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2/16(목) "MZ세대 분류의 시작? 2030의 민주당 지지 철회"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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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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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박재홍>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2부 문을 열었습니다. 요즘 이어폰 끼고 일을 해야 일을 잘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는 세대, MZ세대로 특정이 되기는 하는데 이렇게 MZ세대는 사회성이 낮고 조직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이를 또 뜻하는 신조어로 쓰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MZ세대를 특정 세대로 묶어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냐? 이러한 논쟁이 있는데요. 최근에 그런 세대는 없다라는 책을 통해 세대론의 의문을 제기한 분이 계세요.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를 모시고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신진욱>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재홍> 진 교수님, 김 소장님 인사 나누시고.

◆ 진중권, 김성회> 안녕하세요.

◇ 박재홍> 역시 우리 김 소장님은 교수님의 책을 열심히 보시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 김성회> 교수님 한 두 달 전인가 어디서 비슷한 내용으로 쓰신 거 읽어보고 칼럼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사서 반을 읽었습니다. 다 읽지는 못하고. (웃음)

◇ 박재홍> 우리 교수님과 진 교수님은 독일에서 인연이 있으셨다고요?

◆ 신진욱> 그렇습니다.

◆ 진중권> 제 뒷자리에 앉았던 기억이 나신다고. (웃음)

◇ 박재홍> 대화는 못 나눴고?

◆ 진중권> 대화는 못 나눴던. . .

◇ 박재홍> 드디어 대화를 오늘 하게 됐습니다. ‘그런 세대는 없다’ 책 제목도 굉장히 매력적이고 뭔가 명증한 명제를 던지는 제목이기도 한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요즘 MZ세대를 대중매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를 하고 있는데 그런 묘사방식 어떻게 판단하시는지요?

◆ 신진욱> MZ세대라는 그 용어 자체가 한국에만 있는 거거든요. 밀레니얼세대와 제트세대의 조합어인데. 두 용어 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세대 용어지만 MZ세대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때 분석을 해 보니까 2021년 3~4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가 됐는데 20대하고 30대가 민주당에서 지지를 철회한 충격적인 첫 번째 사건이었죠. 그때부터 2030을 묶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그 이전에 5년치를 봤더니 대부분 3040을 묶어서 ‘문재인 정부 지지층’ 이런 식으로 인식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때부터 2030을 묶더니 밀레니얼하고 제트세대를 묶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이게 80년대 초반 출생 세대부터 넓게 잡으면 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까지 최대 30년을 커버를 하거든요.

◆ 진중권> 거기 속한 사람들이 다 뭐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같이 묶일 수 있냐. (웃음)

◇ 박재홍> 1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까지 되잖아요.

◆ 신진욱> 그렇습니다. 40대 초반분들은 좋은데 민망하다 하시고. (일동 웃음)

◆ 김성회>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묶으면 저랑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세대로 묶이거든요. 53년생, 제가 72년생이니까. 20년 차이인데. 크죠. 굉장히 큰 차이입니다.

◆ 신진욱> 대중매체 말씀도 방금 하셨는데 좀 이따가 ‘MZ오피스’ 이런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말씀도 나눠보면 좋을 것 같은데 제가 한번 전체적으로 MZ세대에 관한 미디어 보도를 다 분석을 해 본 적이 있어요. 국내 전국 일간지 전체하고 경제지 그다음에 공영방송들. MZ세대가 들어간 모든 기사를 다 분석을 해 봤거든요. 해 봤더니 이게 같이 붙어서 나오는 단어들이 어떤 것일까?

◇ 박재홍> MZ세대와?

◆ 신진욱> 소비, 투자, 패션, 신상품. 이런 것들입니다. 취향이나 개성 이런 것들인데. 그런 어떤 이미지들이 사실 MZ세대 내에도 직업과 계층이 굉장히 다양하지 않습니까? 어떤 특정층을 이 세대 전체의 모습으로 보편화시켜서 보여주는 그런 담론들을 통해서 거기에 속하지 않은 MZ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없는 사람처럼 돼버리는 거죠. ‘MZ세대는 이렇다’라고 규정을 해 버리면서 거기에 끼지 못한 사람들은 어느 세대에도 끼지 못하는 미아처럼 되는 그런 문제가 생기는 거죠.

