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1/6(금) 김영민 “당신의 허무한 인생, 덕질이 구원하리라“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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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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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박재홍>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함께하고 계십니다. 2부 한판클라스 시간인데요. 오늘 한판인터뷰에서는 마음 공부를 하겠습니다. 최근 인생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내신 분이세요. 이분을 섭외했다고 하니까 타방송 제작진들이 도대체 어떻게 섭외를 했냐. 하고 물어서 비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의 김영민 교수를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김영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재홍> 진 작가님, 김 소장님.

◆ 진중권> 안녕하세요.

◆ 김성회> 안녕하세요.

◇ 박재홍> 우리 김 소장님이 팬이셨더군요.

◆ 김성회> 저도 그렇지만 저도 물론 그렇고 제 아내가 엄청 팬이라서 가서 뵙는다고 하니까 정말 부러워하더라고요.

◇ 박재홍> 그래서 오늘은 김영민 교수님과 책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책 제목이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인데 허무, 이게 허무하다 이런 얘기 너무 쉽게 하지 않습니까? 허무, 이게 책의 주제로 잡기 굉장히 어려운데 어떻게 허무라는 얘기로 책 제목을 잡게 되신 건지.

◆ 김영민> 이를 테면 인생을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허물. 이런 건 좀 그렇잖아요.

◇ 박재홍> 허물?

◆ 김영민> 허무, 이건 사실은 워낙 보편적인 주제라서 언제든 책을 쓰고 싶은 주제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하필 이번에 내게 된 건 그걸 적극적으로 출판사 대표께서 적극적으로 그분의 어떤 개인적인 문제하고 연결이 돼 있는지 적극적으로 원하셨어요, 이 타이밍에.

◇ 박재홍> 허무의 주제에 대해서.

◆ 김영민> 그래서. 그런데 워낙 보편적인 주제라서 어느 시점에 써도 되는 책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또 그건 외적인 계기가 있다 보니까 이번에 어떻게 또 책을 내게 됐습니다.

◆ 김성회> 그럼 허무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로 하시고 글을 써 가신 건가요, 아니면?

◆ 김영민> 그렇죠. 책 기획 자체는 꽤 오래전에 됐고요. 계속 이제 글을 써가면서 머릿속에 구상을 하고 거기 맞춰서 이제 연재하는 곳에다 글을 쓰기도 하고 나중에 그걸 다시 또 재구성하기도 하고 사실 구상 자체는 꽤 오래됐죠.

◆ 김성회> 제가 책을 요즘 보고 있는데 제 후배가 지나가다가 형님, 요즘 힘드세요.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제목을 보고는 뭔가 제가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서 이 책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모양인데 저는 사실 경쾌하게 읽었거든요, 책 자체는.

◆ 김영민> 그 책이 그런 용도가 있습니다. 제목도 크게 잘 보이잖아요. 직장상사 앞에서 그걸 읽고 있으면 무언의 시위의 효과도 있고 여러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 박재홍> 사표를 연대해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것들. 또 혹은 부사장이 들고 있으면 우리 부장이 힘들구나 이런 메시지.

◆ 김성회> 아니, 진짜로 걱정을 하면서 물어보더라고요. 왜 그런 책을 읽는지.

◆ 김영민> 주변 사람들이 긴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허무가 사실은 나이 들었다고 허무한 것도 아니고 어린 나이도 허무할 수 있지 않습니까? 허무, 허무 이 강도 계기가 다를 것 같은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무엇에 따라 달라지는가 통찰을 해 본다면? 허무의 계기.

◆ 김영민> 아니, 저는 꽤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봐서 누가 허무하지 않다고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끔 불안한 마음에 이렇게 보게 되더라고요.

◇ 박재홍> 그 사람에 대해서. 정상인가?

◆ 김영민> 그래서 저대로 두면 저렇게 살 수 있으면 괜찮기 때문에 뭐라고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이게 꽤 보편적인 인간 조건이기 때문에 이걸 너무 도외시하다 보면 오히려 어느 순간 잠식당할 위험이 저는 있다고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게 피할 수 없는 인간 조건 같은 거라면 어쨌든 잘 응시하는 일이 필요하고.

