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10/12(수) 이범 "尹 학업 평가, 원하는 학교만? 불가능...일제고사 맞다"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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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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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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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이범 교육평론가

◇ 박재홍> 정부가 어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사실상 되살리겠다라는 방침을 밝혔는데 정확히는 지난 정부가 폐지한 평가를 부활시켜서 학생별 맞춤교육을 통해서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것인데요 이를 두고 학력 저하 개선이다, 아니다, 성적 줄 세우기다.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죠.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범 교육평론가 연결해 보겠습니다. 평론가님, 나와 계시죠?

◆ 이범> 안녕하세요.

◇ 박재홍> 지금 영국에 계신다면서요?

◆ 이범> 그렇습니다.

◇ 박재홍> 감사합니다. 일단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부활. 대통령 발언으로 확산됐는데 교육부 입장은 또 명확하게 일치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식의 평가가 부활된다는 겁니까?

◆ 이범> 일단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것을 이해하셔야 되는데요. 이것은 국가에서 직접 시행하고 주관하기 때문에 흔히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고 합니다. 이거는 초등학교 6학년 그리고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이렇게 세 학년에 걸쳐서 치르던 것인데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른바 일제고사식이죠. 대통령은 이걸 전수평가라고 표현했는데 일제고사라고 흔히 부르는 게 전수평가, 모든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겁니다.

◇ 박재홍> 같은 학년 모든 학생이 한꺼번에 본다.

◆ 이범> 그렇죠. 전국의 모든 학년, 그 학년 학생들이 모두 보는 거죠. 그리고 표집평가 방식이 있습니다.

◇ 박재홍> 표집?

◆ 이범> 통계적으로 이 학생의 부모 소득이라든지 지역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치우치지 않도록 잘 조정을 해서 지금 중학교, 고등학교의 경우는 표집평가를 치르고 있는데 한 학년당 1만 명 이상씩 보고 있죠. 이러면 통계적으로 모집단인 전체 학생의 성적 분포를 상당히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노무현 정부 이전에는 표집평가였습니다.

◇ 박재홍> 표집평가.

◆ 이범> 한 학년당 1만 명 이상씩 이렇게 표집해서 평가하는 것이었는데 2008년에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이걸 전수평가, 즉 일제고사로 바꿨죠. 거기서 각종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부작용들이 속출하자 박근혜 정부에서 집권하자마자 초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건 박근혜 정부가 초등학교 일제고사만 폐지한 게 아니라 이것을 무슨 표집평가로 전환한 게 아니라 아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를 폐지했다는 거예요.

◆ 진중권> 초등학교에 한해서.

◆ 이범>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지금 전수평가든 또는 표집평가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박재홍> 그때 왜 폐지했었습니까? 그때 폐지를 했던 이유는 뭡니까? 아이들을 너무 1등부터 몇십만 등까지 줄세운다, 이런 논란 때문이었습니까?

◆ 이범> 그때는 학생 줄세우기를 조장한다, 이런 비판들이 많았는데요. 이건 일면은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당연하죠. 학생들을 똑같은 시험을 보게 해서 성적을 주면 당연히 줄세우기 효과가 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그렇지만 이게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수능시험과 같은 줄세우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적을 점수를 주는 게 아니고요. 네 단계로 줘요. 그래서 기초 이하, 기초 그리고 보통 그리고 우수. 요즘은 이런 표현도 안 쓰고 1수준, 2수준, 3수준, 4수준이라고 표현하는데요.

◇ 박재홍> 그렇군요. 1수준, 2수준, 3수준, 4수준.

◆ 이범> 쉽게 얘기해서 당신 자녀가 이 4개의 수준 중에서 몇 번째 수준이다, 이 정도만 알려주기 때문에 이게 줄세우기 효과가 그렇게 강력하게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실행을 해 보니 이게 줄세우기 효과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던 것이 쉽게 얘기해서 교육의 획일화죠.

◇ 박재홍> 획일화.

