 사회 메시지 자체가 네 욕구에 집중하고 네 욕망을 채우고 너를 돌봐라, 나를 돌봐라 이런 메시지가 어느 순간 지치더라고요. 옆에 있는 사람들 같이 좀 가고 해야 되는데 그런 걸 어떤 작가로서 통찰하시고 그걸 또 사회에 메시지를 주시려고 하는 그 자체에 굉장히 뭐랄까 위로를 받았는데.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또 자기애는 있지 않습니까?

◆ 정유정> 그렇죠.

◇ 박재홍> 자기애와 나르시스트의 경계는 어느 정도 될까요?

◆ 정유정> 자기애라는 것이 그거의 정의부터 생각해 봐야 되겠는데요. 그 정의를 잘 내리시는 분 전문가가 계시지만.

◇ 박재홍> 생각보다 약하세요.

◆ 진중권> 들통났네. 어떻게 알았지.

◆ 정유정> 자기애는 곧 자존감하고 연결이 되는 거거든요.

◇ 박재홍> 자존감.

◆ 정유정>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자기애가 없고 자존심이 없으면 이 사람은 루저인 것처럼 얘기를 해요. 그런데 저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저는 제가 루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자존감이라는 게 사실 진정한 자존감이라는 것은 어떤 일에 대한 성취, 성취와 더불어서 미래의 자기 이상에 대한 성실감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것에 대한 성취는 어떤 큰 업적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조그마한 거라도 어렸을 때부터 자기 힘으로 해서 완성을 해 보는 게 그런 성취거든요. 제가 중학교 때 우리 학교에서 반공 웅변대회가 있었어요.

◇ 박재홍> 웅변. 스피치를 잘하셨구나.

◆ 정유정> 아니요. 저는 못 했어요. 그래서 학교에 웅변반이 있었는데 애들이 잘하는 애들만 나가서 그 대회를 해요. 학교 대표를 뽑아서 이렇게 도대회 이런 데도 나가고 그런다고 하는데 저도 해 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나도 해 보겠다 그랬더니 원고가 없다는 거예요. 선생님들이 다 원고를 써줬거든요, 걔네들은. 제가 원고를 직접 써서 하면 안 됩니까 그랬더니 좀 갑갑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너 웅변도 한 번도 안 해 봤고 원고는 네가 쓴다고 그러고 갑갑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그래서 기어이 하겠다고 제가 고집을 부렸어요. 했어요, 제가. 막 혼자 연습해서 굉장히 전교생의 비웃음을 샀어요. 그러나 저는 해냈기 때문에 그때 굉장히 저는 그게 제 인생에서 어떤 흑역사의 반대말을 뭐라고 그래야 될까.

◇ 박재홍> 성공의 기원, 성취의 순간.

◆ 정유정> 성취의 순간이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 내가 마음먹으면 그게 잘하든 못하든 일단은 해낼 수 있다는 그런 게 바로 진정한 자존감을 만드는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자기 미래에 이상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이상을 위해서 내가 오늘 또 영어학원에도 가고 글쓰기 연습도 하고 미래에 원예사가, 플로리스트가 꿈이라면 오늘 또 내가 원예시장에 가서 꽃도 사다가 연습도 하고. 이게 미래에 대한 성실함이잖아요. 그러면 자기는 자기 꿈을 향해서 가고 있는 거기 때문에 당당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진정한 자존감은 거기서 오는 거라고 생각하지 미디어가 자존감을 가져라. 책에서 너는...

◇ 박재홍> 네가 세상의 주인공이야.

◆ 정유정> 네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어 특별해 이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 거거든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지쳤어요, 이제 그런 주문에. 이제 지쳤습니다. 우리 진중권 작가님 어떻게 정의에 동감하셨습니까? 미학적으로 분석해 주세요.

◆ 진중권> 아니, 뭐.

◆ 정유정> 제 말 맞았나요?