◇ 박재홍> 모든 20대나 30대가 이어폰을 끼고 회사에서 일을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 신진욱> 그렇죠.

◇ 박재홍> 어떤 특징적인 모습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 김성회> 사무실에 앉아서 책상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기도 하고요.

◆ 신진욱> 그렇죠. 지금 20대 중에 지금 책상에 앉아 있는 ‘MZ오피스’ 또 ‘사랑의 이해’ 그 드라마도 은행 사무직이지 않습니까? 사무 전문직 화이트컬러 종사자가 20대에서 50% 정도 되고 30대는 54% 정도 돼요. 그럼 나머지 절반이 생산직이나 서비스 노동자들, 단순 노무직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 매체에서 전혀 등장을 안 하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데다가 또 오피스에서 귀에 꽂고 일하는 세대다라는 식으로. 그래서 최근에 조사한 게 있는데 이 세대 청년분들이 MZ세대라는 말에 굉장한 부담감과 스트레스. 그래서 예를 들면 상관이 어떤 부당한 지시를 했을 때 ‘내가 왜 그걸 해야 되냐?’ 이건 정당한 문제제기일 수 있잖아요.

◇ 박재홍> MZ세대 꼬리표를 붙이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역시 MZ야’ 이런 꼬리표를 붙이면 자신의 문제제기가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치환될 수 있다. 그렇군요.

◆ 진중권> 그런데 사실은 그게 옛날에 우리가 문제제기를 못 했잖아요.

◆ 신진욱> 그렇죠.

◆ 진중권> 벌써 세대 차가 나는 건 사실입니다.

◆ 신진욱> 긍정적인 면이 있는 거죠. 이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흥미로운 게 제가 MZ세대에 대한 전체적인 담론이나 이런 걸 분석을 해 보고 제가 70년대생인데 X세대가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X세대 이야기가 제일 많았던 시기에 똑같은 방식으로 분석을 해 봤더니 결과는 거의 같이 나왔습니다.

◇ 박재홍> 소비, 패션?

◆ 신진욱> 95년, 94년 이 시기 때 똑같이 ‘지금 20대들은 회사에서 자기 주장하고 회식에는 부장님만 있고 땡 치면 집에 가고’ 이런 얘기가 똑같이 있었어요.

◆ 김성회> 저도 딱 그 X세대인데 72년생이니까 제가 진짜 시작입니다. 서태지랑 동갑이거든요. X세대인 건데. 그때도 저희가 사회 진출할 때 ‘저 건방진 녀석들’. ‘말 안 듣고 자기 개성 강하고’ ‘나는 내 마음대로 살 거예요’ 이게 X세대의 표상이었는데 지금 MZ세대랑 사실 구분 잘 못 하겠더라고요. 저희 때는 물론 무선이어폰은 없기는 했습니다마는 지금이랑 거의 비슷한. 지금도 보니까 이어폰 끼고 업무를 보시는.

◇ 박재홍> 저도 이어폰을 끼고 있어요.

◆ 진중권> 그러니까 그때부터 더 싸가지가 없어졌다 이거지. 날이 갈수록 더 싸가지는 없어진다. (웃음)

◆ 김성회> 진 작가님도 대학 다니실 때는 교수님들한테 버릇이 좋다는 말씀 못 들으셨을 것 같은데.

◆ 진중권> 그렇죠. 저도 그때 X세대를 만났잖아요. 그래서 후배한테 내가 토론하다가 ‘그래, 알았어. 내가 술 사줄 테니까’ 그랬거든? 그러면 ‘예 알았습니다’ 이래야 되잖아요. 그런데 ‘잠깐만, 수첩 좀 보고요. 스케줄 좀 보고요’ 그때 완전 충격 먹어서.