◇ 박재홍> 허무에 대해서.

◆ 김영민> 그래서 제가 반대하는 입장이 있다면 이를테면 두 가지입니다. 인생은 전혀 허무하지 않다는 입장.

◇ 박재홍> 너무 긍정왕.

◆ 김영민> 허무하지 않다는 것도 사실 부정적일 수 있는데 허무하지 않다는 입장과 허무하니까 막 살아야겠다, 이 두 입장 다 반대하고 사실 허무를 잘 응시함을 통해서 사실은 꽤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제 입장에 가깝습니다.

◇ 박재홍> 진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허무에 대한 입장.

◆ 진중권> 책을 보니까 저도 사실 다뤘던 주제가 있더라고요. 옛날에 뭐죠? 구상의 여건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제가 1997년에 저도 약간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때는 뭐였냐면 약간 죽음의 공포 같은 거였거든요. 그런데 한참 젊을 때잖아요. 하필 내가 살던 기숙사 옆이 클리닉이었어요. 병원인데 갑자기 한밤중에 큰 울음소리가 들려요. 딱 보면 가족 중에 누구 하나가 죽은 거예요. 그거를 이제 계속 한 일주일에 한 번씩 그걸 겪다 보니까 그냥 죽음이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책을 보니까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러면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지? 모든 것들이 사실 의미가 아예 없어지는 그 순간이 있더라고요. 그런 체험을 한번 했던 기억이 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건 허무를 잘 직시하고 잘 안고 살아가야 된다 이런 말씀과도 맥락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이 허무를 잘 다루는 것 욕망을 잘 다룬다, 이런 주제와도 연결될 것 같아요. 교수님은 어떤 해법을 말씀해 줄 수 있을까요?

◆ 김영민> 저는 이제 사람들 어떤 해법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 좀 부정적이에요. 부정적이고 그런 사람은. . . 무슨 자신감으로.

◇ 박재홍> 무슨 자신감으로.

◆ 김영민> 이해할 수 없어요. 이해할 수 없는데 그냥 제 개인적으로 보자면 이게 본인이 과도한 욕심을 내는 걸 조절하는 데는 분명히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예컨대 지금 박재홍 아나운서가 잘 나가니까 이게 내가 100년 동안 금자탑을 쌓겠다, 이런 생각을 자칫 할 수 있거든요.

◇ 박재홍> 자칫?

◆ 김영민> 나 죽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 사실은 훨씬 더 현실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겠죠. 그래서 많은 경우 굉장히 자기 주장을 진리마냥 강변하거나 아주 굉장히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 보면 그걸 말을 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그래도 죽을 텐데 저렇게까지,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해 보기도 하고 그리고 제 경우에도 그렇죠. 제 경우도 어떤 생각이나 계획을 하거나 그럴 때 이걸 상기하는 게 좀 덜 미쳐 날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박재홍> 시간.

◆ 김영민> 자기가 필멸자라는 걸 알면 그걸 좀 인지하게 되면 아무래도 좀 여러 가지로 자존심이 생기지 않을까.

◆ 진중권> 메멘토 모리.

◇ 박재홍> 메멘토 모리.

◆ 진중권> 죽음을 기억하라.

◇ 박재홍> 그래서 간밤에도 착실하게 늙어갔다. 이 문장이 굉장히 좀 좋았어요.

◆ 김영민> 사실은 박재홍 아나운서를 오랜만에 사실 보는데 상태가 꽤 좋습니다. 그래서 놀라운데.

◇ 박재홍> 그렇습니까?

◆ 진중권> 안 허무한 것 같아요. 과도하게 안 허무한 것이 아닌가.

◆ 김영민> 보통 사람들은 굉장히 착실하게 노화를 겪고 있는데.

◇ 박재홍> 염색했습니다, 교수님.

◆ 김영민> 뭐 드시는 거라도 있습니까?

