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6/24(금) 박재연 "다름을 호기심으로 접근하면 혐오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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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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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한판승부> FM 98.1 (18:25~20: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박재연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소장

◇ 박재홍> 한판승부 힐링 타임 한판 클라스 시간이 왔습니다. 오늘은 주제. 사람들과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대화에 대한 문제를 얘기할 텐데요. 대한민국 최고의 대화 전문가세요. 대화와 갈등 중재의 달인. 리플러스 인간연구소의 박재연 소장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재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재홍> 진 작가님과 김 소장님과 인사 나누시죠.

◆ 진중권> 뜨끔한 것 있죠. 우리가 맨날 싸우니까.

◇ 박재홍> 두 분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서.

◆ 진중권> 그만 싸우라고.

◆ 박재연> 잘 왔네요.

◆ 김성회> 그런데 대표님, 잘 생각하셔야 돼요. 그만 싸울 수 있는데 그럼 이 프로그램이 유지가 될까요?

◇ 박재홍> 잘 싸울 수 있도록.

◆ 진중권> 제목을 한판이라고 붙여놓고 말이야.

◇ 박재홍> 일단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일단 우리 청취자에게 살짝 소개를 해 주시면.

◆ 박재연> 저희는 매개체로 서로가 조금 변화된 관계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이 관계 변화를 촉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로는 기업에서 많이 활동하는데 저희는 이제 30~50시간 정도 대화 훈련 워크숍도 진행하고요. 실제로 갈등이 발생한 사람들한테는 들어가서 개입해서 사전 중재나 본 중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심지어 기업 갈등뿐만 아니라 드라마 자문도 하셨다고 하는데 최근에 수지 씨.

◆ 박재연> 너무너무 아름다운 수지 씨가 이번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 감독님이 문의를 주셨는데 심리적인 갈등이 많은 역할을 맡으셨어요. 그래서 아주 거기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싶은 의지가 아주 컸고 좀 도와드릴 수 있어서 저도 기쁘게 생각했죠.

◇ 박재홍> 그렇군요.

◆ 박재연> 팬이거든요.

◇ 박재홍> 그렇군요.

◆ 진중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어떤 갈등입니까? 그러니까 예를 하나 들어주시면.

◆ 박재연> 사실은 굉장히 사소로운 갈등이 많아요. 그러니까 하드웨어적인 것들은 저희가 건드릴 수 없는데 예를 들면 남자분들이 많이 하시는 얘기 중에 여자들이랑 감정적이라서 일을 못하겠다, 이런 말씀 많이 하시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중재를 해 보면 남자분들 만큼 감정적인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아주 사소한 거예요. 예를 들면 근무시간에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굉장히 싫어졌다라든지 그때부터 하나의 말도 다 강요로 들리고 그 사람이 하라는 거 하기 싫어하고 그다음에 또 진정성도 사라지고 리더십이 흔들리거나 부재하게 되는 경우에는 똑같은 말들이나 되게 좋은 말들도 잘 와닿지가 않기 때문에 점점 소원해지고 멀어지고. 어떤 경우에는 정신과에 다니면서 약을 먹으시는 분도 계세요. 저 사람 때문에 내가 회사 생활 못하겠다, 그런 경우에는 저희가.

◇ 박재홍> 굉장히 많아요.

◆ 박재연> 너무 많죠.

◇ 박재홍> 엄청 많아요. 사실 회사 생활하다 보면. 밖에 왜 웃으세요? 저 때문에 힘드셨어요? 정말로 하나의 행동 때문에 마음이 접혀서 회사 생활 자체가 굉장히 힘든 경우도 많고.

◆ 김성회> 부장님도 밑에 있으신 분들 많지 않습니까?

◇ 박재홍> 저 때문에 힘든 사람도 엄청 많을 거예요.

◆ 진중권> 어떻게 풀어냅니까, 그걸?

◆ 박재연> 그러니까 중재랑 상담이랑 다른 것 같아요. 중재는 에너지 자체가 두 분 다 양방향에서 분노의 에너지를 갖고 오시고 불안이나 우울은 별로 없으세요. 그러니까는 저희가 손을 많이 쓰는데 딱 이마에 손을 대고 상대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해 보라 하면 상대에 대한 비난이나 욕설이 거의 99%거든요. 그러니까 서로에 대해서 나는 잘못이 없고 저 사람은 다 잘못했고 그러니까 변화의 행동은 저 사람의 몫이다라고 생각하고. 저 사람이 오니까 이 중재 자체에서 저희가 에너지를 제일 쓰는 건 이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생각을 할 때 그 생각을 관찰로 내려주는 거예요. 뭘 봤는지 뭘 들었는지 정확한 관찰의 문장으로 바꿔주는 거죠. 그리고 나면 그래서 그때 어떤 마음을 느꼈는지. 서로의 마음이 있잖아요. 서로의 판단이 아니라 저 사람이 이기적이에요가 아니라 내가 저 사람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을 때 내가 굉장히 섭섭했구나. 자기 마음의 상태로 오게 해서 더 근원적인 것은 서로 욕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존중받고 싶었던 건지 이해받고 싶었던 건지, 방법을 같이 찾고 싶었던 건지 협조가 필요했던 건지. 그러면 이제 거기서부터는 약간의 실마리가 보이죠.