◇ 박재홍> ‘가자!’ 하면 가야 되는데?

◆ 진중권> 그렇죠.

◆ 김성회> 진 작가님도 별로 가자면 가는 후배 아니셨을 것 같은데.

◇ 박재홍> 본인도 안 갔으면서. (웃음)

◆ 진중권> 뭐냐 하면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달랐어요. 그래서 제가 ‘인간은 그래도 평등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걔는 ‘아니요. 왜 평등해야 되는데요?’ 그래서 제가 그때 충격받아서 ‘그래, 얘기하자. 내가 술 사줄게 가자’ 했더니 ‘잠깐만요, 스케줄 좀 보고요’ 그때 아, 이렇게 다르구나.

◆ 신진욱> 진중권 선생님께서 조금 전에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옛날에는 ‘나는 싫다’ 이런 말을 못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게 지금 제가 ‘그런 세대는 없다’라는 제목을 지은 것이 ‘세대는 없다’는라는 뜻도 포함돼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세대에 따른 특성이나 차이 이런 것들은 분명히 있는데 그걸 우리 사회가 올바로 이해를 하도록 노력을 해야 되는데 지금 MZ세대는 자기 생각만 하고 소비 세대고 이렇게 얘기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청년 세대는 다 비정규직이고 실업자고 이렇게 얘기를 해요. 모순이잖아요.

세대에 대해서 여러 가지 모순되는 이미지 같은 것들을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걸 통해서 오히려 세대 특성을 이해를 못하게 되는 측면이 있는데 지금 그 X세대라고 이야기한 그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70년대 출생 세대부터 지금 청년들까지 개인주의화, 문화적인. 이게 그 이전 세대하고 이렇게 갈라지는 그 측면이 있습니다.

◆ 김성회> 그건 확실히 갈라지는 거군요.

◆ 신진욱> 그런 세대 특성이 있는 거죠.

◆ 진중권> 한편으로 우리가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 산업 이후 사회로 진격하고 그다음에 산업화에서 정보화로 넘어가고. 그것 때문에 오거나제이션, 조직이 아니라 네트워크형으로 가고. 조직은 집단인데 네트워크는 사실 개인들의 연결이잖아요. 이런 거고. 그다음에 옛날에 생산자본주의였고 우리는 그때 생산이 미덕이었고 그런데 지금은 소비자본주의고. 옛날에는 생산라인을 마비시키는 정치활동은 파업이었는데 요즘 불매운동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분명히 우리 사회의 변천에 따른 사회상의 변화가 사람들 몸속에 기입이 돼서 나타나는 현상이 분명히 있는 건데 그게 X세대 때부터 이미 나타났던 거고 그게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 신진욱> 한 30년 동안 계속 진행되어 오는 어떤 과정들이 있는 거죠.

◇ 박재홍> 최근 MZ노조가 만들어졌어요. MZ세대 노동자들이 기존 기성노조에 반발해서 MZ노조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걸 보면서 꼭 세대담론이 무용하지는 않다, 이렇게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교수님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 신진욱> 그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세대적인 특성을 우리가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세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같은 걸 잘 벗겨내야겠죠. 그리고 세대 내에서의 차이와 다양성. 이게 저희가 제일 중요한 부분이에요. 세대에 대한 어떤 단순한 인식, 고정관념, 이런 걸 넘어서야만 예를 들면 ‘젊은 세대다’ 아니면 ‘중년 세대다’ 그 세대 내의 여러 가지 사람들의 삶의 조건과 이런 걸 이해를 할 수가 있는 거거든요.