◆ 진중권> 제가 어떻게 학생들한테 창의력을 가르칠까. 창의력을 하려면 어떤 강의를 들려주는 게 좋을까 고민을 했더니 기억은 안 나는데 누군가 딱 그러더라고요. 범죄심리학 그러더라고요. 범죄심리학 교수를 데려다가 모셔다가 강연 한번 하라고 그때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이번에 극단적인 나르시스트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려내기 위해서 프로파일러도 좀 만나시고 또 약리학자도 만났다고 그랬는데 어떻습니까? 만나시니까 어떤 것 같아요? 그 체험이 좀 궁금합니다.

◆ 정유정>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님이 저한테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사실 그분을 만난 것은 제가 이러이러한 스토리를 지금 머릿속에 꾸려가지고 있는데 이게 지금 맞습니까? 개연성이 있습니까라고 묻고 또 피의자를 데려다가 형사가 심문을 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그 방식을 또 묻고 그러기 위해서 이제 그분을 만났어요. 그리고 약리학 교수 같은 경우는 여기서 사례 방법이 수면제하고, 처음에는 수면제하고 혈액 응고를 방해하는 헤파린이라는 물질이 있어요. 이 약을 같이 써서 해 볼까 하고 만났는데 거기서 이제 제가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던 거죠. 이게 먹어서는 안 되는 먹어서는 효과가 없는 건데, 먹어서는 효과가 없는 건데 얕은 지식으로 그러면 어떨까요 했더니 먹어서는 효과가 없다고. 그러니까 치명적 오류를 막아준 거죠.

◇ 박재홍> 책을 확인하시면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 정유정> 그런데 그 약이 없어요. 실은 없는 가상의 약이에요.

◇ 박재홍> 가상이군요.

◆ 정유정> 그냥 졸피뎀 같은 약인데 쉐바라는 약을 제가 거기 썼는데 이 쉐바가 사실은 고양이 캔에서 이름을 가져왔어요.

◇ 박재홍> 우리 진중권 작가도 고양이를 굉장히 사랑하는 분입니다.

◆ 정유정> 고양이 집사님이라고 그러던데 저도 두 마리 키웁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요. 청취자들 중에 질문을 주신 분이 계시네요. SY님이 이번 책에 왜 오리가 등장했나, 왜 오리를 선택했나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 정유정> 그 늪지대에는 기본적으로 텃새들이 사는데 오리가 제일 많거든요. 그런데 이제 되강오리를 특별히 제가 앞에 내세운 건 뭐냐 하면 울음소리 때문에 그랬어요.

◇ 박재홍> 저기 사진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 되강오리를 보내드리고 있어요.

◆ 진중권> 저런 오리가 있구나.

◇ 박재홍> 울음소리 저희가 한번 준비했거든요.

◆ 정유정> 진짜요?

◇ 박재홍> 그럼요.

◆ 진중권> 철저하네.

◇ 박재홍>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들어봅시다, 오리야. 여러분께서는 우리 정유정 작가님의 완전한 행복의 중요한 등장인물인 되강오리를 울음소리를 함께 들으셨습니다.

◆ 김성회> 소설 못 읽을 것 같아요.

◆ 진중권> 이 소리 들으면.

◆ 김성회> 이 소리랑 겹치니까 너무 무서워졌어요.

◆ 정유정> 약간 전설의 고향 같은.

◆ 진중권> 전설의 고향의 배경음악 같은 거.

◇ 박재홍> 원래 좋아하시던 새였습니까? 아니면 소설을 위해서.

◆ 정유정> 저 소리 때문에 가져온 새예요. 저 소리를 찾기 위해서 유튜브를 오리들을 다 뒤졌어요. 그런데 저 소리가 딱 아, 이거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되강오리를 가져왔어요.

◆ 김성회> 종의 기원에서도 휘파람새였나 무슨 새 소리가 나오지 않습니까? 저는 그래서 원래 새를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시고.

◆ 정유정> 제가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 전라도 시골에서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되게 새, 나무, 꽃, 물, 저수지 이런 거를 활용하는 걸 좋아해요. 저는 이게 도시에서 태어난 작가보다는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좀 넓은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가져와요. 어렸을 때 저희 엄마가 동물을 좋아하셔서 집에 칠면조, 오리, 거위, 고양이, 개 막 다 키웠어요. 마당에다가 확 풀어놓고 다 키웠어요. 그래서 저는 어려서 계란프라이를 먹어본 적이 없어요. 칠면조 알, 오골계 알 이런 걸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왔어요.