◇ 박재홍> 최근에 가장 정치권에서 이슈되는 장면이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의원과의 갈등 상황 아니겠습니까? 서로 인사를 했는데 손을 딱 뿌리치고 다시 또 오늘 아침에 보면 배현진 의원이 어깨를 뚝 치고 가시잖아요. 그러면 그 두 분은 어떤 상황이에요.

◆ 김성회> 갈등이 많아요?

◆ 진중권> 이건 좀 다른 경우이지 않아요, 정치라서.

◆ 박재연> 다르지는 않아요. 대화는 굉장히 개인과 개인의 문제로 저희가 접근을 하는데 굉장히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긴 하지만... 일단 갈등이 생기면 마치 냇가에 다 흙탕물을 튀기고 나온 상태예요. 그래서 그 순간은 사실은 맑은 물로 돌아갈 때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그때는 떨어짐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좋아지게 되는 경우들도 있어요. 저희가 갈등이라는 게 단절의 끝이 아니라 연결의 기회라고 보거든요. 잘 연결되어야겠죠.

◇ 박재홍> 갈등은 연결의 기회다.

◆ 진중권> 맨날 최고위원회 해야 되거든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최고위원회를 잠깐 하루 정도 연기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겠다.

◆ 김성회> 최고위원회는 월수금 사흘만 하니까요. 주말에 쉴 수 있습니다.

◆ 진중권> 교차 참석하든지.

◇ 박재홍> 우리 박재연 소장님 최근에 세바시에서 강의를 했던 영상이 400만 조회수를 돌파하기도 했어요. 뭘 해도 행복한 사람과 불만인 사람의 말버릇. 그래서 오늘 영상이 40만 조회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일단 말습관을 한번 우리 소장님께 여쭤보면 좋을 것 같은데 뭘 해도 행복한 사람의 말습관은 어떤 걸로 드러날 수 있습니까?

◆ 박재연> 사실 굉장히 노력이 필요한데 몇 가지 특징은 분명히 있어요. 첫 번째 이 사람들은 자기 욕구를 별로 포기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자기 욕구에 대한 충족의 책임이 자기한테 있다고 믿는 아주 성숙한 태도가 있지만 내 욕구를 포기한다기보다는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이 사람들이 기업에서도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야, 지금은 어렵지만 방법이 있을 거야, 가능성이 있을 거야, 이런 말들을 자기 팀원들한테 진짜 많이 해요. 이게 첫 번째 특징이었던 거고.

◇ 박재홍> 방법이 있을 거야.

◆ 박재연> 방법이 있을 거야. 우리 한번 찾아보자, 한번 해 보자 이런 말들을 굉장히 자주 했다는 거예요. 옆 사람들한테 기운을 좀 많이 줬다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 사람들은 약간 이걸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능력이 되게 좋아요. 예를 들면 지금 제 아들이 군대에 있는데 지금 격리 중이거든요.

◇ 박재홍> 아들이 있으세요? 군대 간 아들이 있어요?

◆ 박재연> 군대를 얼마 전에 갔어요. 그래서 지금 격리돼 있는데, 코로나 시즌이라 격리돼 있는데. 내가 지금 군대 가고 싶었겠어요, 별로 안 가고 싶어하더라고요. 그런데 갔지만 내가 여기 왔지만 싫어도 왔지만 의미가 있을 거야. 내가 이걸 통해서 건강해지고 내가 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뭔가의 좋은 의미가 있을 거야라는 그런 긍정적인 재평가를 하는 능력이 되게 뛰어나요. 내가 싫은 일을 해도 이 싫은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이런 것들이에요.

◇ 박재홍> 그러니까 시험을 못봐도 이번 시험을 못봤지만 그래도 이번 시험을 통해서.

◆ 박재연> 못봤기 때문에.

◇ 박재홍> 못봤기 때문에?

◆ 박재연> 뭔가 내가 배움은 있을 거야. 뭘 몰랐는지는 알 수 있을 거야, 이런 거예요.

◇ 박재홍> 그렇군요.

◆ 박재연> 또 있죠. 말해도 돼요?

◇ 박재홍> 말해 주세요.

◆ 박재연> 세 번째는 이 사람들은 초점을 다른 데 둬요. 예를 들면 나 제대하면 뭐도 하고 뭐도 하고 휴가 나가면 뭐도 하고. 지금은 너무 힘들죠. 맨날 군대 밥 먹고 있지만 나 휴가 나가면 떡볶이도 먹을 거교 뭐도 먹을 거고. 직장 상사가 갈구면 저 인간이랑 얘기하기 싫지만 오늘 끝나고 치맥이야, 이런 거예요. 그래서 지금 현장에 관점을 두는 게 아니라 나중에 그 나중으로 긍정적으로 재조정을 하는 거고 마지막에 이제 관점을 전환하는 능력이에요. 그러니까 이만하길 다행이다. 우리 팀장이 싫지만 그래도 전 팀장보다는 나았어, 이만하길 다행이다 이런 말들을 굉장히 잘했다는 거죠.

◆ 김성회> 저도 긍정적인 인간이었어요, 알고 보니까. 군대에 있을 때 우연히 TV에서 마포에 있는 최갈비라는 집을 봤는데 내가 휴가 나가면 꼭 저기를 가야지라고 마음먹고.