◆ 이범> 쉽게 얘기해서 일제고사를 보는 국어, 영어, 수학 이 과목의 수업시간은 늘리고 여기서 시험이 다가오면 문제 풀이 이런 식의 보충수업 같은 것들을 편성해서 학생들을 저녁까지 계속 학교에 남아 있게 한다든지. 심지어는 이건 일부의 사례이기는 합니다마는 아주 성적이 뒤처지는 이런 학생들을 당일날 병결로 처리해서 심지어 학교 안 나오게 하는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 진중권> 기억나요.

◇ 박재홍> 평균이 내려가니까 너는 시험을 안 보는 게 좋겠다 이런 식의 선생님의.

◆ 진중권> 옛날에 선생님들이 꾸짖을 때 네가 우리 반 평균 깎아먹어 이랬던 기억이 나거든요.

◇ 박재홍> 진중권 학생은 꼭 시험 봐야 되는 거고, 그렇죠? 그래서요, 평론가님?

◆ 이범> 박근혜 정부에서 아예 이거를 대선공약으로 걸었습니다. 대선공약으로 초등학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아예 빼겠다. 그러니까 표집평가로 전환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폐지한다라고 대선공약으로 걸었고 실제로 폐지를 한 것이고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중학교, 고등학교의 전수평가, 즉 일제고사를 표집평가로 전환했죠.

◇ 박재홍> 3%만 보는 걸로?

◆ 이범> 그렇죠. 그래서 학년당 지금 한 1만 명 이상씩 보고 있는데 그래서 지금 현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역사가 최근에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난번에, 어저께 한 발언이 좀 애매한 발언입니다.

◇ 박재홍> 학력 저하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으로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은?

◆ 이범> 취지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학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서 밀착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텐데 표현을 어떻게 했냐면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러니까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부활한다는 그런 뉘앙스가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그럼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죠. 그런데 또 뭐라고 덧붙였냐면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렇게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교육부에서는 어떻게 나오고 있냐 하면 이거는 원하는 학교만 참여하는 거니까 이건 일제고사가 아니라 일종의 자율평가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사실은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게 맞는 것 같기는 해요.

◇ 박재홍> 왜 그렇습니까? 원하는 경우만 한다고 하지만.

◆ 진중권> 이거 하게 되면 학부모들이 왜 우리 학교는 안 봐 이럴 거 아닙니까?

◇ 박재홍> 부모들 입장에서는 내 자녀가 전국에서 어느 정도 위치고 장차 이게 대학 입시에서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궁금하시기도 하니까 학부모 입장에서 또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 이범> 그렇죠. 학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이 두 가지 있을 수 있는데요. 하나는 교장이 결정을 하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학교가 결정한다고 했는데 학교라는 건 사실 좀 추상적인 조직이잖아요. 그러니까 구체적으로는 교장이 정하도록 한다, 이렇게 한다면 교장 입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이게 이명박 정부 때도 똑같이 드러났던 문제인데요. 아무리 자율권을 주려고 해도 교장 입장에서는 만약에 학업성취도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약간이라도 불이익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면.

◇ 박재홍> 정부나 교육부에서.

◆ 이범> 그렇죠. 교장과 같은 공무원들, 즉 공직자들은 사실 징계라든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래서 또 징계 수준이 아니라 할지라도 여러 가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해요. 그래서 만약 자율로 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교장들은 우리 학교 봅니다, 이렇게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고.

◇ 박재홍> 우리 학교 봅니다.

◆ 이범> 그리고 이걸 학교에 보면 학교 운영위원회가 있지 않습니까? 운영위원회에는 대개 교장이 운영위원장을 하고 그리고 학부모 위원, 교사 위원, 지역 위원 이런 여러 위원들로 구성이 되는데요. 지역 위원들이 대체로 교사 위원보다는 학부모 위원 편을 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쨌든 학교의 최고의결기구인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일제고사 보자, 학력평가 보자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 김성회> 평론가님, 제가 하나 궁금한 건요. 그러니까 성적 줄 세우기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배제하고 이렇게 전부 다 시험을 봐서 이걸 아는 것이 가지는 장점이 있나요? 어떤 장점이 있다라고 생각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추진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 이범> 일제고사를 찬성하는 분들은 대체로 표집평가 정도만 하게 되면 그러면 당연히 거기서 누락되는 학생들이 생기잖아요. 표집은 일부에 불과한 것이니까.

