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9/4(월) "교사들, 처벌 감수한 집회 이유? '좀비 티쳐' 되기 싫단 호소"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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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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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김종혁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 장윤미 변호사
■ 대담 : 권재원 마장중학교 교사


◇ 박재홍> 지금 며칠 사이에 우리 선생님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서 좀 많이 무거운 그런 상황이 더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오늘 추모집회에 참여한 교사 한 분을 연결해서 말씀 듣겠습니다. 교사가 말하는 교사, 교사가 꿈꾸는 교사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마장중학교의 권재원 선생님 연결합니다. 선생님, 나와 계시죠?

◆ 권재원> 안녕하세요.

◇ 박재홍> 며칠 사이에 비극적인 사건들이 계속 나와서 집회 분위기는 더 무거워졌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현장 지금 어떤가요?

◆ 권재원> 지금 집회가 다 끝났습니다.

◇ 박재홍> 그런가요?

◆ 권재원> 집회가 다 끝났고 분위기는 슬프지만 그렇다고 막 격앙되거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고요. 아무래도 선생님들이 평생 감정노동에 시달려온 분들이라 감정 컨트롤은 잘하십니다. 무지개도 떴고요.

◇ 박재홍>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정말 우리 선생님들이 집회를 깨끗하게 3무, 정말 열심히 그리고 깨끗하게 잘하셔서 다시 오고 싶다 이런 뉴스가 나올 정도로 그런 뉴스가 있었는데. 선생님, 집회를 어디서 하셨던 겁니까?

◆ 권재원> 저는 여의도요.

◇ 박재홍> 여의도요? 국회 앞에?

◆ 권재원> 네.

◇ 박재홍> 그런데 오늘 보면 재량휴업을 한 학교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교육부의 엄벌 방침 때문인 것이냐 이런 질문도 많이 하시던데 어떻습니까, 현장에서 느끼시기에?

◆ 권재원> 재량휴업은 학교장이 결단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게 해임, 파면 이런 말이 나오니까 쉽지가 않았을 거고요. 또 선생님들이 너 해임, 파면 각오해라라고 등을 떠밀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학교 사정에 따라서 적절히 타협을 해서 조퇴를 한다거나 학교를 조금 빨리 끝낸다거나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썼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박재홍> 어떤 교장선생님은 진짜로 재량휴업을 한 학교가 있더군요. 그럼 그런 교장선생님 같은 경우는 정말 다 각오를 하신 그런 상황인 겁니까?

◆ 권재원> 네, 각오를 하신 거죠.

◇ 박재홍> 그렇군요. 선생님은 어떻게 참여하신 겁니까? 연가를 내시고 참여하셨습니까?

◆ 권재원> 저는 수업하고 좀 먼저 조퇴하고 나왔습니다.

◇ 박재홍> 그러시군요.

◆ 권재원> 교장선생님이 완강하게 막거나 그러시지 않는 분이라서 부담을 덜 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 박재홍> 그런데 교육부 방침이 워낙 또 세다 보니까 재량휴업 관련해서 지역 교육청 그러니까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는 것인가, 이런 질문도 많이 하시거든요.

◆ 권재원> 엄밀히 말하면 교육감님이 하셔야 될 일은 항의를 하는 겁니다.

◇ 박재홍> 상의?

◆ 권재원> 항의를 해야 되는데 재량휴업.

◇ 박재홍> 아, 항의.

◆ 권재원> 네, 항의. 재량휴업일의 재량이 학교장 재량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학사일정 변경사항인데요. 학교에서 시험을 며칠에 칠지, 방학식을 며칠에 할지 또 수련회를 언제 갈지 이건 학교 재량이지 않습니까?

◇ 박재홍> 교장선생님이 정할 수 있죠. 방학도 그래서 저희 동네도 보면 초등학교마다 다르고, 시작이. 끝나는 것도 좀 다르고 이런 상황이더군요.

◆ 권재원> 그러니까 재량휴업이라는 게 사정에 따라 방학을 하루 늦추고 쉬는 날을 하루 앞으로 당기겠다 이거밖에 안 되는 거거든요. 이거는 당연히 학교장 재량인데 이걸 가지고 겁박을 한다 그러면 이건 좀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그러면 수학여행 날짜도 교육부가 정해 주면 되겠네요.

◇ 박재홍> 그러니까 실제 선생님들 항의를 하시기에는 너무 그렇다면 교육감이라든가 이런 분들이 좀 더 항의를 했었어야 됐다 이런 말씀이십니까?

◆ 권재원>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김종혁 대변인 그리고 장윤미 변호사 함께 질문해 주실까요?