◇ 박재홍> 최갈비?

◆ 김성회> 휴가를 나와서 마포라는 장소에 태어나서 처음 가봐서 제 여자친구랑 그냥 기찻길 하나 있던 것을 기억을 떠올리고 결국 찾아가서 먹고 말았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건 굉장히 긍정적인 자세였네요.

◆ 진중권> 모든 군바리들의 일반적 소신인데. 꼭 힘들어서가 아니야, 안 힘들었어도 그랬을 거야.

◆ 김성회> 그건 맞습니다.

◇ 박재홍> 방법이 있을 거야에서 이 부분이 항상 소장님이 항상 말씀하신 욕구 파악이거든요. 자기 욕구 파악이 사실 하기 힘든 주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하시는 경우도 있거든요. 스스로 욕구 파악하려면 어떻게 스스로에게 정직할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이.

◆ 박재연> 습관을 한번 보면 많은 분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핸드폰을 딱 잡죠.

◇ 박재홍> 장난 아니에요.

◆ 박재연> 핸드폰을 보고 스케줄을 파악하면서 오늘 해야 되는 일을 체크를 하는데 제가 기업에서 우리 워크숍 할 때 우리 임직원분들한테 그런 질문 드려요. 해야 되는 일을 탐색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한번 탐색해 본 적이 언제냐.

◇ 박재홍> 하고 싶은 일.

◆ 박재연> 그러면 정말 드물게 거의 없어요, 사실은. 제가 만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 내 가치, 내 욕구를 탐색하는 훈련 자체가 안 돼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희가 그 훈련을 할 때 80개 정도의 욕구 리스트가 있는 걸 보면서 내가 오늘 해야 되는 일도 물론 소홀히 하면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욕구도 한번 찾아보자. 내가 예를 들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지 내가 오늘 가족 간에 있어서 존중받고 싶은지, 내가 요즘 직장 생활이 힘든데 좀 이해가 필요한지 이런 욕구를 탐색하게 해서 그 단어를 크게 갖게 써서 보이게 만들어요. 그리고 나서 이걸 위해서 내가 남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뭐냐 혹은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뭐냐. 아니면 전체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뭐냐에서 말하도록 훈련을 시켜드려요. 그래서 점차 해야 되는 어떤 슈드(SHOULD), 해브 투(HAVE TO)에 관한 것들을 원트(WANT)로 내가 원하는 것으로 돌릴 수 있는 가치 방향으로 탐색하죠.

◆ 진중권> 이거 내가 잘하잖아요.

◇ 박재홍> 진 작가님은 우리 김 소장님께 원하는 것이 뭐세요, 오늘 방송에서.

◆ 김성회> 별로 없을 것 같은데.

◆ 진중권> 그런 건 없고요. 이거 내가 진짜 잘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 안 보고 해야 할 일을 안 하죠, 까먹고. 그래서 제 주의가 내일 해도 될 일을 오늘 하지 말자 이런 거.

◇ 박재홍> 그렇군요.

◆ 진중권> 이거 하나는 잘한다.

◇ 박재홍> 김 소장님은 어떠셨어요, 소장님 말씀 들으니까?

◆ 김성회> 저는 사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신문 보는데요. 아이패드 이런 걸로 해서. 그것도 일이죠, 일종의 일인데.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했던 것은 그날 하고 싶은 게 있기는 해요. 예를 들면 오늘은 어떻게 해서든 소설책을 50페이지를 봐야겠다.

◇ 박재홍> 그 바쁜 와중에?

◆ 김성회> 그런데 봅니다. 아니면 어느 날은 드라마가 보고 싶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음악이 듣고 싶기도 하고 아니면 소설책. 그러니까 맨날 무슨 저희 관련된 서적, 이런 것만 보다가 유권자는 어떻게 반응하나 이런 거 보다가 그런 거 말고 그냥 아무런 상관없는 SF소설 이런 거 있잖아요. 이제 그런 것을 오늘 봐야겠다는 생각만 하는 걸로 봐서 행복해지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만 내도 상당히 충전이 되는 기분이 들고. 저는 남들과 교류하는 것보다 제 자신한테 그런 식으로 뭔가를 보거나 이렇게 보상하는 것을 좀 좋아하는 편입니다.

◇ 박재홍> 두 분은 아주 자신의 욕구가 충만한 생활을 잘 하고 계셨군요.

◆ 진중권> 나는 과도하게 해서 문제예요. 해야 할 일은 까먹고.

◆ 김성회> 건반치고 있고 이런 일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 박재홍> 반대로 뭘 해도 불만인 사람들 그런 분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뭘 해도 불만이신 분들.

◆ 박재연> 몇 가지 특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첫 번째는 이분들의 일상이나 조직 안에서의 목표 자체가 상당히 경계적이세요.

◇ 박재홍> 경계적이다?