이게 한 지난 100년 동안 사회학적인 세대 연구가 시작된 지 지금 정확히 100년 정도 됐는데요. 100년 전부터 가장 중요한 전제가 세대는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을 해야 됩니다. 이런 측면이에요. 그래서 지금 MZ노조 말씀하신 부분도 그런 관점에서 제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첫 번째로는 정부에서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기성세대가 노조로 기득권을 차지하고 그걸 안 놔주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지금 빈곤하고 비정규직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제가 이걸 분석을 해 봤어요, 그래서. 연령대별로 노조 조직률을 분석해 보면 30대가 50대보다 더 높습니다. 그리고 전체 노조원 중에서 어떤 연령대가 몇 퍼센트를 차지하냐를 봤을 때도 30대가 50대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요. 그리고 최근에 서베이나 이런 걸 통해서 조사한 걸 보면 ‘나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 노조가 중요하다’ 이거에 대해서 젊은세대로 갈수록 그러니까 나이가 젊어질수록 그렇다라는 응답이 더 많고요.

◇ 박재홍> 필요성을 느낀다.

◆ 신진욱> 가능하다면 노조에 가입하고 싶다는 응답도 젊은층으로 갈수록 더 높습니다. 그러니까 기성세대가 노조원이고 젊은 세대가 그 기성세대 노조원들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이런 구조라기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젊은층들이 노조를 중요시하고 그런 측면이 더 많은 거죠.

◆ 진중권> 이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젊은 세대들 같은 경우에는 이른바 민주노총 또는 한노총도 있지만 주로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어떤 집단주의 문화. 그다음에 갑자기 미군 철수 이런 얘기하는 정치 투쟁. 그다음에 그 내에서 사실 낡은 관행들이 있잖아요. 그들이 볼 때 이해하지 못하는. 이런 부분에 대한 반발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사실 정부 측에서 뭐라고 하냐 하면 대립시켜서 싸움을 붙이는 그런 방식으로 악용하는 측면이 있죠.

◆ 신진욱> 그런 부분도 세대적인 측면이 있기도 해요. 그래서 특히나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더 많은 부문이 있거든요. 이것도 자세히 봐야 되는 게 금속노조나 이런 부문을 보면 50대 이상의 비율이 특별히 높은 영역이고요. 사무직이나 이쪽으로 가게 되면 확실하게 20대에서 40대까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고연령층이 많은 노조 부문에서는 특히나 젊은 세대 노동자들, 노조원뿐만 아니라 노동자들과의 소통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그에 대한 연구나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그건 극복할 것이 많다라는 그런 방증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그런 면이 있고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게 세대 문제만이 아니라 기존의 노조운동이나 노동단체들 내에서 이미 방금 말씀하셨던 그런 이념적인 측면과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보이는 그런 흐름들이 공존해 왔어요.

◇ 박재홍> 정치 얘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이제 정치에서도 청년 정치 얘기 굉장히 많이 하고 세대 담론 얘기 많이 하고 이게 어떤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중요한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담론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면 소위 MZ세대들의 정치 어젠다 관심 있는 것과 다른 세대와 차이가 나는 게 있습니까?

◆ 신진욱> 차이가 발견이 되죠. 정치적인 관심도하고 또 정치적인 관심 대상을 나눠서 한번 생각을 해 보면 정치적인 관심도 측면에서 이런 얘기들 종종 듣게 돼요. ‘요즘 젊은층들이 정치에 관심 너무 없다’

◇ 박재홍> 관심 없다, 투표 안 한다.

◆ 신진욱> 그래서 이것도 제가 분석을 해 봤습니다.

◇ 박재홍> 정말 투표 안 하나?

◆ 신진욱> 전 세계적으로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투표율이 낮습니다. 그래서 그거는 한국의 젊은이들의, 또 특히 지금 청년들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고요.

◇ 박재홍> 원래 다른 나라도 그렇고요?

◆ 진중권> 우리도 옛날부터 그랬어요.