◇ 박재홍> 염색, 염색, 염색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한 말로 호모 뷸라라는 책 구절. 인간은 거품이다 저는 그 말이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어요. 거품 같은 인생,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 겁니까? 인생은 왜 거품인가.

◆ 김영민> 아니, 이상한 말씀 어떻게 거품이 아닐 수가 있는지를 묻게 돼요. 왜냐하면 어떤 것들은 시간 속에서 체험을 하기 때문에 결국은 시작과 끝이 있기 때문에 다 거품일 수밖에 없고. 인간이 만든 문화라는 것도 결국은 다 한계가 있는 것들이죠. 그런데 그 거품이라는 것도 그렇게 꼭 나쁜 거라고 보지는 않는 건 사실은 지금 말씀하신 책의 이미지 확장판이라고 부르는 굉장히 큰 책을 추가로 하고 있어요.

◇ 박재홍> 인생의 허무를 보다.

◆ 김영민> 거기 서문을 새로 썼는데 거기 서문하고 그림을 300몇 십 장정도 더 추가하고 그림 해설까지 다 달았는데요. 인간의 문화라는 것도 결국은 거품이 모여서 만든 큰 바다 같은 거라고.

◇ 박재홍> 거품이다 챕터에 사진이 나옵니다, 교수님. 저 아기가 거품을.

◆ 김영민> 저런 그림이 300몇십 장 정도 돼요.

◇ 박재홍> 300몇 십 장.

◆ 김영민> 굉장히 편향이 커요.

◇ 박재홍> 그걸 사시랍니다, 여러분.

◆ 김영민> 그래서 결국은 저런 거품들이 모여서 만든 문화 속에 사는 게 인간의 조건이고 그런 거기 때문에 거품이라는 것도 꼭 그렇게.

◇ 박재홍> 나쁜 게 아니다?

◆ 김영민> 거품 목욕 이런 것 좋잖아요.

◆ 진중권> 저거 미술사에서 바니타스 심볼라고 하거든요.

◇ 박재홍> 또 우리 진 작가님 미학적으로.

◆ 진중권> 바니타스가 헛되다라는 뜻이거든요. 허무하다. 대표적인 게 인생이잖아요. 톡 하면 펑 하고 터져서 사라져버리잖아요. 그거랑 또 하나가 모래시계거든요. 모래시계 계속 모래가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가끔가다 저도 강의를 하는데 여러분들의 몸 자체가 모래시계입니다. 모래가 지금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죠.

◆ 김성회> 이 책에서도 100만 개의 피부세포가 떨어져나가면서 먼지를 쌓고 있다는 구절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 김영민> 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얘기입니다.

◆ 김성회> 굳이 서자의 말을 인용해서 저는 보면서는 저는 서경식 교수님이 썼던 그 프리 모 레비의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서양미술 순례기와 동시에 어떤 그 그림을 통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되게 재밌게 읽었거든요. 그런데 서경식 교수가 상대적으로 더 우월한 허무라고 하면 교수님의 글은 훨씬 더 허무에 대해서 말씀을 하고 계시지만 좀 발랄한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런데 저는 그림을 볼 줄 아는 분들을 보면 되게 부러운데 저는 또 300개의 그림이 들어간 편향이 있는지 몰랐는데 이 그림을 보고 이것으로 철학적 사고를 하고 이런 것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원래부터 좋아하셨던 건지 아니면 별도로 공부를 하셨는지도 되게 궁금했어요.

◆ 김영민> 일단 좋아한 지는 꽤 오래됐고요.

◇ 박재홍> 그림을.

◆ 김영민> 그리고 제 분야를 세부 분야를 굳이 물으면 보통 사상사, 지성사 영어로 인텔리젠스 히스토리라고 부르는 분야인데 이게 대상이 되는 게 꼭 텍스트만이 아니라 이미지를 포함 굉장히 넓은 소스를 다룹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는 것 자체는 그냥 제 업하고도 꽤 관련이 있는 일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즐거운 일이에요. 그래서.