◆ 김종혁> 선생님,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20만 명이 모인 이번 시위가 비폭력, 비정치, 비쓰레기로 끝났는데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사전에 선생님들끼리 그런 이야기가 있으셨는지 그게 하나 궁금하고요. 또 하나는 저는 이제 아이들을 키운 지 오래돼서 사실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잘 몰랐습니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는데요. 왜 이런 일들이 이런 교사들이 극단 선택을 하고 나서야 외부에 알려지게 됐는지. 그 이전에 교사들의 어떤 고통에 처한 목소리가 왜 우리 사회에서는 이슈로 등장하지 않았었는지 그것도 참 저는 언론인 출신으로서 상당히 좀 뭐랄까. 궁금하달까, 어떻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이런 복잡한 감정인데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권재원> 일단 이번 집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예전과 달리 어떤 전교조나 이런 교원단체가 조직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때그때 SNS를 통해서 익명의 주도자들이 나타나셔서 한 번 집회를 개최하시고 그다음에 그 집회가 끝나면 그냥 해산을 해 버리시고 그다음에 또 누군가가 익명의 자원자가 또 나타나서 또 다음 집회를 기획하시고 이런 식으로 확산이 되기 때문에 그냥 굉장히 빠르고 기동력 있게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부분 같은 경우는 우리 교사는 정치적으로 아무런 권리가 없거든요. 정당의 지지를 말할 수도 없고 가입할 수도 없고 후원할 수도 없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교사의 목소리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뭐라고 얘기해야 될까, 아무 관심이 없는 거죠. 그래서 이게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나와서야 귀를 기울이게 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요.

◇ 박재홍> 그래서 오늘 여러 가지 선생님들 목소리도 나오고 현장에서도 많은 다양한 요구가 있었는데. 그럼 어떠한 현실을 가장 먼저 바꾸어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나왔을까요?

◆ 권재원> 일단은 안심하고 교육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크게 나왔습니다.

◇ 박재홍> 안심하고 교육할 수 있게 해 달라?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러니까 평상시에 안심할 수 없는 환경이 뭡니까?

◆ 권재원> 교육이라고 하는 건 어떤 형태로든 학생에게 어느 정도의 강제가 좀 부여가 되지 않겠습니까? 꾸지람도 할 수 있고 혹은 하기 싫은 것도 시킬 수 있고요.

◇ 박재홍> 그렇죠.

◆ 권재원> 그런데 현재 법에, 아동학대법에 정서적 아동학대라는 조항이 너무 모호해가지고 그래서 내가 기분이 상했어 그러면 그 순간 신고가 됩니다. 신고가 되면 이게 유죄 판결을 받든 말든 간에 일단 분리가 되는 거죠. 가르치는 현장에서 일단 밀려나야 되는 거예요.

◇ 박재홍> 교사와 학생이 분리가 된다?

◆ 권재원> 못 가르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신고된 사례의 거의 90% 이상이 나중에 아닌 걸로 판정이 됩니다.

◇ 박재홍> 정서적 아동학대가 아니었던 걸로?

◆ 권재원> 아니었던 걸로 판정이 되지만 이미 반년이 지난 거죠. 반년 동안 그 선생님은 자긍심과 긍지와 그동안의 보람 이런 게 다 깨진 상태가 되는 거죠.

◇ 박재홍> 그럼 그 정서적 아동학대 관련 현실적인 법조항 자체를 개정해 달라 이런 필요성을 말씀하고 계신 걸까요?

◆ 권재원> 그런 걸 이제 말씀들을 하시는데 일단 보건복지부 보복위라고 그러나요, 국회? 그쪽에서는 상당히 완강한 편이고 그래서 초중등교육법이나 교원 지위 향상에 관한 특별법 이런 쪽으로 해서 그 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 다른 우회 입법들을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게 쉽지 않으니까 빨리 해 달라. 이거 자꾸 시간 끌다 보면 그사이에 또 죽고 또 죽는다 이런 목소리인 거죠.

◇ 박재홍> 장 변호사님.

◆ 장윤미> 저 역시 한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이고 오늘 선생님들께서 이렇게 모이신다는 것에 제 주변의 학부모님들께서도 자발적으로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고, 재량휴업을 하지 않더라도요. 그 뜻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대단히 많으시더라고요. 일단 응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저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다 보니까 적극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훈육하고 교육하고 개입하시는 선생님들일수록 오히려 법적인 책임을 더 부담할 리스크를 안고 계신다는 걸 정말 절감했습니다. 정말 교육 현장에 필요한 선생님들일수록 법의 잣대 위에 고소를 당하시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걸 종종 보는데요. 제가 선생님께서 주신 말씀 중에 다소 이런 상황이구나라고 알게 됐던 게 관련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는 아동학대법과 관련한 개정 움직임에는 어쨌든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개진하고 있고 다만 교권의 회복과 개선을 위한 관련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개선 방안이 좀 더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 권재원> 그렇습니다.