◆ 신진욱>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투표라고 하는 건 상당히 제도화된 정치 참여 방식인데 그거 외에 다른 다양한 방식의 정치 참여를 젊은층들이 많이 합니다. 투표 안 한다고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아니고요. 다른 방식으로 정치에 관여를 하는 건데 지난 10여 년 동안 투표율을 놓고 봤을 때 투표율의 증가폭이 가장 높은 게 젊은층이에요. 20~30대가 그 윗세대보다 훨씬 높은 폭으로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투표율이 높아져왔거든요.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이게 뚝 떨어졌죠. 그러니까 이게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고 효능감도 높아요. 높았는데 여야 정치권 모두에 굉장히 실망이 큰 상태다. 그래서 제가 10년 전에 청년층이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하고 지금 청년층이 그 응답을 한 비율을 비교를 해 봤더니 지금 청년층이 지난 대선 이후로 지지 정당, 지지하는 정치인 없다는 비율이 훨씬 더 높습니다.

◆ 김성회> 관심은 있는데 실망했다고 봐야 되는 것인 거죠?

◆ 진중권> 꼭 청년층만의 현상도 아니잖아요.

◆ 신진욱> 그렇죠. 그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 박재홍> 그러면 그분들을 유입하거나 관심 갖게 하려면 뭘 바꿔야 됩니까? 아젠다를 바꿔야 됩니까, 관점?

◆ 신진욱> 2021년 보궐선거가 굉장히 중요한 선거이지 않았습니까? 그때 이미 한쪽에서는 반페미니즘 이걸 이슈화해서.

◇ 박재홍> 서울시장 선거 말씀이시죠.

◆ 신진욱>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시작을 했죠. 대선 때만큼 본격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런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 직후에 오세훈 시장에 투표를 한 20대 남성들에게 왜 투표했냐를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제가 입수를 했습니다. 봤더니 60% 이상이 ‘일자리나 주거문제 이런 것들이 우리한테 너무 중요한데 그에 대해서 말만 하고 관심이 없는 민주당이 너무 싫다’

◇ 박재홍> 효능감이 없었다?

◆ 신진욱> 그렇죠. 일자리, 소득 불안 그다음에 주거문제 그리고 부채문제 굉장히 심하고요.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경제적인 불안 이런 것들이 지금 여러 조사를 봤을 때 청년층들의 가장 압도적인 관심사예요. 그런데 이 측면에서 신뢰할 만하다는 정치세력이 지금 없는 거죠, 청년들한테. 그래서 지금 반페미니즘이나 이런 백래시 이슈를 가지고 일시적으로 증폭을 시킬 수는 있었는데 여러 서베이 결과를 봤을 때는 이게 정말 나한테 중요하다고 응답하는 청년층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준석 전 대표가 세대포위론이라는 선거전략도 만들기도 했는데 그럼 오히려 세대포위론 전략보다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에게 좀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정치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판단을 하십니까?

◆ 신진욱> 장기적으로 그렇겠죠.

◇ 박재홍> 장기적으로 그렇다?

◆ 신진욱> 세대포위론이라는 게 상당히 흥미로운 87년 민주화 이후에 주목할 만한 어떤 순간이었어요, 제가 봤을 때. 왜냐하면 87년 이후부터 이미 세대에 따른 ‘젊을수록 진보’ 이런 성향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출신 지역에 따른 균열을 압도할 정도로 커지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초반이에요. 노무현 대통령 당선되던. 그때 이후로 기존의 출신 지역주의하고 이런 세대에 따른 균열이 중첩이 되기 시작하거든요. 최근의 일은 아닌 것인데. 그런데 이게 지난 대선 때 깨진 거죠. 20대, 30대가 갈라지는 거예요.

◇ 박재홍> 그러니까 20~30대가 균일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거나 어떤 어젠다에 동일한 의사를 표현하는데 그게 성향이 많이 달라졌죠?

◆ 신진욱> 달라졌죠. 불확실성이 커진 거지 않습니까? 예전의 20~30대가 보수화됐다고 볼 수 없어요.

◇ 박재홍> 그런가요?