◆ 박재연>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번에는 고과 B는 피하자. 그러니까 고과 A를 받자 이게 아니라 고과 B를 피하자. 학생인 경우에는 내가 오늘 혼나지는 말자, 어지르지는 말자, 이런 것들. 우리 싸우지는 말자, 오늘 부부싸움을 하지는 말자, 이런 거죠. 그러니까 뭔가 우리가 좀 더 대화를 오늘부터 20분씩은 우리가 웃으면서 대화를 해 보자. 내가 오늘부터는 한 10분 정도는 일어나서 청소부터 해 보자. 고과 A를 위해서 이런이런 미션을 한번 실천해 보자, 이런 향상적인 목표보다는 경계적인 목표, 위험으로부터 피하고자 하는. 그래서 이분들은 그걸 약간 성취해도 기쁨이라기보다는 한숨이 나와요.

◆ 진중권> 그렇지, 안심하는 거지.

◆ 박재연> 약간의 안도일 뿐이지. 사실 행복감을 잘 못 느낀다는 것.

◆ 박재연> 혼나지 않았으니까 안심하는 거군요.

◆ 김성회> 소장님, 이게 훈련을 받으면 좋아질 수도 있습니까?

◆ 박재연> 그러니까 또 저희 일이 있겠죠. 저는 굉장히 많이 봐요. 그런데 성인교육에서의 어떤 한계점일 수도 있고 강점일 수도 있는데 자신이 어떤 어려움을 갖고, 관계상에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아시는 분들은 굉장히 크게 변화가 되시는 것 같고요. 저희가 잘해서가 아니에요, 사실은. 그분 자체에 이미 의지가 있기 때문에.

◇ 박재홍>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하면.

◆ 박재연> 그런데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나 자신에 대한 문제를 모르고 있는 블라인드 에어리어에 있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분들은 굉장히 그거를 받아들이기를 힘들어하시는 거죠.

◇ 박재홍> 내가 그렇게 문제가 있다는 그 자체에 대해서. 그런데 그런 경우는 자기만 모르지 않습니까,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 김성회> 저희 가족 중에 저만 몰라요.

◆ 박재연> 그럴 수도 있죠.

◇ 박재홍> 돌이켜보면 저희도 이제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되게 권위적이세요라고 엄마가 딱 얘기했을 때 내가 왜 권위적이야 하면서 권위적으로 혼을 내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경우를 보면 스스로 자기가 문제라고 인정하기 쉽지 않은 건 사실인 것 같은데요.

◆ 박재연> 그렇죠. 만약에 그분들이 오셨다면 그 어머니, 아버님이 저한테 만약에 오셨다면 제가 먼저 묻죠. 당신은 권위적이라는 건 여기 있는 생각이잖아요. 남편에 대한 자동적인 생각이잖아요. 그럼 제가 이렇게 손을 잠깐 내리고 어머님, 아버님이 무슨 행동하는 걸 보셨을 때 권위적인 생각을 하셨어요. 그럼 외식 가서 나한테 뭘 먹을 건지 물어본 적이 없어요 이러는 거예요. 그게 관찰인 거예요. 그럼 제가 그 손을 다시 가슴에 내리고 그럴 때는 좀 섭섭하고 야속하셨겠어요 그렇게 반영해 드리는 거예요. 내 말이 그 말이에요 그러죠. 그러면 이제 제가 그 말을 또 손을 배에다 내리고 어머님께서 원하시는 건 좀 뭐 먹고 싶은 거 물어보고 배려도 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었다는 말씀이시죠? 그러면 내 말이 그 말이에요. 그런데 내 말 그 말 아니었죠. 방금 전까지는 이 인간은 굉장히 권위적이에요 그랬잖아요. 그러면 이제 아버님 어머님이 뭐가 중요하시대요 그러면 기계적으로라도 말씀하세요. 존중받고 싶고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라 그러네요. 그럼 거기에서부터 시작인 거예요. 그런데 아버님 그거 하실 수 있겠어요 그러면 그건 어렵지 않죠. 중재안은 사실 생각에서부터 여기까지 내려오면 되는데 아까 질문하셨잖아요. 뭘 해도 불안한 사람들이 어떤 특징이 있냐. 첫 번째가 이 사람의 경계 목표라면 두 번째는 해석의 왜곡성이 굉장히 깊었다는 거예요.

◆ 진중권> 자기 의지로 해석하는 거죠.

◆ 박재연> 그래서 제가 어머님 뭘 보셨을 때 아버님이 권위적이라고 생각을 하셨어요?라고 하면 끝까지 아니야, 권위적이라니까요 하면서 끝까지 그 생각을, 그 왜곡된 생각을 잡고 놓지 않았다는 거죠.

◇ 박재홍> 그런데 그 생각이 바뀔 수 있다?

◆ 박재연> 그렇죠. 그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게 어떤 스키마(schema)를 갖고 사는지를 봐요. 예를 들면 믿음. 믿음 체계가 있죠. 인간마다 다 믿음 체계가 있는데 예를 들면 세상은 어떤 곳이에요, 세상은.

◇ 박재홍> 진중권 작가님께. 세상은 어떤 곳입니까?

◆ 박재연> 사회는? 세상은? 다른 사람들은?

◆ 진중권> 세상은 재미있는 곳.

