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한판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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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한판승부> FM 98.1 (18:25~20: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 박재홍>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만큼 해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겠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하면서 이 사이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굉장히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외교부에서 굉장히 오래 근무하셨고 지금은 일본 관서외국어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장부승 교수를 모시고 한일관계 해법에 대한 시각 들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장부승> 감사합니다. 장부승입니다.
◇ 박재홍> 진 작가님과 김 소장님 인사 나누시고요.
◆ 장부승> 안녕하십니까, 장부승입니다.
◇ 박재홍> SNS상으로 굉장히 말씀 많이 들었었는데 오늘 저희가 또 교수님 직접 뵈니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은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건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대법원이 전범기업들에게 배상명령을 내렸고 일본기업들이 여기에 불응해서 강제집행을 앞두고 있는 이런 상황이기는 한데 현재까지 상황을 한번 짚어주시면 어떻습니까?
◆ 장부승> 이게 지금 2018년에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왔죠, 배상을 하라고. 그런데 집행을 하려면 압류를 한 다음에 그걸 현금화를 해야 되는데 그걸 항소를 하는 거죠, 피고 측에서. 그래서 그것도 다시 3심을 거쳐요, 똑같이. 그게 지금 1심에서 걸고 2심에서 걸고 해서 계속 시간이 지연된 겁니다. 그게 지금 대법원으로 올라가 있는데 지금 관측되는 바로는 8월, 9월쯤에 대법원에서 집행 문제에 대해서, 현금화 문제에 대해서 최종 결론을 내릴 거다라는 지금 관측들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 양측 외교가가 초비상 상태가 된 거죠.
◇ 박재홍> 그렇군요. 윤덕민 신임 주일본한국대사 같은 경우는 현금화되면 한국과 일본 기업에 천문학적인 피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굉장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 장부승> 그게 일종의 시그널인 거죠. 뭐냐 하면 지금 일련의 흐름들이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아베 총리 돌아가시고 나서 조의를 표했었고 그다음에 지난달에 박진 장관이 갔잖아요, 도쿄에. 그게 5년 만에 간 거예요. 양국 간에. 외교장관 양자 방문이 5년 만에 간 거예요, 5년 만에. 대단한 일인데 사실은. 그러니까 가서 하야시 외무대신 만나고 기시다 총리도 만났어요. 그게 관심을 끌었고 그다음에 윤덕민 대사가 가셔서 처음으로 기자간담회 하셔서 아까 박재홍 아나운서가 말씀하신 그런 발언이 나온 거거든요. 그 일련의 흐름은 뭐냐 하면 지금 구체적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해 보고자 하는 여러 가지 조치들이 하나하나 나오고 있는 거죠.
지금 우리 국내적으로도 징용문제와 관련해서 관민협의체가 만들어져서 벌써 세 번째 모임을 했잖아요.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 하나하나 움직이고 있는 것이고 사전적으로 이런 조치들이 나올 것이다 라는 어떤 시그널들을 하나하나씩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덕민 대사도 그런 얘기를 한 것도 일단 도쿄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하는 거예요. 기자들 불러서 얘기를 하면서 이게 지금 한일관계 이대로 가서는 대단히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걸 좀 획기적인 조치를 통해서 개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시그널들을 우리 국민들에게도 보내면서 동시에 대법원에도 보내는 겁니다.
대법원에도 지금 언론에 나온 거 보면 한 7월 26일쯤에 외교부에서 의견서를 냈다는 거거든요.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행정부는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식의 의견서를 이미 전달했다는 건데. 거기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 지금 언론에 나오고 있는 바로는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외교로 해결할 문제다, 시간이 많이 걸릴 거다. 그리고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까 대법원에서는 자제해라. 극단적인 조치를 하거나 그러지 말아라라는 식의 시그널을 보낸 것이고 그것에 대해 도쿄에서도 지금 움직이고 있는 거죠,윤덕민 대사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진중권> 대법원에서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얘기입니까? 구체적으로 판결을 미루라는 얘기인가요,아니면?
◆ 장부승> 그건 대법원 대법관들의 숙제죠. 숙제인데 전례가 있어요. 이게 지금 헌법재판소에서도 과거 자신이 내렸던 판례를 뒤집은 바가 있어요. 그러니까 위안부 문제가 거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2011년도에 헌법재판소가 위안부 관련 협상을 안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부작위 위헌 판결을 내립니다. 협상을 하라는 거예요. 이게 사실 외교사적으로는 대단히 드문 판결인데 협상을 하냐 마냐는 이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거든요. 외교상의 고유권한인데 헌법재판소가 나서서 그걸 위헌이라고 얘기한 거예요. 그러니까 협상을 하라는 얘기죠. 그러니까 협상이 시작돼서 결국 2015년에 위안부 합의가 나오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다시 문제가 불거졌잖아요. 그래서 2015년 위안부 합의들이 사실상 그 본질적인 내용들이 다 후퇴해 버렸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어떤 일이 벌어지냐 하면 이건 합의가 무효화된거나 마찬가지다라고 해서 위안부 할머니들 쪽에서 다시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했어요. 그때 어떤 결론이 나왔냐면 2019년 12월에 이것은 외교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사법적 판결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왔느냐. 당시에 강경화 장관이 의견서를 냈어요. 외교로 해결할 문제다. 그리고 그 의견서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그러니까 2011년도에 부작위, 외교협상을 안 하니까 위헌이라고 했던 헌재가, 8년 뒤에는 이건 외교로 해결할 문제다라고 결론을 바꾼 겁니다.