◇ 박재홍> 시험을 안 본 학생들.

◆ 진중권> 대부분의 학생은 누락되죠.

◆ 이범> 그러면 시험 안 본 학생들이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거기에 대응해야 되는데 파악이 잘 안 되지 않느냐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시는 경우가 많고요.

◇ 박재홍> 해당 학교에 어느 정도 국어, 영어, 수학 점수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나오는지 이 부분 파악 어렵다?

◆ 김성회> 제 생각에는 이해가 안 되는 건 학교에서 중간, 기말고사 보면 누가 공부를 못하는지 다 알지 않습니까?

◆ 이범>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실 일제고사를 보지 않는 나라들이 더 많은데요, 선진국을 보면. 그 이유가 뭐냐 하면 예를 들면 미국도 그렇습니다. 미국도 낙오아동금지법이라는 걸 부시 정부에서 만들어서 일제고사 본다, 이런 식으로 알려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일제고사가 아니고요. 표집평가입니다.

◇ 박재홍> 표집평가다.

◆ 이범> 표집평가고 표집평가만 해도 사실 평소에는 학교에서 늘 시험을 보지 않습니까? 중간, 기말고사 있고 등등 하기 때문에 어떤 학생이 뒤처져 있는지 교사들이 사실 다 알아요. 그래서 많은 선진국에서도 사실 일제고사를 치르느냐, 안 치르느냐 여부보다는 일상적으로 학생들의 그런 학업 부진에 대해서 예방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그런 활동을 어떻게 학교에서 조직할 것이냐. 이거에 더 초점을 맞추지 사실 일제고사 논란이 지금 다시 부활하는 것을 보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약간 좀 당혹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 박재홍> 실제로 전수평가가 실시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우려되는 측면을 말씀하시는 건데 어떤 게 우려되세요, 그러니까?

◆ 이범>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 때 나타났던 그런 부작용들이 다시 드러날 가능성이 많죠. 특히 이번에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분이 이주호 장관. 이분은 다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을 완전히 진두지휘했던 핵심 중의 핵심 인물이거든요. 이분이 다시 차기 교육부 장관으로 등장할 것이 지금 예상되는 상황에서 결국 이명박 정부 때 무리하게 일제고사 밀어붙이다가 여러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같은 당 출신인 박근혜 정부에서 초등학교는 아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없애는 그런 굉장히 강력한 전환을 시도했는데 그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거기로부터 뭔가 보완할 요소들을 찾아야 되는데 그러기보다는 2008년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듯한.

◇ 박재홍> 2008년 회귀?

◆ 이범> 그런 정책을 세우는 것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죠.

◇ 박재홍> 2008년에 그럼 어떤 게 제일 부작용으로 나타났었습니까? 당시 전수평가할 때.

◆ 이범> 일단 제일 큰 거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국영수가 아닌 다른 과목은 좀 찬밥 신세가 되는 거죠. 일제고사 보는 국영수 위주로 수업시간을 늘리고 보충수업도 하고 이런 것들이 드러나고 그리고 사실 뒤처질 우려가 있는 학생들에 대한 보완은 평상시에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되거든요. 그래서 저도 사실 부진 우려가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 일상적인 지원이 강화돼야 되는 거에 대해서는 100% 동의를 합니다.

그런데 이게 강화되는 이런 정책이 아니라 시험 본다, 시험 보니까 너희들 알아서 준비해. 이런 식으로 정책이 내려지니까 시험을 앞두고 반짝 한 두세 달 정도 우려되는 학생들만 모아서 막 문제 풀이를 시킨다든지. 이런 식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교육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또 효과적인 학습 부진아 정책에 오히려 위배되는 결과들이 나타나니까 그래서 오죽하면 같은 당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이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를 아예 폐기하지 않았습니까?

◇ 박재홍> 알겠습니다. 평론가님, 시간이 너무 없어서요. 아쉽지만 오늘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관련 이슈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나중에 자리 한번 마련해 보도록 하죠.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범> 고맙습니다.

◇ 박재홍> 교육전문가이시죠. 이범 교육평론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