◇ 박재홍> 다양한 란들이 있어서 계란까지 못 가셨구나. 그렇죠?

◆ 정유정> 계란을 먹을 수가 없었어요.

◆ 진중권> 칠면조 알말이.

◇ 박재홍> 맛이 좀 특이하다. 칠면조야. 그렇구나 이러면서 그렇죠? 아까 되강오리 소리도 이제 유튜브 검색을 통해서 들으시면서 취재하신 거잖아요. 아, 이거다 하셨을 때 어떤 느낌 받으신 거예요? 아,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소리다. 극적인 소리다.

◆ 정유정> 그럴 때 정말 신나죠. 뭔가 왕창 다 써버릴 것 같고. 그런데 그게 착각이었다는 게 5분이 있으면 바로 나타나죠.

◇ 박재홍> 저는 딱 소리를 들으니까 소설의 내용이 더 증폭이 돼서.

◆ 진중권> 느낌이 딱 와요. 여기에 이런 소리가 어울리는데 막 찾는데 그 콘셉트에 딱 맞는 소리가 딱 있을 때.

◆ 김성회> 새벽에 들었을 것 같은 소리.

◇ 박재홍> 꼭 읽어보셔야 돼요. 정말 행복합니다. 정말 동물이 작품에 많이 나와요. 우리 작가님 28에서는 개가 나오고 진이, 지니에서는 보노보. 보노보가 나오고 오리가 등장하고 동물을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아직 고양이,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는 본격적으로 작품에 등장 안 했던 것 같은데요.

◆ 정유정> 7년의 밤에 나옵니다.

◇ 박재홍> 7년의 밤에 고양이가...

◆ 정유정> 어니라는 고양이.

◇ 박재홍> 맞다, 맞다. 그래요.

◆ 정유정> 쓸 수 있는 동물들은 다 갖다 써요.

◇ 박재홍> 그래서 이제 사전 취재를 굉장히 열심히 하시잖아요. 그러면 보통 한 6개월 정도 공을 들이신다고 하던데 그럼 실제 전문가도 만나시고.

◆ 정유정> 현장도 가고.

◇ 박재홍> 그러시군요.

◆ 정유정> 공간을 구축하려면 어쨌든 모델이 되는 공간이 있어야 되니까 28 같은 경우는 전염병으로 지금 한 도시가 폐쇄되는 소설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의정부를 모델로 삼았어요. 그런데 이제 제가 의정부를 가본 적이 없으니까 의정부를 그대로 가져올 수 없잖아요. 그래서.

◇ 박재홍> 의정부 명예시민이 되셔야겠네요.

◆ 진중권> 의정부는 전철 타면 바로 가는데.

◆ 정유정> 그래서 의정부를 갔는데 그래서 가상 공간을 만들었어요. 제가 도저히 단시간에 파악할 수가 없어서 가상 공간을 만들어서 도시 계획을 다 다시 한 거죠, 소설에 맞춰서.

◆ 진중권> 궁금해요. 그러니까 왜냐하면 말로 전달해야 되잖아요. 아까 오리 소리도 그렇고 모든 것 시각, 청각, 촉각 이런 것들 그다음에 공간 이런 게 이제 시각, 청각, 촉각 이런 감각이잖아요. 그런데 감각을 독자한테 전달한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 정유정> 네, 그래요.

◆ 진중권> 그래서 그런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아니면 암시인가.

◆ 정유정> 저는 독자들이 그걸 불만스러워하시는 분도 계시고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독자에게 상상할 여지를 주지 않아요. 저는 그냥 그 소리 갖다 안기고 그 만약에 시체가 있다 그러면 그 시체를 갖다 독자한테 안기고 독자가 시체가 어떤지 상상하는 여지를 준다기보다는 이런 시체야라고 독자에게 안겨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오감에다가 거의 그런 경우에는 폭탄을 터뜨려야만이 가능한데 그중에서도.