◇ 박재홍> 그림을 보는 게?

◆ 김영민> 그림을 보는 게. 그래서 아까 여기 덜 어둡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허무하니까 혹은 허무함에도 불구하고 삶을 잘 향유할 수 있다라는 저는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역시 즐거운 일을 해야죠. 그런데 저한테는 굉장히 즐거운 일 중 하나라서 이미지 모으고 그렇게 즐기고 그러는 것은 저한테는 거의 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 박재홍> 교수님, SNS를 보면 오늘의 그림이라고 하나씩 올리시잖아요.

◆ 김영민> 매일 한 장씩 그림을 올리는 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 제가 보고 싶어서 그 루틴으로 만드는 게 저는 매일 한 장 이렇게 좀.

◆ 김성회> 그런 걸 보려면 그림 속에 등장하는 물건들에 대한 약속 이런 기호들도 전부 다 이해를 하고 있어야 되기도 할 테고 역사적 맥락에서도 그렇고.

◆ 김영민> 특히 소위 말하는 전근대 그림들이 그런데요. 그것도 약간 구력이 쌓이면 같은 상징들이 반복되고 변주되고 그렇게 때문에 그렇게 숙제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 진중권> 아까 허무의 어떤 효용에 대해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사실 저도 가끔 느낀 게 옛날에 제가 인터넷 워리어였을 때 인터넷 전사였을 때.

◇ 박재홍> 지금은 아니세요?

◆ 진중권> 치열하게 싸우다고 3일 동안 바빠서.

◆ 김성회> 지금은 페이스북 워리어죠.

◆ 진중권> 바빠서 3일 동안 안 들어왔다가 다시 들어와 보면 내가 여태까지 뭘 했던 거지.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하찮아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지 않습니까? 너무 정치 과몰입된 것 같아서.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 김영민> 글쎄요. 저는 정치에 대한 여러 태도가 있을 수 있겠는데 좀 경계하고 싶은 건 일희일비에 대한. 왜냐하면 한국처럼 이렇게 소위 말하는 업다운이 심한 사회에서는 일희일비하다 보면 아마 신경이 거의 남아나지 않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있어서 정치에 대해서 논할 때도 지금은 호흡보다는 장기적인 호흡으로 열어놓으니 일을 할 필요가 있고 당장 벌어진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얘기할 때 거기에 대한 어떤 대응이 갖고 올 즉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이게 좀 더 장기적인 시야에서 뭐를 우리가 쌓기 위해서 이걸 해야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꼭 좀 동반됐으면 좋겠어요. 그러지 않으면 말 그대로 일희일비하다가 말 그대로 허무감에 지칠 수 있기 때문에.

◇ 박재홍> 저희 시사프로그램 중에 매일 일희일비하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 김영민> 매일 하시는.

◇ 박재홍> 매일 일희일비하고 있어요.

◆ 김영민> 그런데 이거 역시 저는 아마 즐거워서 하시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러니까 왜냐하면 정치도 그렇지만 이게 보상이 계속 유예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 박재홍> 보상이 유예되는 거?

◆ 김영민> 그러니까 그 얘기는 뭐냐 하면 하는 순간이 즐겁고 과정이 즐거워야지. 그건 그 순간 보상이 이뤄지는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너무 하기 싫고 괴로운 일을 갖다가 먼 미래에 엄청난 보상이 있을 것처럼.

◇ 박재홍> 좋은 날이 올 거야.