◇ 박재홍> 그런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문제로 다시 돌아가보면 이 피해자 배상판결 받은 건 피해자들이 법원에 계속 노력을 해서 배상판결을 받은 거 아닙니까? 그런데 굉장히 오랜 시간 노력해서 받은 판결인데 이걸 또 정부가 나서서 현금화하지 않는 게 좋겠다라고 정부까지는 아니어도 지금 일본 대사가, 한국 대사가 이렇게 말한 부분에 대해서 이럴 수 있는 거냐라는 비판도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은 어떻게.
◆ 김성회> 거기다 더해서 하나만 같이 여쭤보면 그래서 정부나 민관협의회에서 제안하는 대안은 대위변제. 일단 우리 쪽에서 먼저 물어주고 그리고 그것을 기금을 만들어서 거기에 일본도 참여하고 하는 형태로 해서 돈을 넣자, 제가 이렇게 이해하면 맞는 얘기일까요?
◆ 장부승> 그런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지금 정확하게 대안이 뭐다라고 콕 집어서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언론 보도에 나오고 있는 바로는 지금 정리되고 있는 여러 대안들 중 하나가 소위 말해서 대위변제죠. 그러니까 정부에서 돈을 물어주고 그다음에 실제로 그 돈을 일본 기업이라든가 어디서 받아내는 것은 추후의 문제로 돌리는 거죠. 그러니까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고 그런 식의 여지를 남겨놓는 거죠.
◇ 박재홍> 우리 정부가?
◆ 장부승> 남겨놓는 거죠.
◆ 김성회> 보통 이럴 때 재단을 조성하고 기금을 만들어서 일본이 딱히 사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같이 보태는 형태로 해서 중간 정도에서 타파하는 경우들이 있는 거 아닌가요?
◆ 장부승> 거기서 핵심적인 게 뭐냐 하면, 그런 기금이나 뭘 만들 때 거기다 돈을 내야 될 의무를 부과하느냐 마느냐거든요. 그런데 지금 의무를 부과한다면 지금의 상황과 달라지는 게 없어요. 중간에 하나 정부가 들어오는 것밖에는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만약 일본 측에서 만약 일본 측에 소위 진보적인 언론들. 아사히라든가 마이니치 쪽에서 얘기하는 것은 마이니치에서는 서울지국장이 며칠 전에 칼럼 하나 길게 썼던데. 거기서 얘기하는 건 그거예요.
대위변제 아이디어 정도는 괜찮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하라고 해라. 일본 기업에게 자발적으로 하라고 하는 거 정도면 아마 일본 측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일본 측에서 한국 쪽에 우호적인. 소위 말해서 자민당 정부를 아주 집요하게 비판하는 진보 언론 쪽에서는 그렇게 주장을 하는데. 요미우리라든가 이런 데서는 그런 얘기 안 해요. 그냥 원래 합의대로 지켜라. 한일협정 원래 의미를 지켜라. 그런 식으로만 얘기하지. 대위변제를 받아야 된다 그런 얘기는 안 하는 거죠. 일본 안에서도 사실은 구체적인 대안은 어떤 식으로 가져갈 거냐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는 상황입니다.
◆ 김성회> 그런데 사실 국민적 합의는 둘째 치고라도 일단 피해자분들이라도 만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합의를 할 수 있는 정도 수준까지 끌어들이려면 지금 말씀하신 기금에 있어서의 전범기업들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의 참여와 사과 정도는 나오면 피해자들도 대위변제는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가 좀 접점이다라고 보면 너무 우리 쪽에 치우친 얘기가 되나요?
◆ 장부승> 그런 세밀한 부분들에 대해서 앞으로 좀 더 협의가 필요할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윤석열 대통령도 물론이고 박진 장관도 그렇고 지금보다 좀 더 구체적인 얘기들을 해야죠. 그리고 만약에 국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한일관계라든가 한미일이라든가 더 큰 틀에서 동아태지역의 어떤 국제적인 협력 필요성이라는 걸 봤을 때 북한 대응문제도 있고 중국에 대한 대응 문제도 있고 그런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러한 국가 이익이 걸려 있고 이런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하다 라는 판단이 있다면 그걸 안으로만 쥐고 있으면 안 돼요, 이제. 이제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고 두들겨맞을 게 있으면 두들겨맞아야 됩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일본의 반응에 대해서 양보할 부분이 있으면 양보해야 된다?