◇ 박재홍> 오감에 폭탄을 터뜨린다.

◆ 정유정>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이죠. 인간이 아무래도 시각의 동물이니까 그래서 저 습작할 때 되게 묘사 연습을 많이 했었어요. 묘사 연습을...

◇ 박재홍> 그래서 묘사 연습 너무 많이 하셔서 이제 보면 스케치북에 늘 그림을 그리세요. 종의 기원 군도 신도시 그림을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한번 띄워주세요. 우리 작가님이 스케치하신 거죠?

◆ 정유정> 네.

◇ 박재홍> 이것도 엄청난데 그리고 또 7년의 밤에도 그 마을 그림도 책에 앞에 나오는 그것도 작가님이 세운 마을.

◆ 정유정> 그건 이제 일러스트 작가님께서 그걸 이제 예쁘게 진짜 일러스트같이 만들어주신 거예요. 제가 이제 스케치북에 정말 초등학생처럼 그려놓은 것을.

◇ 박재홍> 저는 그래서 그러한 모든 게 머리에 다 담으신 다음에 글을 쓰시는 거잖아요.

◆ 정유정> 구조 다 익혀서.

◇ 박재홍> 저는 그래서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 정유정> 그런데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는 그걸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공간이 만들어져야만 그다음에 거기에 인물을 세울 수가 있고 그러면서 인물 사이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제 소설은 딱 그 이야기가 이야기되는 그 공간을 최소한으로 잡는 거예요.

◇ 박재홍> 그래서 읽다가 다시 돌아가서 지도 보고 다시 돌아와서 읽고 했던 것 같아요,7년의 밤 볼 때.

◆ 진중권> 가끔 가다 그런 경우 있잖아요. 영화나 소설에서도 일관성이 없는 공간에 일관성이 없어서 나중에 들키기도 하고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 김성회> 저는 이제 정 작가님 책을 읽을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냐면 종의 기원이나 28 읽을 때 그랬던 건데 7년의 밤에 그랬던 건데 게임하시는 분들은 다 잘 아는데 VR 헤드마운트를 쓰고 그다음에 총 들고 싸우는 게임 있잖아요. 그럼 이제 내가 한 발 앞으로 나가면 옆에서 적이 나올지 안 나올지 이런 것에 대한 긴장과 공포가 있는데 딱 정해진 길대로 해서 그 공간 안에서 작가가 가이드하는 대로 따라가면서 그 현장을 보는 재미. 그래서 어떤 소설 보면 부감이라고 해서 하늘 높이에서 새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항상 우리 작가님 소설은 제 기분에는 내 눈앞에서 딱 펼쳐지는 광경이어서.

◇ 박재홍> 시각화가 되죠.

◆ 김성회> 박진감이 넘치는 작품이어서 되게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

◆ 진중권> 일종의 소설을 이용한 VR.

◆ 김성회> 저에게는 그렇게 좀 보였어요.

◆ 정유정> 그래서 영화를 만들면 의외로 이 해체 작업이 어렵다고 해요. 스토리 해체 작업이 되게 어렵다고 그래요.

◆ 진중권> 그렇죠. 왜냐하면 VR은 다 1인칭 관점인데 영화는 부감샷이잖아요. 바깥에서 보여지고 이렇기 때문에 이걸 하기가... 많은 경우에 이제 만화를 소재로 했는데 영화로 하면실패하거나 이런 것들이 매체들 사이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 정유정> 문법이 달라서.

◆ 김성회> 브이알로 해서 1인칭 영화를 만들 때가 되면.

◆ 진중권> VR 영화도 있어요, 사실. 그런데 끔찍할 것 같아요. 소설로만 읽어도.

◆ 정유정> 그래서 고생을, 7년의 밤 작품 하셨던 추창민 감독 같은 경우는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거 해체하고 다시 이제 본인의 뜻대로 주인공을 골라서 서사를 선택해야 되니까 그걸 하시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 박재홍> 그래요. 본인 작품이 또 영화로 표현되는 걸 보시면 어떠세요? 소설이 영화화되고 작가의 의도대로 또 표현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그런데 어떠셨어요?