◆ 김영민> 그거는 사람들한테 결국에 가서는 거대한 허무감을 불러온다고 보는 입장인데 왜냐하면 그런 보상이 잘 주어지지 않고 그리고 실패하고 그리고 어떤 보상도 효용이라는 게 오래가지 않습니다. 예컨대 대학 입시 같은 것도 그렇잖아요. 학생들 거의 잡잖아요. 너희 대입 망치면 인생 끝난다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먼 미래의 보상을 유예하다가 대입에 실패하면 굉장히 괴롭겠죠? 그러면 성공하면 행복하냐. 한 길어야 6개월 행복할 걸요. 아마. 바로 거기에 대한 반대급부고 자신이 고생했던 것에 대해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다고 생각하면 엉뚱한 데서 보상을 찾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니까 제가 볼 때는 그렇게 보상을 너무 지연시키는 식의 어떤 허한 약속이나 동원, 이런 걸 좀 경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 김성회> 저는 보면서 인상 깊었던 대목이 시간에 대해서 정의하시는 부분. 필멸자. 결국 죽는 존재이지 않습니까? 저 같은 경우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만 나이로 바꿔줘도 50이 되어 버린 순간이 되니까 이제는 딱 반이니까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제 아무리 용 써봐야 지금 산 것만큼 살기가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뭔가 꺾어진 듯한 느낌? 그러면서 이 시간이 나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경험 시간이 나에게 남아 있지 않구나라는 느낌이 점점 다가오는 기분이 드는데 필멸자에 대한 이야기 또 사람마다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시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떤 게 더 현명한 겁니까라고 물어보라 그랬더니 현명한 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답변하셔서.

◆ 진중권> 김 소장님, 그건 리드메이지 크라이시.

◇ 박재홍> 중년의 위기가.

◆ 김영민> 책 진지하게 읽으신 것 같아요.

◇ 박재홍> 약간 성경처럼 읽으신 것 같아요, 줄 치면서.

◆ 김영민> 기본적인 입장은 각자 인생은 각자 알아서 각자 알아서 망치라는 입장인데.

◆ 김성회> 저도 그 뜻이에요. 그런데 질문을 하려다 보니까 어떻게 보시는지 좀 궁금했어요.

◆ 김영민> 그런데 이 책에서 주 레퍼런스로 삼은 게소동파 소식이라는 송나라 때 문인이죠. 우리가 중국집에 가면 동파육이라고 그 레시피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인물인데 적벽부에서 이 주제를 다룹니다. 그런데 여러 대답이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대답 중의 하나가 중년의 위기가 됐든 아니면 허무감이 됐든 그거조차도 관점의 산물이라는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허무조차도 일정한 관점의 산물이기 때문에 굉장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여러 가지 복수의 관점을 갖다가 바꿔가면서 운영할 수 있는 약간 융통성 있는 능력? 그게 사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굉장히 본인이 갖고 있는 특정 관점을 갖다가 절대 하는 것보다는 여러 관점을 갖다 두루 살필 수 있는 것이 정치에서도 중요할 텐데 심지어 허무에 관련해서도 저희가 신이 아니라 신의 관점을 취하기가 어려우니까 허무감이라는 것도 철저하게 인간이 주는 특정 관점의 산물이라는 것 저는 꽤 동의할 수 있는 견해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정치 얘기를 하는 프로그램에서요.

◆ 진중권> 정치가 진짜 허무한 게 그렇지 않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그렇죠. 막 막 열광을 해서 어떤 후보를 찍어놔요. 그런 다음에 한 1년쯤 지나면 그를 찍은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

◇ 박재홍> 교수님, 교수님이.

◆ 진중권> 이것의 반복이지 않습니까?

◇ 박재홍> 정치인에 대해 쓰신 구절이 있습니까?

◆ 진중권> 그래서 저는 쓰신 게 정치외교학과라서 이 책을 쓰신 건지라는 생각까지도 했는데.

◆ 김영민> 진 선생님이 말씀을 하셨듯이.

◆ 진중권> 정치적 기대가 크잖아요.

◆ 김영민> 사람들이 실망과 기대를 반복을 보통 안 해야 정상인 거잖아요. 몇 번 반복되면 포기해야 된다.

◇ 박재홍> 내려놔야 되고.

◆ 김영민> 그래서 속으로 갖고 있는 가설 중의 하나는.

◇ 박재홍> 교수님께서.

◆ 김영민>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기대 안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런데 기대를 막 하는 척하고 대단히 실망하고. 이것이 갖는 어떤.