◆ 장부승> 그걸 얘기를 해야 되는 거죠. 계속해서 얘기를 안 하고 일본과만 얘기한 다음에 어느 날 갑자기 이게 결론입니다 이렇게 나올 수는 없는 거 아니에요. 중간에 조금이라도 얘기를 하면 욕먹을 것 같다. 걱정이 되겠죠. 욕을 안 먹고 어떻게 해결을 해요.
◇ 박재홍> 이를테면 어떤.
◆ 장부승>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대위변제를 하는데 구체적으로 기업들이 들어오느냐 마느냐는 자발성에 맡기겠다. 이런 걸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게 아니면 더 이상 협상이 진전이 없다 이런 게 만약 현재 상황... 현재 상황을 정확히 모릅니다, 정부가 발표를 안 했으니까. 이게 전부 추측이에요. 추측인데 그 안에서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얘기를 해야죠, 이제. 얘기를 안 한 채로 끝까지 간다? 그럼 어느 순간 빵 터질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욕을 먹을 게 있으면 욕을 먹고 가야 된다 이겁니다.
◆ 김성회> 그런데 그런 걸 하려고 민관협의회를 지금 구성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피해자 단체도 참여를 안 하고 있고 외교부는 보니까 우회 루트를 찾아서 피해자들과 얘기를 하겠다 이렇게만 얘기를 하고 있던데. 최소한 그 민관협의회를 하면 피해자들을 끌어안고 얘기를 좀 하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이 있습니다.
◆ 장부승> 그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죠, 계속해서 가야죠. 하지만 강경화 장관이 제가 말씀드렸지만 2019년도에 헌재에 의견서 낼 때, 그 위안부 할머니들 측 의견들 다 받아들여서 의견서 내지 않았어요. 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서를 냈습니다. 결국 끝에 가서는. 그렇게 됐어요, 결국에. 그래서 그 의견대로 헌재가 판결 내려줬잖아요. 그러니까 물론 피해자분들의 의사라든가 그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는 반드시 있어야 되고 그런 노력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됩니다. 계속해서 가져가야죠. 그러면 모든 피해자들이 100% 만족할 때까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느냐. 그럼 우리 외교는 그냥 서버리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봐야 돼요. 결단을 내릴 부분은 결단을 내리고 욕을 먹을 건 욕을 먹되 피해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려는 태도 역시 동시에 가져가야 합니다.
◇ 박재홍>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 장부승> 그렇게 해야죠. 그리고 그렇게 하면 그 진심이 결국에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받아들여질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 박재홍> 할 수 있을까요?
◆ 장부승> 예를 들어서 제가 하나 들어드릴게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2002년도에 북한에 갔잖아요.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가서 일본인들 몇 명 데려왔거든요. 돌아와서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납치 피해자들 가족들 모여서 기자간담회를 했어요. 그러니까 거기까지 진짜 위험을 무릅쓰고 평양에 들어가서 일정한 성과를 거둬왔는데 거기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 가족들한테 엄청나게 깨졌습니다. 성과가 부족하다고. 거의 싸울 지경까지 갔어요. 그런데 고이즈미 총리가 자세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대로 다 그 비판을 묵묵히 받아들였어요. 그게 그냥 그대로 다 화면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여론이 오히려 반전됐어요. 저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국가 이익을 위해서 뛰는데 너무 그렇게 때리기만 하면 안 된다,라는 식으로 여론이 오히려 고이즈미 총리를 동정하는 여론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이걸 진정성을 가지고 그 피해자분들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큰 틀에서 국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이것이 필요하다고 나는 대통령으로 생각한다. 나는 장관으로 생각한다. 이런 것도 욕먹을 각오를 하고 얘기를 해야 된다는 거죠.
◇ 박재홍> 선택과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말씀이네요. 그래서 지금 윤석열 정부가 시작이 되면서 아까도 초반에 어떤 한일관계 개선이나 시그널 조금씩 보내고 있다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봐야 될 것이냐. 외교적인 스탠스라고 할까요. 전략적인 선택을 위해서 어떠한 시각을 가져야 되는지 첫 번째 일본의 우경화 문제,이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봐야 됩니까?
◆ 장부승> 우경화 문제라는 게 한국에서는 일본 관련된 용어들이 뭐랄까, 제대로 정의가 안 되고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우리 국제적인 분야에서 국제정치적인 관점에서 사용되는 용어랑은 다른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한국에서 사용하는 일본의 우경화는 그거거든요. 일본의 군비 증강, 그다음에 자위대 역할 확대.
◇ 박재홍>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 장부승> 이런 거거든요. 그런데 군비 증강이 우경화인가요? 그러면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 노무현 정부 이후로 국방비가 얼마나 많이 증가했는지 아십니까? 거의 매년 한 3%, 4%씩 증가해서 지금은 한국의 국방예산 총액 절대액이 일본의 국방예산이랑 차이가 없어요. 거의 똑같아요. 그런데 일본의 GDP가 한국의 3배잖아요. 그러니까 GDP가 3배가 차이가 나는 나라인데 국방 예산 절대액이 거의 똑같아요. 그리고 중국은 어떠냐?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거의 매년 7%, 8%씩 성장했습니다. 지금 중국의 국방 예산은 말도 못하게 커요. 일본을 압도하는 지경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에서 국방예산 증가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뭐냐하면 한국과 중국이 너무 빨리 국방예산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대로는 우리가 너무 불균형하다라는 관점에서 국방예산 증가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항상 국방예산 증가하면 일본은 우경화하고 있고 구한말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고 군국주의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는데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에요. 그리고 군비 증강이 우경화하면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어마어마하게 우경화가 진행됐겠죠.