◆ 정유정> 7년의 밤 같은 경우는 인트로 들어가는 장면이 거의 똑같아요. 되게 신기했었어요. 고생 진짜 많이 했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사실은 그건 감독의 예술이지 저의 예술품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아까 말씀드린 대로 행복이라는 건 어떤 감정의 경험인데 그걸 보면서 행복한 순간인 거죠. 그러고 나면 이제 또 뭐 그냥.

◇ 박재홍> 그래요. 우리 정유정 작가님 만나고 있는데요. 우리 작가님이 어떻게 창작활동하시는가 저희가 조사해 봤더니 엄청납니다. 새벽 3시 기상, 새벽 3시. 모든 제작진은 잠자고 있는 시간 새벽 3시. 기상하셔서 글을 쓰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잠을 깨기 위해서 메탈 음악을 들으시고 데스메탈.

◆ 정유정> 이어폰 꽂고 데스메탈.

◇ 박재홍> 새벽 3시에 일어나서 하는 게 그때 집중이 잘 되세요?

◆ 정유정> 네. 작업 시작하면 새벽 3시에 일어나는데 그렇게 길을 들였어요. 어느 논문에서봤는데 제가 그게 맞는지,안 맞는지 모르겠는데 새벽부터 점심시간 이전까지 그사이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이 창의성하고 관련이 있대요. 그래서 제가 이제 패턴을 완전히 바꿨어요.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걸로 처음에 습작을 할 때. 그래서 아침에 그때부터 오전까지는 진도가 나가는 작업을 하고 점심 먹고 이후에는 이제 그걸 수정하는 작업을.

◇ 박재홍> 3시부터 4시까지 수정하시고. 그렇죠? 3시까지 그렇죠?

◆ 진중권> 제 문제가 뭔지를 알았네요.

◇ 박재홍> 진중권 작가님은 3시까지 안 자세요.

◆ 진중권> 창의성이 나오는 스트레스가 나오는 그때 나는 자고 있단 말이야. 이게 내 문제야.

◆ 정유정> 체력이 엄청 좋으신가 봐요. 저는 나이가 드니까 밤을 새잖아요. 좀비가 되던데.

◇ 박재홍> 빨리 자고 싶고 그러죠.

◆ 정유정> 너무 고통스러워요.

◇ 박재홍> 진 작가님은 새벽 3시까지 창작활동하시고 본인 취미생활하시고 그렇잖아요. 그렇죠?

◆ 진중권> 창의성이 샘솟는 시간에 저는 잠을 자고 있으니.

◆ 김성회> 저녁 방송에 나와서 이런 말하면 안 되기는 하는데.

◇ 박재홍> 말씀하세요.

◆ 김성회> 저도 사실 이제 오전이 더 활기찬 사람이서 보통 5시에 일어나서 12시까지 그날 해야 될 일의 대부분을 하고 오후에는 약간 관성으로 버티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창의성이 나오는 물질인지 몰라서 앞으로 작가의 꿈을 오전에 불태워봐야겠네요.

◇ 박재홍> 저희도 아침 방송을 검토해 봐야겠습니다. 굉장히 좀 긴장감이 떨어지거든요, 저녁에 하니까. 그래서 좀 아침에 녹음을 해서 저녁에 트는 방식으로. 6시부터는 3시간 동안 운동하신다면서요.

◆ 정유정> 5시부터. 2시간, 3시간 정도 하죠.

◆ 김성회> 매일 하세요, 운동을?

◆ 정유정> 네.

◇ 박재홍> 대단하십니다.

◆ 진중권> 무슨 운동을 그렇게.

◆ 정유정> 제가 싫증을 잘 느껴서 한 가지 운동은 잘 못하고 3년, 4년 정도 하면 새로 바꿔야 되거든요, 종목을.

◇ 박재홍> 3년 하시면 굉장히 싫증 안 내시는 스타일이세요.

◆ 정유정> 그래요? 어떡해.

◇ 박재홍> 저는 한 달도 안 가요.

◆ 진중권> 저는 10분만 해도 금방 싫증이 나요.