◆ 장윤미> 그런데 저희가 현장에서, 저도 변호사로서 아동학대 사건들을 해 보면 아동학대 관련법 그리고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교육 현장의 리스크는 계속 있을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선생님들의 우려의 목소리나 이런 부분은 없습니까?

◆ 권재원> 그게 이미 10년 전부터 존재했던 위험이거든요. 10년 전부터 존재했던 위험인데 달라진 거라고는 그 10년 전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선생님들에 대한 어떤 사회적인 존중과 이런 게 남아 있었거든요. 그래서 위험이 있는데도 그 위험을 써먹지를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있는지를 몰랐죠.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말하자면 어, 저 선생님을 막 함부로 해서 꼼짝 못하네, 때려도 반격 못하네. 이걸 하나둘 알게 된 겁니다. 그렇게 된 순간 교사가 실제로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라는 게 알려져버리고 이걸 악의적으로 사용하시는 분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고요.

◇ 박재홍> 어제 용인시 한 고등학교 소속 60대 선생님이 숨진 채 발견이 됐는데. 이분이 이제 학부모 민원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셨던 것 같아요. 자세히 내용을 보면 체육시간에 학생이 공에 맞아서 크게 다쳤는데 그걸로 선생님이 고소까지 당했다 이렇게 얘기가 나와서 우리 선생님이 큰 심적 압박을 받으신 것 같다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현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어떤, 이 정도 사건이 흔한가요?

◆ 권재원> 이게 뭐 흔하지는 않죠. 흔하지는 않은데 단 한 건이 일어나더라도 그 사건을 딱 보면 이게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구나라는 거를 깨닫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나한테 일어나지 않은 건 이게 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여태까지 운이 좋았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어떻게 되냐.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가 되죠. 그렇게 되면 적극적인 교육을 꺼리게 되고 그냥 규정에 나온 것만, 체크리스트 만들어서 규정에 나온 것만 하고 조용히 넘어가는 그런. 저희들끼리는 그래서 그런 용어를 ‘좀비 티처’가 됐다라고 그러더라고요.

◇ 박재홍> 좀비 티처. 그게 어떤 말씀이실까요?

◆ 권재원> 그러니까 영혼 없이 그냥 규정대로만 움직이는 거죠. 저 아이가 이렇게 되면 안 될 것 같은데. 괜히 얘기하지 마, 걸려, 방치하자 이렇게 되는 거죠.

◇ 박재홍> 뭔가 현장에서 의욕을 내고 싶으셔도 혹여나 소송의 빌미나 그런 것이 될까 봐 그냥 목소리를 내는 걸 참으신다 그런 의미에서 좀비 티처가 되고 있다라는 말씀이네요.

◆ 권재원> 소울리스 티처라고 할까요.

◇ 박재홍> 선생님들이 그 지옥을 함께 겪고 있다 이런 말씀도 하시던데 그 지옥이라는 것은 선생님이 선생님처럼 할 수 없는 그런 현실을 말씀하는 걸까요?

◆ 권재원> 이게 교직의 특수성이 있는데요. 교직은 수십만 명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거의 비슷한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직종이거든요. 다른 직종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비슷할 때 개학해서 비슷할 때 시험 치고. 그러니까 어느 한 학교에서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나면 그 순간 이게 다.

◇ 박재홍> 감정 이입이 되시고.

◆ 권재원> 그냥 같은 우리 일이 되는 거죠. 이 트라우마가 이미 세월호 때 선생님들이 전부 빠져 죽었습니다. 그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거든요. 그런데 또 이런 일이 자꾸 생기고 나면 이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니까 지옥이죠.

◇ 박재홍> 오늘 집회를 통해서도 많은 국민들께서 선생님들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하시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집회를 통해 우리 선생님들이 또 한국사회에 외치고 싶었던 외침의 핵심은 무엇이었는지 짧게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권재원> 제대로 교육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게 해 달라. 저는 무조건 면책을 해 달라 이런 건 아니고요. 교육을 교육답게 할 수 있는 것을 다른 어떤 이상한 법적인 미비점, 법적인 모순 때문에 못하게 하지 말아달라, 그다음에 두 번째는 교육은 둘째치고 일단 기본적인 인권, 생존권은 보장해 달라 그리고 관리자, 교육청, 교육부같이 매니지먼트를 해야 되는 자리에 계신 분들은 이런 교사들이 교육을 마음껏 할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위험에 대해서 좀 이거를 컨트롤해 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좀 제대로 해 달라 이런 이야기입니다.

◇ 박재홍> 오늘 모이신 수많은 선생님들의 목소리, 영혼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호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권재원> 고맙습니다.

◇ 박재홍> 마장중학교의 권재원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