◆ 김성회> 문재인 정부가 30% 늘렸으니까 극우정권이라고. 농담입니다만.
◆ 장부승> 그렇게는 볼 수가 없는 거죠. 우경화라고 한다면 우경화의 의미가 뭔지를 우리가 정의할 필요가 있는데 대부분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여쭤봐도 일본의 우경화가 뭡니까? 얘기를 안 해요. 그러니까 야스쿠니 가면 그거 가면 잘못된 거죠. 그런데 야스쿠니 안 갔잖아요, 최근 동안. 그러면 최근 10년 동안 총리가 야스쿠니 안 갔으니까 우경화가 안 된 겁니까? 그것도 아니거든요. 우경화가 뭔지 우리가 제대로 정의를 하고 쓸 필요가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 진중권> 평화헌법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번에 헌법이 개정될 것도 같은데 가장 핵심적인 게 군대 조항 아니겠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일본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 장부승> 그 부분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일본관계는 한국의 언론에 깔때기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들만 많이 하는 깔때기가 있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이 이렇게 불편한 진실을 알려드려야 되는 때가 있어야 되는데 두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 일본의 헌법개정은 전쟁 못하는 나라를 전쟁하는 나라로 바꾸는 게 아닙니다. 지금 현행 헌법에서도 일본은 전쟁할 수 있어요. 어떤 전쟁이 가능하냐. 일본 본토가 무력공격 받으면 일본은 반드시 전쟁합니다. 예를 들어드릴까요? 북한이 만약에 미사일 쏴서 오사카에 한 발이라도 떨어지죠? 일본은 바로 전쟁 들어갑니다. 그 점에서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예요.
그러면 일본은 다른 나라와 뭐가 다르냐? 일본은 전쟁을 못하는 나라가 아니라 집단안보에 참여하지 못하는 나라였어요. 왜냐하면 일본 헌법의 해석상 본토에 대한 공격이 아닌 경우에는 무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해석을 해 왔거든요. 그래서 자위대도 있긴 있지만 50년대부터 있었잖아요. 본토의 방위를 위해서만 무력을 써야 된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옛날에 걸프전 때 자위대 파견 못한 이유가 걸프 너무 멀잖아요, 중동이. 거기랑 일본 본토 방위랑 무슨 관계가 있어? 구성하려고 해도 답이 안 나오잖아요. 그래서 안 보낸 거예요. 그때 걸프전에 참여하는 것은 UN이 승인해 줬잖아요. 국제법상 합법이거든요. 그래도 안 보냈어요. 그래서 엄청 욕을 먹은 겁니다.
그 이후로 일본에서 이건 문제가 좀 심하다. 이건 너무 욕을 먹는다. 이렇게 합법적으로 진짜 침략받은 나라를 구원해 주기 위해서 군사력 쓰는 것까지도 못하겠다고 이러니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법이 변경돼 온 겁니다. 그런 상황을 맥락을 이해한다면, 일본이 지금 전쟁을 못하는 나라인데 전쟁을 하는 나라로 바꾸기 위해서 헌법을 개정하려고 한다는 것은 완전히 프레임이 잘못돼 있는 거예요. 그건 일본의 지금까지 헌법 구조에 대한 논의를 1도 모르는 얘기입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면 헌법 개정한다는 얘기가 지금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에요. 벌써 한 10년 전부터 있었던 얘기고 중의원, 참의원. 그러니까 중의원이 미국으로 치면 하원이고 참의원이 상원입니다. 중의원, 참의원에서 3분의 2를 다 확보를 해야 돼요. 그다음에 국민투표가 있거든요. 그런데 중의원, 참의원에서 3분의 2를 확보한 것은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전에도 여러 번 있었어요. 그때마다 헌법개정한다고 막 난리를 쳤었는데 헌법개정됐나요? 그거 개정안 내지도 못했어요. 왜 그러냐? 일본의 역대 총리들이 아베 총리부터 시작을 해서 헌법개정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자민당의 지지기반 중에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열렬하게 원하기 때문에 그래요.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립서비스라도 그 얘기를 안 해 주면 안 됩니다. 하지만 헌법개정은 어느 총리든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왜냐, 중의원, 참의원 통과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야당에서 극렬 반대를 할 거거든요. 그런데 설사 통과된다 한들 3분의 2를 확보해서 그다음에 국민투표가 있어요.