◇ 박재홍> 3년 하시고 싫증은.

◆ 김성회> 저는 한 달 하고 싫증내고 1년 쉬었다 다른 운동하는데.

◇ 박재홍> 그러니까요. 저도 헬스 1년치 끊고 한 달밖에 안 해요, 작가님.

◆ 정유정> 그러시구나. 저는 복싱도 하고요. 수영도 한 4~5년 했고요. 그리고 웨이트트레이닝도 한 4년 정도 했고 이번에 이거 쓸 때는 킥복싱. 그게 이제 뭐에 필요하냐면 소설을 쓸 때엉덩이를 딱 붙이고 하루 종일 견뎌야 되는데 체력이 나쁘잖아요. 그러면 눕고 싶어요, 가서. 그리고 글 안에서 내가 이거 산에 올라가서 호랑이하고 싸워야 돼. 그런데 체력이 나쁘잖아요. 그러면 호랑이하고 싸우기 싫으니까 이렇게 옆으로 돌아가요. 이야기가...

◇ 박재홍> 정면승부를 안 하는군요. 한판승부는 안 하는군요.

◆ 정유정> 그게 작가의 체력하고 연결이 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몰랐어요. 내가 왜 이렇게 뭘 쓰면 이렇게 옆으로 자꾸 돌아가지?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게 체력하고 직결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깨달은 다음에는 체력을 되게 중요시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 박재홍> 그렇군요. 진중권 작가 오늘 많은 걸 느끼시는 것 같아요. 체력을 보충하셔야 합니다. 진중권 작가와 함께하고 있는 정유정 작가와의 인터뷰. 8년 전 인터뷰를 보니까 우리 정유정 작가님의 전투력의 비결. 무명의 설움이었다 이런 인터뷰가 있었어요. 우리 손명회 프로듀서가 굳이 찾아서.

◆ 정유정> 8년 전 인터뷰를.

◇ 박재홍> 8년 전 인터뷰 굳이 또 리서치 나름 또 열심히 하기 때문에 무명의 설움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8년 후 어떠세요?

◆ 정유정> 무명의 설움이 아니라 무명의 설움으로 인한 분노죠.

◇ 박재홍> 분노.

◆ 정유정> 분노의 나의 힘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이제 그렇게 크게 분노할 일은 없으니까요. 지금 저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등단 후부터 지금까지 저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욕망이에요. 제가 이제 독자분들한테도 그런 말 가끔 하는데 저를 이야기꾼으로 불러달라. 소설가, 작가 이거보다 이야기꾼이 좋다고 하는데 독자들에게 힘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 그러니까 원형적 이야기. 원형적 이야기 정의 좀 내려주세요, 교수님.

◇ 박재홍> 미학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 정유정> 미학적 정의 내려주세요.

◇ 박재홍> 원형적.

◆ 진중권> 자꾸 반복되는 거예요. 어떤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데 그게 이제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해도 그 원형은 그대로 있고 여러 가지로 변주돼서 나타나는 그 원형, 아키티푸스라고 하는데.

◇ 박재홍> 전문 분야가 나왔어요, 갑자기. 좋습니다.

◆ 정유정> 그런 이야기를 한번 써보는 것이 제 인생의 장래희망이에요. 그런데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 박재홍> 진중권 작가님이 조언도 해 주실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진중권> 아니요, 저는 평론가라서. 저는 그러거든요. 누군가 와서 미학 이론을 배우고 싶다 그러면 창작자가 특히 오면 배우지 마세요,배우지 마세요, 작품 망가져요 저는 그러거든요.

◇ 박재홍> 또 청취자 여러분께서 작가님 오셔서 굉장히 문자 많이 주고 계시는데 7492님은 팬입니다, 작가님. 다음 책이 기다려져요. 작가님 작품 책들 전부 다 찍어서 또 저희 제작진한테 보내주셨는데. 당산나무님은 작가님 책을 읽을 때 끝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와서 허무함을 느끼기도 하더라고요. 독자들이 어떻게 작품을 읽으면 좋을까요라는 또 질문을 주셨어요. 당산나무님.