◆ 신진욱> 그렇다고 계속 ‘사실은 진보다’ 이것도 아니에요. 내부에서 여전히 굉장히 유동적이고 이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 쪽이건 국민의힘 쪽이건 40대는 국민의힘이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 바꿀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리고 60대 이상에게 민주당이 아무리 애쓴다 해도 그렇게 가성비가 크지 않거든요. 그런데 20~30대는 지금 불확실하고 유동성이 크니까 양쪽에서 ‘이걸 잡아야겠다’ 이렇게 해서 들어가는데 정작 이 세대 다수가 이거 제발 좀 해 달라는 걸 진지하게 갖고 들어가는 정당은 없는 상태예요.

◆ 김성회> 여론조사 결과를 저도 그때 당시에 쭉 보면 20~30대 청년들이 어떻게 됐거나 40~50대 민주당, 진보적이라는 인사들보다도 생각에 있어서 훨씬 진보적이고. 예를 들어 여성주의라든지 전반적인 모든 경향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단지 우리는 무조건 민주당을 찍을 생각은 아니다라는 정도로 입장이 후퇴해 있는 것을 40대가 보면서 ‘너희들은 보수구나’라고 선언한 상황이 아니었나, 저는 그렇게 관측하고 있거든요.

◆ 신진욱> 저도 정확히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20대, 30대가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문재인 정부 앞에 한 3년 반 정도 3040으로 많이 묶였거든요.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하고 20년 총선 때도 그렇게 나타났고요. 또 그중의 많은 시기는 30대가 40대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율이 더 높은 적도 많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크게 한번 흔들릴 수 있다라는 걸 보여준 거죠.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고 나서 다시 어느 정도 전통적인 세대 균열로 지금 돌아가 있는 상태입니다.

◇ 박재홍> 윤석열 정부가 그 어려운 걸 해낸 겁니까?

◆ 신진욱> 가장 최근 몇 주 동안에 갤럽이라든지 정당 지지율 분포를 봤더니 20대, 30대의 국민의힘 지지도가 40대하고 큰 차이가 없어요. 그리고 50대가 60대 이상으로 상당히 가깝게 붙어 있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말씀하셨던 걸 정확히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지금 20대, 30대는 여러 측면에서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민주당을 찍어준다는 뜻은 아니다.

◆ 김성회> 제가 31살 때 노사모 들어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이렇게 지내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는 기간까지 정치적 충격들이 있었던 포인트들이 많이 있어서 제 또래들은 그렇게 한번 묶인 사람들은 사실 정당을 바꾸기가 굉장히 어려운 거고 저는 이제 정치를 하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그렇지 않더라도요. 그런데 지금 20대에게 있어서는 그런 종류의 이벤트로 정치적으로 묶여 있지 않고 오히려 세월호라든지 이런 국가가 국민들을 지켜주지 못한 상태에서 도대체 나는 누구를 따라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지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신진욱> 정치사회학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거나, 지지 정당이 없다는 그 유권자층을 두 범주로 나눠서 보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정치 무관심층이고요. 다른 쪽은 무당파 유권자층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무당파적이지만 전략적으로 투표를 하는 층들이 있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스윙보터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신진욱> 스윙보터이기도 하고요. 그중에서 특별히 정치 고관여층이나 정치에 대한 정보나 관심 이런 것들이 너무 많아서 특정 정당을, 나는 무조건 하여튼 선거하면 민주당 이렇게 안 찍고 어떻게 하는지 보자. 이게 정당에게는 가장 긴장되게 만드는.

◇ 박재홍> 저희 한판승부 애청자들이 그런 분들이 많아요.

◆ 신진욱> 그러시군요. (웃음)

◆ 김성회> 그렇게 놓고 봤을 때 사실 국민의힘은 어쨌거나 청년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활발해 보이는데 민주당은 아직 꽉 막혀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청년 정치인은 어떤 사람들, 어떤 분들을 불러들이고 정치에서 어떻게 같이 움직여야 될지 대해서 교수님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 신진욱> 제가 민주당하고 국민의힘 내부 사정은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좀 더 넓은 틀에서 한번 본다면 어떤 개인이, 1명이 아니라 몇 명이라 할지라도 그때그때 단기적으로 상징적인 임팩트가 있는 개인이 소비되거나 개인이 어떤 기존의 구조 안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데 성공한 거죠. 이걸로는 저는 정치의 세대교체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거든요.