◆ 박재연> 이게 신념이에요. 그런데 어떤 아이는 청소년들한테 물어보면 얘들아 세상은 이러면 더러운 곳 이렇게 얘기해요. 그 아이가 믿고 있는. 혹은 사람들은 하면 믿을 수 없는 사람 이렇게 얘기해요, 믿어서는 안 되는 것. 사람들은 친절하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핵심 믿음 체계를 절대로 내려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죠. 먼저 그걸 살펴보고 왜 그 사람들이 그런 믿음 체계를 갖게 됐는지 그리고 왜 그 믿음 체계를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는지를 공감해 드리고 그게 저희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죠. 다 사연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 믿음 체계라는 게.

◆ 진중권> 기본적으로 결국은 자기 욕망을 많은 경우에 자기 스스로 뭐랄까, 명확하게 표현할 줄 모르니까 이게 남 탓이 되는 거고 사회 탓이 되는 거고 이러면서 해석도 늘 그런 식으로 자기 신념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결국은 자기 안에 들어가서 네 안에 뭐가 있는지를 봐야 된다.

◆ 박재연> 그렇죠. 그리고 아니면 자기를 비난하거나 자기를 혐오하는 방식으로 가는 거죠.

◆ 진중권> 그래요, 또.

◆ 박재연> 그게 불안과 우울로 가는 하나의 연결성인 것 같아요.

◇ 박재홍> 그 신념 체계 안에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아요. 성장 과정에서 경험. 그 경험을 스스로 끄집어내고.

◆ 진중권> 힘들잖아요.

◆ 박재연> 그런데 트라우마는 사실 사건 자체는 아니에요, 반응이죠. 예를 들면 어떤 분이 중견교육이었는데 상무님으로 승진하신 거예요. 그래서 배우자한테 전화해서 여보 나 승진했어 했더니 아내 반응이 네가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 박재홍> 네가.

◆ 박재연> 그랬더니 상무님이 너무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리고 너무 쇼크를 받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바로 옆에 있었던 그 중역교육 현장에서 바로 옆에 있던 동기가 자기 아내도 그런 반응이래요. 기분 안 나쁘셨나 그랬더니 자기는 아내가 당신이? 설마? 이렇게 얘기를 하면 그러게 내가 됐네 그냥 그렇게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트라우마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따른 반응성으로 보는 거예요. 누구한테는 같은 사건도 트라우마가 되지만 누구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고요. 기존에 어떤 취약성을 갖고 있었는지 어린시절에 어떻게 자라왔는지 그래서 현재의 사건을 트라우마로 접수하는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하나의 스토리로 남겨두는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죠.

◆ 진중권> 네가 그러면 서프라이즈! 이런 사람이 있구나.

◆ 박재연> 그거죠. 그러게 내가 됐네. 될 사람이 다 죽었나봐 이렇게 말할 수 있잖아요.

◆ 김성회> 고3 때 학력고사 보고 나서 합격하던 걸 그때 전화로 확인하던 때인데 전화로 합격 확인했어요. 아버지가 퇴근하셨는데 제가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아버지 합격했습니다. 말씀드렸거든요. 그런데 아버지랑 동문 관계가 됐던 거였는데 표정도 생각이 나는데 신발 벗고 들어와서 저 보신 다음에 그러면 시험 봤으면 붙어야지 그러고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 박재홍> 아버님께서.

◆ 김성회> 크게 상처를 받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참 나는 아버지와 똑같은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을 요즘 가끔 돌이켜봅니다.

◆ 김성회> 김성회 소장님의 쿨한 반응 이게 다 아버님에게.

◆ 진중권> 옛날에 그런 사람 많았어요. 속으로는 기쁘면서도 그 기쁨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조금 꺼리고 그런 식으로.

◆ 박재연> 어색해하시고.

◆ 김성회> 일주일 있다가 칭찬하시더라요, 결국은. 옆에 친구 자녀분들이 잘 안 되는 걸 보시고 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저한테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이에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니까 동일한 말에 대해서도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 말이 되게 인상적이네요.

◆ 진중권> 그런 경우 있지 않습니까? 남한테 상처를 많이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모르고 나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다.

◆ 박재연> 많죠. 그래서 저희가 저희 리더십 훈련할 때 가장 가까운 세 사람을 떠올리라고 그래요. 가장 가까운 세 사람한테 우리가 8주 훈련인 경우에 다음 주에 만나잖아요. 일주일 동안 과제를 하나 뭘 드리냐면 그 세 사람한테 자신에 대한 강점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하나씩 듣고 오라고 그래요. 그러면 참 재미있게도 그 부정적 평가가 굉장히 유사해요.

◇ 박재홍> 부정적 평가.

◆ 박재연> 예를 들면 아들이 떠오르고 배우자가 떠오르고 가장 친한 팀 동료가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세 사람한테 나에 대해서 긍정적인 거 하나 얘기해 주고 부정적인 거 하나 얘기해 줘. 이건 무조건 들어야 돼!라고 하면 없는 때 또 얘기하잖아요.

◇ 박재홍> 다 좋은데.

◆ 진중권> 다 좋은데.

◆ 박재연> 다 좋은데 하면서 얘기하잖아요. 아빠 너무 아빠만 아는 것 같아. 그런데 배우자가 당신 너무 이기적이야, 같은 말이잖아요. 그러면 동료가 너는 다른 사람 얘기 안 듣고 네 얘기만 하잖아. 다 같은 말이잖아요. 그러면 깜짝 놀라세요.

◇ 박재홍> 당사자가.