그런데 일본의 여론은 항상 헌법개정에 대해서 그 내용이 뭐든지 간에 반대하는 사람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적지 않아요. 거의 한 반반쯤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도박이에요, 도박. 일본 총리에게는. 그런데 이걸 만약에 추진했는데 국민투표에서 부결된다? 그러면 그 총리는 은퇴해야 돼요, 정계 은퇴해야 돼요. 여기에 어떤, 무슨 낙인이 찍히겠습니까? “헌법개정 실패한 총리. 정계 은퇴 강요당한 총리.” 일본 역사에 기록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국민투표에서도 확실하게 이기고 중, 참의원에서도 비교적 부드럽게 통과될 거다. 이런 식의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어떤 총리도 함부로 헌법개정 모험을 감행하기 힘들어요.
◆ 진중권> 그것과는 좀 다른 맥락에서 지금 국제정세가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중국이 부상을 하고 있고 미국 혼자서 견제하기가 힘드니까 상당 부분에 어떤 군사적인 역할들을 다른 나라들과 나눠 맡기 위해서 여러 가지 미일동맹 그다음에 한미일 동맹 이런 쪽이지 않습니까 라고 한다면 일본 헌법에서 집단안보 이걸 어떤 식으로든 바꿔야 된다는 필요성은 일본 내에서도 인식이 되고 있지 않나요?
◆ 장부승> 그래서 이미 2015년도에 바꿨죠. 2015년도에 해석개헌을 했죠. 2015년도에 안보법제가 바뀌었잖아요. 그게 쉽게 말해서 해석개헌이에요. 뭐냐 하면 집단안보를 저희는 못한다는 해석이 대세였는데 2015년도에 안보법제를 바꾸면서 거기에 조건에 조건에 조건을 달아서 일본 안보에 매우 중요한 국가가 무력공격을 받아서 일본의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경우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아주 이해하기가 애매모호한 규정을 만들어놨어요. 그런데 거기서 말하는 일본 안보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나라가 어디겠습니까?
◇ 박재홍> 대한민국?
◆ 장부승> 미국이죠. 그러니까 미국이 직접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는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일본의 본토의 안보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거라는 판단하는 경우에 여러 가지 지금 조건들 막 붙여놓은 거예요. 그런 경우에 제한적으로 집단안보에 참여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해석개헌을 해 놓은 게 2015년도 안보법제의 본질적 의미예요. 그러니까 지금 이미 해석개헌이 이루어져 있는 거죠.
◆ 진중권> 그렇다면 첫 번째로는 일단은 현행 헌법 체제 내에서도 일본 자위를 위한 전쟁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해석개헌을 통해서 집단안보에도 사실상 참여할 수 있다, 제한된 조건이나마라고 한다면 지금 나오는 개헌 논의는 왜 필요하다라고 얘기를 하는 겁니까?
◆ 장부승> 지금 나오는 개헌론은 구체적으로 불을 지핀 건 아베 총리인데, 지금 나와 있는 자민단의 헌법개정안을 보면 헌법 구조에 대한 핵심 내용은 뭐냐 하면 ,이제 일본의 헌법이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부전조항이라든가 군사력 불보유, 이런 조항이잖아요. 그게 다 헌법 9조의 1항과 2항에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헌법개정이 1항과 2항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3항을 추가해서 3항에 자위대라는 세 글자를 넣겠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일본의 헌법학계에서는 자위대는 위헌 아니야?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학자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여전히 학문적인 차원에서 자위대가 벌써 1950년대부터 존재해 왔으니까 거의 뭐 60년, 70년 존재해 왔지만 그럼에도 학문적 차원에서 논쟁이 있거든요. 그걸 종지부를 찍겠다는 거죠.
그래서 헌법 9조의 1항과 2항은 그대로 두고 3항을 만들어서 거기에 자위대라는 말을 집어넣어버리면 아니, 헌법에 자위대라는 말이 있는데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논제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렇게 추진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지금 일본의 공명당이라든가 다른 정당들. 개헌에 찬성하는 정당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개헌내용을 보면 다 그런 식으로 설명이 돼 있습니다. 이것은 헌법 9조의 1항, 2항을 고치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글자 하나 안 고치고 그대로 놔두고 3항을 추가해서 자위대라는 세 글자를 넣어서 자위대에 대한 위헌 논쟁을 불식시키겠습니다라고 설명을 하고 있거든요.
◆ 진중권> 어떻게 보면 사실 별것도 아닌데.
◆ 장부승> 지금 자위대가 위헌이라고 해서 아무리 어떤 학자가 주장한들 자위대 없애겠습니까? 일본이 자위대 없애겠어요? 그리고 거기다가 무슨 자위대라는 글자를 넣는다 한들 갑자기 자위대가 괴물이 돼서 여기저기 침략해 들어가겠어요? 그런 일은 없거든요.
◆ 김성회> 그러면 이 병사 모집, 이런 것들이 지금에 비해서 더 원활해지는 게 있나요. 아니면 아무 상관이 없는 건가요?
◆ 장부승> 일본의 자위대는 만성적인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왜냐하면 일본은 젊은이들이 자위대라 하면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학을 뗍니다. 제 제자들도 자위대가 사실 공무원이거든요. 보수가 좋아요. 그리고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고 그래서 좋은 직장인데도 안 들어가려고 해요. 왜냐하면 “그런데 어떻게 근무를 해,” 이런 입장이거든요. 거기 아니어도 취직할 데 많아요. 일본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취직이 되게 쉬워요. 대부분이 취직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위대 가면 지방에 살아야 되잖아요. 계속 전근을 다녀야 되고.