◇ 박재홍> 좋은 학설이에요.

◆ 김영민> 퍼포먼티브한 쾌감 같은 게 있거든요.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굉장히 큰 기대를 하는 것처럼 얘기하다 실망하고 이걸 반복하는 데서 오는 어떤 묘한 중독성, 쾌감이 있나? 왜냐하면 진짜로 그렇게 허탈하고 괴로우면 기대 수위를 낮추는 게 꽤 자연스러운 반응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편이라서 사실은 그렇게까지 안 괴로운가보다. 그냥 가설입니다.

◆ 진중권> 그럴 수도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서 계속 기대를 갖고 다시 또 반복되고 이러한 모습을 봤을 때 그런데 교수님이 정치인에 대해서 쓰신 걸 보면 누가 미숙한 정치인인가 선한 의도를 과시한 나머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한 정치인이 아닐까. 굉장히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신 거죠, 그러니까?

◆ 김영민> 모든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의도가 결국은 정치의 시작과 끝이라고 보는 입장에 대해서는.

◇ 박재홍> 선한 의도가 다는 아니다?

◆ 김영민>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꽤 예전부터 얘기돼 온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인생 전체가 아이러니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 아이러니가 더 극적으로 구현되는 곳이 정치의 장이기 때문에 나는 선하니까 선한 의도를 가졌으니까 잘 될 거야 이 생각 자체는 정치의 아이러니가 없다는 주장하고 거의 동의어기 때문에 꽤 동의하기 어려운 주요 자질 중의 하나는 그 아이러니를 잘 마주하고 컨트롤하고 잘 채널링하는 게 잘 중요한 사실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편이죠.

◇ 박재홍> 우리 현실에 있습니까, 그런 분들이?

◆ 김영민> 이거를 한판승부의 진행자께서 여쭤보시면.

◆ 진중권> 이재명 대표는 그런 사람입니까?

◆ 김영민> 아니, 거의 매일 정치인을 만나오시는 분들이.

◆ 진중권> 윤석열 대통령은 혹시 그런 분이십니까?

◇ 박재홍> 선의는 답이 아닌데 선의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라는 말씀.

◆ 김영민> 왜냐하면 선의, 희망, 미래, 이런 것들이 좋은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것이 특징 중에는 굉장히 동원력이 강한 언어들이에요.

◇ 박재홍> 선의.

◆ 김영민> 희망. 그게 그런데 이제 제 느낌은 한국사가 꽤 동원이 심한 사회.

◇ 박재홍> 동원이 심하다?

◆ 김영민> 여러 의미의 동원. 입시에 대한 동원. 그 동원을 하고서 동원한 사람이 나중에 책임을 지느냐. 꼭 그러라는 법은 없고 그 사람들 어딘가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각 개인들은 자기 삶을 잘 보호해야 될 책임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말한 그런 어휘들은 굉장히 동원력이 심한 어휘들이어서 사실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될 것들인데 좀 과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되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박재홍> 선의.

◆ 김영민>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들이 부침에 의해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좀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 편입니다.

◇ 박재홍> 유권자들 입장에서.

◆ 김영민> 아니, 시민이든 인간이든.

◇ 박재홍> 정치인이든 인간이든.

◆ 김영민> 그래야 일종의 사이비 종교에도 덜 휘둘리고.

◆ 진중권> 참 저는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보면. 열정을 가진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결코 허무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그래도 뭔가 해내잖아요. 일을 하고 정치적 결과를 낳는데 항상 올바른 말만 하고 이런 사람들은 뭐랄까 그 말 자체는 어려운데 어떻게 보면 사실은 해내는 건 없거든요. 말만 하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허무함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가 정치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 때로는 그게 위험할 수도 있고 좀 복잡해요.

◆ 김영민> 허무함을 그분들도 잘 모를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 의구심이 있어요. 왜냐하면 이 책의 주장이랄까 그런 것 중 하나가 덕질에 대한 옹호가 있습니다. 덕질이 중요.

◇ 박재홍> 덕질?