◆ 박재연> 그런데 처음 들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냐라고 물어보면 화가 났다, 억울했다. 두 번째 들었을 때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세 번째는 숙연해지면서 나를 이렇게 노미네이션하게 되는 반추하게 되는 거예요. 내가 그런 모습이 있었나 이런 생각을 조금 하시게 되는 거예요. 듣는 게 되게 중요하죠.

◆ 진중권> 사람들한테 상처를 주고 있는 걸 알기 때문에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민 교수가 나한테 굉장히 큰 상처 받았나봐.

◇ 박재홍> 갑자기 김성회 소장님이 고개를 못 들고 있거든요.

◆ 김성회> 제가 서민 교수님 얼마 전에 만났 거든요. 진중권 작가님 욕 엄청 하더라고요. 정확하게는 상처를 받았다고 너무 말을 모질게 해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막 상처받았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알고 계셨군요.

◆ 진중권> 그런데 녹화 대화가 녹음이 돼 있잖아. 그게 전체가 다 공개가 됐거든. 그런데 서로 웃고 떠들고 이러는 순간이었거든. 그랬는데 이게 상처가 될 수도 있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 박재홍> 알겠습니다.

◆ 진중권> 저는 압니다, 저 나쁜 사람이라는 거.

◇ 박재홍> 드라마 얘기 잠깐 해보면 최근 나의 해방일지 굉장히 되게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던데. 어떤 부분을 우리 소장님은 공감하셨던 거예요? 저도 열심히 봤는데.

◆ 박재연> 저는 미정의 오빠 누구였죠?

◇ 박재홍> 염창희.

◆ 박재연> 그분의 연기가 참 좋았는데.

◇ 박재홍> 저도 좋았어요.

◆ 박재연> 저는 그분이 가장 돋보였다는 생각을 했어요. 뭐였냐면 그분이 현실을 수용하는 태도가 담담하게 수용하는 태도가 그런데 명랑성을 잃지 않고 저는 그게 굉장히 좋았고 그게 사실은 저희가 생각하는 낙천적이고 그냥 초긍정주의자가 아니라 굉장히 고급스러운 긍정성이 아닐까. 삶에 대한 마지막에 그 친구가 잘못 들어가잖아요. 클라스에 수업을 하러 잘못 들어갔는데 이렇게 보니까 장례지도사 수업이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 실수마저 긍정적 재평가죠. 내가 의미가 있겠구나, 내가 이 자리에 들어온 건 의미가 있겠구나 하면서 웃으면서 들어보거든요. 저는 그 드라마 보는 내내 그 친구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아름다웠고 미정이도 굉장히 아름다웠는데 미정이의 성격을 가만히 보면 아주 핵심 신념 자체는 부정적이에요. 그러니까 나는 혼자 남겨질 거고 상처도 많고 사람들의 관계는 지옥 같고 그러나 늘 사람들과 사이에는 있고 싶어 하는. 그런데 이제 부정성의 신념이 보이는 캐릭터였는데 제가 감동받았던 건 이 친구가 독립적이면서도 굉장히 융합성이 있는 균형감이 좋았다는 거예요. 인간이 행복하려면 독립적이고 개성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서로 어울리고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융합성도 필요하잖아요. 거기서 보면 구 씨가 연락도 안 하잖아요,3년 동안. 그런데 끊임없이 기다리지만 자기 생활을 건강하게 이어가거든요.

◇ 박재홍> 꿋꿋하게.

◆ 박재연> 꿋꿋하게 이어가거든요. 망가지지 않고.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는 서로가 아름다운 사랑을 하잖아요.

◇ 박재홍> 드라마에서나 가능했던 거 아닐까요?

◆ 진중권> 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있나요?

◆ 박재연> 저는 못할 것 같아요. 쌍욕을 할 것 같아요. 그게 남자야.

◇ 박재홍> 그러나 드라마상에서 인물상으로 극복해내는 게 감동이었다.

◆ 진중권> 그런데 이거 어떻게 됩니까? 이게 타고난 성격인가요, 아니면 이게 후천적으로 고쳐질 수 있거나.

◆ 박재연> 사실 성격에 대한 연구는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성격은 유전인자가 굉장히 강하다. 그러니까 기질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애기들 말 못 할 때도 보면 응가를 싸면 고래고래 우는 애가 있고 싸도 가만히 웃으면서 가만히 있는 애가 있잖아요, 가르치지 않아도. 기질적 특성은 타고 나는데 여기 환경적 요건이 중요하냐면 이 아이의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한 강점을 갖고 태어나요. 또 취약점을 갖고 태어나는데 이 강점을 잘 살려주는 양육환경에서 부모님을 만났다면 당연히 이 강점이 좀 더 아름답게 발현되고 취약점도 잘 상처받지 않고 보완이 되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양육 환경이 진짜 중요하죠. 말할 수 없어요.

◇ 박재홍> 약간 해방일지 얘기하다가 해방일지 보면 주인공들이 일지를 쓰면서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적잖아요. 이런 게 실제 삶에 도움이 되고.