◇ 박재홍> 그게 혹시 이준석 전 대표를 연상하면 됩니까?

◆ 김성회> 오히려 박지현 위원장이.

◆ 신진욱> 그런 것 같습니다. 이게 어떤 세력의 교체가 필요한 것이고 두 번째로는 그 세력이 내용적으로 새로운 비전을 담지한 측면이 있어야 되는 거고요. 세 번째로는 이 사람들에게 실제로 권력을 부여할 수 있는 독자적인 지지층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이 세 가지가 구비가 돼야 되는데 저는 이준석 전 당대표나 이런 분들은 어느 정도의 좀 일정한 지지층 이런 건 확보를 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비전이라든지 내지는 보수 정치 내에서 기존의 구조를 뭔가 흔들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 데 성공했느냐. 좀 회의적인 거죠. 그에 비해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이런 경우는 그 세 가지 요소 모두 상당히 약했던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이게 좀 더 사회 영역. 제가 정치사회학자이기 때문에 사회 영역까지 내려가서 본다면 제가 오랫동안 지금 관심을 갖고 작업을 연구를 해 온 부분들이 2010년대 초반 이때부터 다양한 의제의 영역에서 청년운동 또 청년정책의 영역, 또 청년 여러 가지 단체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합니다. 그래서 의제의 대표적인 영역이 노동운동 그다음에 페미니즘, 아시다시피. 기후 이슈 있고요. 그다음에 부채, 주거 이런 핵심적인 영역들이에요. 거기서 청년들이 주체가 돼서 단체를 만들고 지자체에 정책을 건의하고 그걸 관철시키고 이런 과정이 10여 년 동안 이루어졌는데 그걸 통계적으로 다 분석을 해 보면 그 조직의 생태계 이런 것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밀도가 높아지는 이런 것들이 보이거든요.

상당한 우리 미래의 인력풀인 거예요. 잠재적인 리더십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전국적인 인적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고 이 사람들이 결집해서 뭔가 이런 제도 정치의 기존의 중심의 구조들을 바꾸는 힘으로 전환이 못 되고 있다. 이런 어떤 사회적인 변화와 제도정치 영역에서의 지체 사회의 간극이 상당히 깊은 상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586 퇴진해라 이런 구호만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세력 교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어야 되고 비전과 지지층이 결집돼야 되는.

◆ 진중권> 희망이 좀 생기네요. 왜냐하면 진보라는 게 옛날에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하고 그리고 학생운동이었지 않습니까? 이 세 가지가 다 초토화된 상태 속에서 지금 새로운 풀이 생겼다는 게 그래도 희망적이네요.

◆ 신진욱>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제가 이걸 시민사회의 장이라는 개념으로 요새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개별 어떤 단체나 부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본다면 지난 20년 동안 이 장이 굉장히 커져서 민주화 이후에 민주화운동을 계승한 시민운동, 노동운동, 학생운동 세력들. 이 세력들의 상대적인 위치가 과거보다 훨씬 더 작아요. 이게 어떤 변화에 잠재성들이 있는 거죠.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런 변화를 위해서 한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뭔가 함께 연대하고 회복하는 거버넌스 이런 것도 새롭게 필요해 보이기는 합니다.

◆ 신진욱> 그런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교수님 말씀은 굉장히 온유한 강의를 듣는 것 같아서. 쏙쏙 들어왔습니다. 다시 한 번 모시면 좋을 것 같은데. 일단 오늘의 특강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런 세대는 없다를 쓰신 분이죠. 중앙대 사회학과의 신진욱 교수님, 고맙습니다.

◆ 신진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