◆ 김영민> 그러니까 이게 허무하다 그래서 모든 거에 대해서 이렇게 거리를 두고 가서 초연한 듯 사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서 굉장히 사랑하고 그러는 게 좋은데 그게 집착 없이 가능하다는 게 아까 말한 소동파라는 중요한 주장 중의 하나예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면 어떤 걸 덕질하는 사랑이라는 일과 집착이라는 게 불가부처럼 엮어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집착 없이 충분히 몰입하고 사랑한 일이 가능하다라는 그런 견해가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들은 보면 감탄스럽죠. 그런데 그 열정만 가지고 저 사람들이 꼭 허무하지 않다고 느낄까, 그중에는 그런 분들도 있을 거고 그렇지만 허무함에도 불구하고 혹은 허무하기 때문에 열정적인 길을 택하시는 분들도 꽤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 봅니다.

◆ 김성회> 저는 또 이 책을 보면서 허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저는 가수로는 김두수라는 분이 생각이 나는데. 김두수 씨가 했던 이야기 중에 가사에 담으려고 하는 이야기 중에 저는 기억에 남는 게 세상에 모든 것들이 꽃이 아름다운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언젠가 없어질 것에 간절함 때문에 이게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해서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도 나는데 지금 교수님이 이 허무와 관련돼서 우리가 좀 허무를 달랠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이나 영화나 음악에 대한 추천을 해 주실 수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김영민> 그런 질문 혹시 있을까 봐 제가 아까 이미지 확장판이라는 책을 얘기했습니다.

◇ 박재홍> 인생의 허무를 보다, 인생의 허무를 보다.

◆ 김영민> 영화, 이미지, 책 잔뜩.

◇ 박재홍> 5배 이상의 독판이 있습니다.

◆ 김영민> 이게 완전히 확장된 책이기 때문에.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서요.

◆ 김성회> 인생의 허무를 보다.

◇ 박재홍> 인생의 허무를 보다.

◆ 김성회>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네요.

◇ 박재홍> 또 인생의 허무를 우리 교수님은 또 어떻게 극복하시는가 보니까 산책을 즐기시는 걸로 책에 고백을 했습니다.

◆ 김영민> 중독적으로.

◇ 박재홍> 산책. 산책 예찬을 해 주십시오. 산책.

◆ 김영민> 저는 산책 핵심이 어쨌든 목적이 없다는 데 있어요.

◇ 박재홍> 목적이 없다.

◆ 김영민> 목적이 있어 어디 갔다 오는 건 출장이지. 산책이 아니죠. 어디 산책 나가려고 그러면 꼭 옆에 있던 사람이 갔다 오는 길에 뭐 좀 사다달라고 그러잖아요. 그럴 때 보면 산책의 의의를 이 사람은 좀 모르는 사람이다.

◇ 박재홍> 모르는 사람이다.

◆ 김영민> 그래서 얼른 가서 사다주고 그런 우스개 있잖아요. 누가 쉬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쉬는 게 망쳐지면 처음부터 새로 쉰다 그러잖아요. 그러듯이 산책도 누가 뭐를 시키면 일단 사다주고 그리고 처음부터 새로 산책. 왜냐하면 진짜 목적이 없어야 산책을 왜냐하면 그거야말로 아까 말한 보상이 바로 이루어지는 행위거든요.

◇ 박재홍> 산책이.

◆ 김영민> 출장은 출장을 갔다 오고 결과가 나와서 보고서 냈을 때 뭐가 나왔을 때 보상이 이루어지는 거지만 산책은 하는 순간순간이 즐거우니까 하는 거기 때문에 그야말로 보상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이고 그렇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 자체로. 그래서 산책은 정말 여러 가지로 권할 만한. 또 산책 와중에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합니다. 의도치 않게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고.

◇ 박재홍> 오늘 한판클라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김영민 교수님과 만나서 인생과 삶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요. 마지막에 산책과 같은 삶에 대한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 인생의 허무를 보다도 잘 찾아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영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