◆ 정유정> 허무함을 느끼는 게 사실 맞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저는 제 소설 안에서 독자들이 기진맥진해서 진이 다 빠졌으면 좋겠거든요. 온갖 정서적 격랑을 다 겪고.

◇ 박재홍> 오감의 폭풍우를 일으키는 거잖아요.

◆ 정유정> 그래서 울고 웃고 화내고 그렇게 하다 보면 진이 빠지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을 보면 허무하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게 맞지 않을까. 그래도 여운을 오래 가져주시면 저는 이제 더 바랄 게 없이 감사하죠.

◆ 김성회> 저는 이 말씀을 듣는데 7년의 밤을 읽었던 당시에 새벽에 저희 집 마루의 스산한풍경이 아직도 생각나요. 서늘한 기운이 또다시 느껴지는. 의도대로 읽은 훌륭한 독자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정유정> 박수.

◇ 박재홍> 그래요. 이제 정유정 작가님과의 만남을 거의 이제 마쳐야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동경과 욕망을 구분해야 된다 이런 말씀하셨어요. 이건 어떤 의미입니까?

◆ 정유정> 그것도 예전에 말한 건데 단순하게 줄임말인데요. 그러니까 작가가 되고 싶은지 글을 쓰고 싶은지를 구별해야 한다는 거죠.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어떤 직업에 관한 거예요. 교수님처럼 이렇게 미학 교수가 되고 싶다 이거 할 수도 있고 가수가 되고 싶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그 바로 그 부분이고 글을 쓰고 싶다는 자유 의지에 관한 이야기예요. 자유 의지에 관한 해석은 많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인생에서 자유 의지를 갖는다는 것은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그 원하는 것을 위해서 나와 내 삶을 다 던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돌아오는 결과를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게 저는 자유 의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자유 의지를 묻는 거예요. 내가 글을 써서 작가로서 유명해지지 않고 이름을 낼 수 없어도 나는 글을 쓰는 것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 이걸 묻는 질문인 거죠. 그랬을 때 항상 저는 후자가 나왔어요. 그래, 내가 작가로서 이름을 내놓지 못해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게 나왔어요. 그래서 계속 낙방하는 동안에도 문학상에서 계속 떨어지는 동안에도 그 좌절감, 패배감, 열등감 이런 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게 그런 것인 것 같아요.

◇ 박재홍> 저는 완전한 행복 읽으면서 이거 한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사실은. 차은호가 그녀를 사랑한 일이 100만 년 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구절이 있거든요. 사랑이란 뭡니까, 작가님?

◆ 정유정>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가 마지막에 정의를 차은호를 통해서 정의를 해 놨어요. 어쩔 때 그녀를 생각했고 뭐 할 때 그녀를 생각했고 그게 한 문단으로 돼 있어요. 어떻게 생각을 했는지 그녀가 내 집 현관문을 들어섰을 때 그 눈부신 모습을 생각했고 그랬는데 이런 여자하고 결혼 아니면 뭘 해야 되느냐라고 말을 하거든요. 이 남자가 사실 비련의 남자예요. 그래서 정말 신유나라는 주인공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하고 그리고 또 무서워하면서도 또 가까이에 있고 싶어하고 여러 가지 모순된 감정을 다 보여주는 아주 비련의 남자거든요. 그래서 다 잃어버린 다음에도 그녀를 사랑했던 그 부분을 마지막에 회상을 해요. 저는 인간이 그렇게 슬픈 존재라고 생각을 해요, 사실은요. 모순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게 어떤 그리움일 뿐만 아니라 연민도 있거든요. 자기 사랑했던 여자에 대한 여자가 그렇게 파멸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그래서 그 부분이 누군가를 그렇게 미워하는 사람을 연민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저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 박재홍> 말씀을 들으니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됩니다.

◆ 정유정> 고맙습니다.

◇ 박재홍> 다음 작품 나오면 다시 한 번 꼭 나와주셔야겠습니다.

◆ 정유정> 꼭 불러주세요.

◇ 박재홍> 베스트셀러 작가이시죠.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정유정 작가였습니다.

◆ 정유정>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