◆ 박재연> 너무 좋았어요. 그러니까 저희도 자조모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얘기를 많이 나누는데 코로나 전에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던 모임 중에 하나가 저희가 이혼가정에서 자란 성인들의 자조모임을 했었어요. 그래서 부모의 이혼 자체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사건이 자체는 아닌데 그 반응성과 경험에서 트라우마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 오시는 분들은 부모님의 이혼이 나에게는 상처였다라는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서로서로가 무엇이 내 어린시절의 가장 힘든 점이었는지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자체만으로 저도 많이 울었지만 거기 오신 분들이 굉장히 기다리셨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한 클라스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인원이 많아져서 두 클라스가 되고 세 클라스가 됐었거든요. 그때 자조모임의 힘이라는 게 어떤지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김성회> 따로 가르치는 게 없이 서로 경험을 나누는 건가요?

◆ 박재연> 제가 가이딩만 해 드리고요. 왜냐하면 무슨 얘기를 해야 될지 오늘 이런 걸 잘 모르시니까 올 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쭉 나눠볼까요, 이러고 지난 한 주 동안 내가 이 모임을 생각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나눠볼까요, 이런 식으로 대화의 소재는 문장 줄기는 제가 좀 드리고 그리고 나서 이분들이 천천히 나눌 수 있게.

◆ 김성회> 약간 영화에서 본 AA모임.

◆ 진중권> 미국에는 영화 보면 그런 거 많이 나오잖아요.

◆ 박재연> 많아요.

◆ 진중권> 아들을 잃은 모임.

◆ 김성회> 알코올 중독자들이 모인다든지 아니면 베테랑도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모임들이 다 근거에서 존재하는 거군요.

◆ 박재연> 존재하는 거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한 사람이 너무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거나 한 사람이 너무 말을 안 하고 듣기만 할 때에는. 내 얘기만 다 털어놨는지 아무 말도 안 하고서 무섭잖아요. 지금 무슨 생각하면서 내 얘기 듣고 있는지.

◇ 박재홍> 다 기억만 하고 가버리면 안 되잖아요. 시간 관리가 가장 중요하겠군요.

◆ 박재연> 나눠서 잘. 시간 관리 중요한 건 잘 아실 거 아니에요.

◇ 박재홍> 저희가 시간관리를 안 하면 두 분 마음이 상하시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라서 소장님이 정치인 컨설팅도 가끔씩 선거 떨어지신 분들.

◆ 박재연> 이런 얘기하면 안 되는데.

◇ 박재홍> 붙은 분들 말고 떨어진 분들.

◆ 박재연> 붙으신 분은 만난 적 없어요.

◇ 박재홍> 낙선 후 후유증.

◆ 김성회> 그런 분들 소장님은 어떻게 찾아가게 됐을까요, 처음에?

◆ 박재연> 아시는 분들 통해서 오시는 경우가 많고요.

◆ 진중권> 힘들어하나 보죠.

◆ 김성회> 힘들어하는데 소장님 한번 만나봐라, 이런 건가요?

◆ 박재연> 그렇죠. 그리고 한 분은 본인이 찾아오신 분도 계셨는데 상실감은 사실 말할 수 없어요. 굉장히 큰 구멍이 나는 거거든요. 자기 어떤 소셜 아이덴티티가 사라진다는 건 엄청난 상실감이거든요.

◇ 박재홍> 경제적으로 손해보기도 했고 또 실망감 느끼고 여러 가지로.

◆ 박재연> 그런데 저한테 오신 분들이 경제적인 걸로 이야기하시는 분은 없어요. 그런데 자신의 어떤 역량에 대한 상실.

◇ 박재홍> 실망.

◆ 박재연> 그리고 이제 사람들에 대한 어떤 실망감.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을 좀 더 추진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어떤 아쉬움 이런 것들이에요.

◇ 박재홍> 그러니까 정치를 나가시는 분들은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기가 선택 못 받은 거잖아요. 거절감의 일종이죠.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그럴 경우에?

◆ 박재연> 일단 그걸 받아들이는 거죠. 그리고 제일 저희가 나누는 건 그 과정에서 현직으로 계셨을 때 하셨던 일들의 긍정적인 의미를 좀 찾아드려요.

◇ 박재홍> 긍정적인 것.

◆ 박재연> 그동안 뭐가 가장 좋으셨는지 그리고 그 일을 얼마나 더하고 싶으셨는지 그리고 그 일을 못하게 된 지금 마음이 어떤지. 그러나 그 안에 욕구가 있잖아요. 그걸 지금 현실에서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는지. 아까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런데 국회의원이라는 것은 하나의 수단이지 욕구 자체가 아니잖아요.

◇ 박재홍> 욕구일 수 있습니다.

◆ 박재연> 아닙니다.

◇ 박재홍> 김성회 소장님.

◆ 박재연> 욕구일 수가 없어요.

◆ 김성회> 그 말씀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게 그래서 의원 하다가 안 하시는 분들에 예를 들어 방송에 나오시는 이런 분들이 대표적인 건데. 여전히 본인의 보이스가 있고 그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안에서 자존감이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자리가. . .

◆ 박재연> 그때 그분의 욕구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자존감, 존재감, 기여, 역량을 발휘하는 것 여러 가지가 있어요.

◇ 박재홍> 우리 진중권 작가님은 정치 안 하셔도 되는 거예요, 그렇죠? 방송을 통해서 기여하시고.