◇ 박재홍> 군부대 있는 곳으로.
◆ 장부승> 군부대 있는 곳에 살아야 되고 전근이 많아요. 우리나라 군도 전근이 많잖아요.
◇ 박재홍> 육군은 특히 많죠.
◆ 장부승>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땅 면적이 4배란 말이에요. 그러면 돌아다녀야 되는 그 거리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니까 젊은 친구들은 도시에 살고 싶어 하지, 지방에 살면서 전국의 지방을 돌아다니는 삶은 원하지 않아요.
◆ 진중권> 그러니까 한편으로 보게 되면 우경화 우경화 하는데 사실 설문조사를 해 봤거든요. 여론조사를 했는데 전쟁이 나면 나가서 싸울 사람? 했을 때 중국하고 한국은 거의 70~80%예요. 일본은 20%도 안 되더라고요.
◆ 장부승> 제 제자들한테도 물어보거든요. 제가 태평양전쟁에 대해서도 외교사를 가르치니까. 그래서 가미카제 이런 거 설명해 주면서 너 이거 가미카제하라면 하겠어? 그랬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시냐고. 저한테 그런 질문을 왜 하세요. (웃음)
◆ 진중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신경을 거스르는 게 우익들의 활동들 있지 않습니까? 특히 이제 우리나라 같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일본을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서점에 가면 무슨 반일 서적이 있거나 그렇지 않는데 일본에 딱 가니까 코너가 딱 있더라고요, 혐한 서적들이.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나요?
◆ 장부승> 우익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지지 기반이 있어요. 그건 실체가 분명히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일본의 주류냐 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한국도 유튜브를 보면, 유튜브 잘 아시잖아요. 요새 한국 유튜브판이 어떤지. 별의별 주장이 다 있고 진짜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해도 되나 싶은 싶을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조회수가 높고 돈을 많이 법니다.
◇ 박재홍> 극단적일수록 돈을 많이 벌죠.
◆ 장부승> 이해가 안 되거든요.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일본의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우익이라는 말은 약간 깡패 내지 조폭이랑 비슷한 뉘앙스가 있어요. 그러니까 누구한테 만약에 공개적으로 “당신 우익이야” 이러면 욕이에요, 욕. 그리고 제가 재미있는 얘기를 해 드릴게요. 우익들이 돈 버는 방법 중 하나가 호메고로시라는 게 있어요. 칭찬해서 죽이기라는 말인데. 우익단체의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한테 찾아가서 돈 좀 달라고 그래요. 단체 지원금 좀 주십시오. 그러면 안 줄 거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협박을 하느냐? 머리띠 두르고 스피커를 가져와서 그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이 국회의원을 우리는 지지합니다. 이분 정말 좋은 분입니다.” 하면서 그 앞에서 지지데모를 해요.
◆ 김성회> 우리 진중권 작가가 박용진 후보를 지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네요.
◇ 박재홍> 지지데모를 한다?
◆ 장부승> 그런데 지지한 것은 이게 불법이 아니거든요. 욕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칭찬을 하기 때문에.
◇ 박재홍> 헤이트 스피트가 아니다.
◆ 진중권> 러브 스피치지.(웃음)
◆ 장부승> 그런데 그 화면이 나가는 순간 그 국회의원은 낙선의 위협에 시달립니다.
◇ 박재홍> 그 맥락은 다 일본 국민이 알기 때문에?
◆ 장부승> 저런 사람이었어? 이렇게 되는 거죠. 저 사람 우익이었어? 이렇게 되니까. 그러니까 그러면 용돈 줘서 돌려보내는 거죠. 오지 말라고 이제. 알았어, 알았으니까 오지 말라고. 그걸 호메고로시라고 그럽니다. 칭찬해서 죽이기.
◇ 박재홍> 지금 아까 잠깐 얘기하셨는데 중국이 굉장히 부상하고 있는데 한일관계, 한중관계도 있지만 이제 한일관계도 있지 않습니까? 한일관계.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방향을 잡고 만들어가야 될지. 큰 틀에서.
◆ 장부승> 한일관계의 방향성은 요즘에 제 또래나 저보다 젊은 연구자들이 그런 얘기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항상 해 온 얘기가 뭐냐 하면 한일관계를 제대로 보려면 일본만 보면 안 된다. 좀 역설적인 얘기지만 한일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 세계적인 관점, 또는 지역외교라는 관점. 더 큰 틀에서 국제적 관점을 가지고 일본을 봐야 우리가 일본이 이해가 된다라고 하더군요. 다른 연구자들 같은 경우는 이런 얘기도 해요. 일본은 특별한 나라가 아니고 그냥 한 스물몇 개 되는 여러 선진국들 중의 하나다. 한일관계를 특수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거죠.
지금까지 우리는 한일관계라는 것을 확 자꾸 과거의 틀, 과거의 연장선. 우리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간 식민지였잖아요. 그 식민지 경험과 그 고통의 연장선 속에서 계속 한일관계를 보니까 일본만 보이고 한일관계가 특수해 보이는데, 사실은 일본 제국주의가 패망한 지가 벌써 77년이 지났어요. 그리고 저만 해도 저도 지금 오십이 다 됐는데 그 일본 제국주의가 패망하고 나서 한 세대가 훨씬 지나고 나서 태어난 세대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새로운 시대의 관점에서 일본을 바라볼 때는 저만 해도 일본에 대해서 일본이 대단하다거나 엄청나게 압도적인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그냥 여러 선진국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지.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일본을 좀 더 허심탄회하다고 해야 할까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좀 더 우리가 객관적으로 더 정확하게 일본을 이해할 수 있고 더 좋은 전략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얘기를 제가 줄기차게 해 왔는데, 저는 광야에서 외치는 외로운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보니까 다른 젊은 연구자들도 그런 목소리를 내주시는 것 같아요. 일본만 보지 말고 좀 더 큰 틀의 관점에서 보자. 그런게 어떤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는 철학이라고 할까. 가치관, 관점. 퍼스펙티브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면 이제 그런 접근법들을 우리가 살려가야 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성회> 중고등학교 때 소니 워크맨 쓰던 그룹들까지가 소위 말하는 극일에 대한 생각이 저는 있다라고 보고. 퓨리서치라고 미국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그룹들의 지난 한 20년 동안 흐름을 보면 특히 세대별로 달라지는데,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기술력을 거의 앞지르고 있던 순간부터 시작해서 특히나 소비시장에서. 그때부터 지금으로 치면 80년대 이후 생들은 극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잖아요. 일본한테 우리가 뒤지는 게 뭔데, 이런 생각을 가진 세대와 일본을 꼭 이겨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세대 간의 갈등이 아직 우리나라에 남아 있어서 말씀하는 대로.
◆ 장부승> 지금 이제 한국의 20대나 30대들이랑 얘기를 해 보면 극일이라고 해서 극일이 뭐죠?라든가 왜 극일을 해야 되죠? 우리 극중이나 극러, 극미, 극베트남, 극오스트레일리아 이런 얘기 안 하잖아요. 왜 극일만 얘기해야 되고 그럼 극일이 뭐냐. 우리 1인당 GDP가 일본보다 더 많아져야 극일인가. 아니면 무슨 일본보다 더 고령화 사회가 돼야 극일인가. 일본보다 출생률이 더 낮아져야 극일인지 높아져야 극일인지. 아니면 일본보다 땅크기가 더 커져야 되는 건지. 일본보다 무슨 GDP가 더 커져야 되는 건지. 제대로 정의가 안 되고 있어요. 극일이 뭔지.
◇ 박재홍> 교수님같이 엘리트들은 어떤 여러 가지 글로벌적인 시각과 여러 가지 보실 여유가 있는데 일반적인 과거사 문제가 굉장히 있지 않습니까? 위안부 문제라든지 어떤 일제강점기에 역사적인 그런 것들. 그러니까 반일 감정이 그런 데서 기초하고 있고 얼마 전에 펠로시가 왔을 때도 이용수 할머니가 만나러 갔다가 뿌리친다고 이런 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다면 과연 한일 관계를 말씀하신 대로 정말 글로벌적인 관점에서 또 지역적 관점에서 새로운 레벨, 새로운 차원으로 갈 수 있을 건지 이 부분. 누가 해야 됩니까? 지도자들이 해야 되나요?
◆ 장부승> 제가 이걸 좀 말씀을 드릴게요. 지금 이제 제가 최근에 이거 가지고 글을 하나 썼었는데. 앞으로 한일관계는 지금까지 한일관계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겁니다. 그리고 그러한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대응을 해나갈 필요가 있어요. 그 이유가 뭐냐 하면 첫 번째가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걸 ‘성장의 역설’이라고 그러거든요. 지금 한국이 이미 노동자 1인당 평균 급여라든가 1인당 GDP 부분에서 일본에 꿇리지가 않아요. 그리고 숫자가 아니라 가서 일본에 가서 보세요. 일본에 관광을 가시잖아요. 한국 사람들이 700만 명이 일본을 가서 보니까 뭐 별 대단한 거 없다는 거죠. 우리랑 별 차이 없네. 그러니까 그렇더라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일본 사람들도 똑같이 느낍니다. 일본 사람들도 이제 한국이 되게 잘 사는 나라라는 거 다 알아요. 우리 못지않게 잘 살고 심지어 제 학생들 중에는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잘 사는 줄 알아요. 왜냐하면 자기들이 많이 보는 한국 드라마나 노래 이런 거 보면 너무 멋지거든요,진짜. 한국은 정말 꿈의 나라거든.
◇ 박재홍> 교수님도 한국 사람이고.
◆ 장부승> (웃음) 걔네들은 한국이 무슨 과거사에 대해서 배상금을 요구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아니, 한국이 우리보다 돈 더 많지 않나요? 이런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대화가 안 될 정도예요, 보면. 그러니까 그게 뭐냐 하면 이제 일본 사람들이 한국이 저렇게 잘 사는데... 과거에 지금 60대 이상의 일본인들은 우리가 한국에 죄를 지은 게 많기 때문에 우리가 양보해야 된다, 우리가 먼저 사과해야 된다,이런 인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40대 이하 일본인들은, 벌써 일본의 버블경제가 꺼지고 일본의 성장이 저하된 때에 태어나고 자라온 사람들이거든요.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일본이 대단한 나라가 아니고 반대로 한국은 잘 사는 나라고 떠오르는 나라란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과거의 틀로 한국을 보는 게 아니라 이제는 우리도 대등하게 하자. 우리도 약속하면 지키고 우리도 똑같이 하자. 다른 일반적인 국가들과의 관계처럼 한일관계 똑같이 가야 된다, 대등하게 가야 된다. 그렇게 말하는 일본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거죠. 그게 한국의 고속 성장이 가져온 성장의 역설입니다, 한일관계에서.
또 하나 문제가 뭐냐 하면 일본 정치가 급속한 세대교체를 겪고 있어요. 작년 10월에 일본 중의원 총선이 있었지 않습니까? 총선 당선자들이 평균 연령이 몇 세인지 아세요? 55.5세입니다. 그런데 55.5세면 60년대 후반에 태어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60대 이상이 3분의 1 정도 되고 40대 이하가 3분의 1이에요. 그러니까 50대가 중간에 40% 정도 있고 그 밑 세대가 30%, 그 위의 세대가 30%인 형국이 돼 있는 거예요. 그런데 40대인 사람들은 197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90년대 이후에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가 전후세대라는 인식이 없어요. 그리고 과거의 군국주의나 제국주의가 자기의 역사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자기 선조들의 역사. 그러니까 역사책에서 배우는 선조들의 역사지 자기들이 그거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 된다거나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생각이 없습니다. 이런 세대교체가 이미 이루어졌거든요. 그런 40대 이하의 정치인들이 벌써 중의원에서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그 위의 60대까지 합치면 절반을 한참 넘어가는 수준이 됐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한테 사과를 하라고 하면 사과? 그건 뭐 고노 담화도 했고 무라야마 담화도 했고 간 나오토 담화도 했고 아베 담화도 했고. 그거 있으니까 그거 된 거 아니야? 또 해? 이렇게 나오는 거죠. 사과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지금의 새로운 일본의 정치 세대들한테는 좀 옛날 얘기 아닌가? 우리 할아버지 세대 얘기인데 이러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서 강의를 합니다. 그러면 일본의 과거 군국주의 문제점들 막 강의를 하거든요. 학생 1명이 손을 들더니 얘기를 하더라고요. 뭐라고 얘기를 하느냐. 선생님, 선생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제가 알겠는데 그건 저희 증조할아버지 때 얘기예요 그러는 거예요. 그 얘기가 무슨 얘기냐 하면 ,그거 우리한테 지금 대고 하시는 얘기 아니죠?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그래서 그랬어요. 지금 10대, 20대 초반인 너희들한테 이거 가지고 죄의식 느끼고 사과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과거에 대단히 불행한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너희들이 알아야 된다. 그런 점에서 제가 설명을 하고 납득을 시키거든요. 하지만 제가 만약에 이거 너희 역사의 일부니까 너희들 사과해 라고 말하면 아마 그 학생들, 10대 학생들 반발할 겁니다. 왜 증조할아버지의 잘못을 나에게 사과하라고 그러냐 라고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사과 프레임이 앞으로 상당히. 사과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에 한일관계 상당히 어려워질 겁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좀 더 나아간 입장을 우리 정부가 취해야 되고 국민들 설득할 부분이 있으면 설득해야 된다.
◆ 장부승> 그러니까 최대치는 그거예요. 일본의 진보언론이라고 하는 마이니치나 아사히에서 하는 얘기는 뭐냐 하면, 일본도 할 역할이 있다. 뭐냐? 기존에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간 나오토 담화에서 사과를 했잖아요. 기존 그 담화들은 현재도 일본 정부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들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공식 입장을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담아서 겸허하게 재확인하라. 심지어 일본 정당 스펙트럼에서 가장 왼쪽에 있다는 일본 공산당마저도 사과하라는 말을 쓰지 않고 뭐라고 하느냐,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과거사에 대한 역사인식을 아라타메루, 새롭게 해야 된다. 그 얘기는 뭐냐 하면 기존에 나와 있는 사과의 담화들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해야 된다, 그 얘기를 하거든요. 지금 아마 우리가 협상에서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식을 끌어낸다면 아마 그 정도가 최대치일 겁니다.
◇ 박재홍> 새 정부 들어서 한일관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냐. 오늘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해 보신 귀한 시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판단하시는 데 도움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함께해 주신 분 일본 관서외국어대학의 장부승 교수님이었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장부승>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8/10(수) 장부승 "日 평화헌법 개정? 총리 정계은퇴 무릅쓴 도박"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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