◆ 진중권> 보통 의원 자리를 하다가 떨어지신 분들도 있고 아예 처음 도전해서 떨어지신 분들도 있고 그럴 텐데 차이가 있나요?

◆ 박재연> 저는 전자만 만나봤어요.

◆ 진중권> 역시 이쪽이 상실감이 큰 거지.

◆ 박재연> 하셨다가 다음에 안 되시면.

◆ 김성회> 저도 제가 같이 일하다가 떨어지신 의원님들 많이 봤는데 보통 실망이 큰 게 아니에요. 한 분 같은 경우는 그래서 한 6개월 정도는 정말 밭에서 일만 하셨어요, 밭일만. 나중에 정말 수박을 키우더라고요.

◇ 박재홍> 갑자기 수박. 금기어 수박.

◆ 진중권>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승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 김성회> 그 분노를 땀으로 해서 땅에다가 쏟으니까 본인은 굉장히 건강해지는 것을 목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 박재연> 건강한 방어기제죠.

◆ 진중권> 원래 정치인들이 환청능력이 있잖아요. 국민들이 막 불러 그 소리 듣잖아. 그런데 떨어지면 안 불렀대, 여기서 오는 상실감들.

◇ 박재홍> 그래요. 대개는 이런 상실감이 사회적 아이덴티티 그러니까 자리와 나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특히 남성인 경우 심한 것 같아요. 사실은 여성들은 퇴직하시거나 일이 없어도 혼자 커뮤니티를 잘 생활하시는데.

◆ 박재연> 꼭 그렇지도 않아요.

◇ 박재홍> 그렇나요? 남녀 차이가.

◆ 박재연> 요즘에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아이덴티티는 자기 자신하고 동일시를 시키는 경향성이 높기 때문에 그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 저희가 가장 경계하는 것도 제 스스로도 되게 경계하는 게 뭐냐 하면 그게 자기 자신은 아니잖아요. 해빙인 거죠. 하나의 역할을 소유하고 있는 개념인 거지 그게 나 자체가 되지는 않는 건데 이게 동일시될수록 인간은 혼란스럽고 주체의식을 상실할 수가 있는 거죠. 내가 누구인지. 내가 그건 아니거든요.

◆ 진중권> 사실은 의원이든 뭐든 간에 사실 하나의 기능에 불과하잖아요.

◆ 박재연> 그래서 점점 더 그게 동일시될수록 어떤 문제점들이 생기냐면 서로가 서로를 볼 때 대상화시켜요. 그리고 가장 마음 아픈 것은 라벨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냥 너는 누구, 너는 누구, 어디에서 뭐,무슨 자격증, 어느 학교 이런 것들이 너무 라벨링이 되다 보면 본질적인 것들을 놓치게 돼요.

◆ 진중권> 우리 사회가 더 심하지 않나요?

◆ 박재연> 우리 사회는 굉장히 심한 것 같아요.

◇ 박재홍> 어떻게 벗어날 수 있어요. 사회적 분위기와 이런 걸 그러면 인식 전환을 어떻게 시킬 수 있을까요? 방송을 통해서 혹은.

◆ 박재연> 글쎄요, 우선은 자기 삶에 그것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기 성찰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그러고 있지는 않은지, 어떤 역할이 나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어린시절부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가정 안에서도. 그런 것들로부터 나를 분리하려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할 수 있고. 우리 사회 안에서 제가 제일 걱정되는 건 혐오에 대한 어떤. 그러니까 유사성이라는 게 옳은 건 아니거든요. 유사한 뿐이거든요, 사실은. 그런데 유사한 건 옳은 거고 이질적인 나쁜 거다라는 인식 자체가 우리에게 우리끼리라는 어떤 문화 그런 걸 만들어내고 적대시하게 되고 이런 것들로부터 우리가 조금씩 인식을 바꿔나가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이 좀 많이 들어요.

◇ 박재홍> 혐오 얘기를 되게 잘해 주셨는데 사실은 다문화사회도 되고 혐오의 문제. 우리 젠더사회에서도 그런 게 많이 발생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 진중권> 어떻게 보세요?

◆ 박재연>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 박재홍> 혐오의 문화를 넘기 위한. 마지막 질문입니다.

◆ 박재연> 가족 치료사 중에 사티어라는 분이 계시는데 지금 갑자기 그분이 어떤 말을 했냐면 우리가 서로의 관계를 이렇게 가만히 보면 유사성 때문에 친해지고 다른 점 때문에 성장한다라는 개념이거든요. 그러니까 다르다라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재미있고 호기심 있는 관찰의 과정이잖아요. 나는 이런데 저 사람은 다르네. 내 생김새와 저 사람이 다르네, 우리의 성이 다르네, 역할이 다르네, 나이가 다르네 이런 것들을 내가 옳다라는 개념에서부터 잠깐만 멀어져서 호기심이라는 것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면 그걸 통해서 우리가 배우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모든 것은 대화나 관계를 이렇게 보면 인식이 어떻게 보면 방향성이잖아요. 바라본다라는 거잖아요. 그건 철저하게 자기 내면 안 인식 없이는 성찰이 없이는 굉장히 힘들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노력이 필요하고 다른 것들에 관련된. 아까 소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내가 매일 아침에 뉴스를 보지만 전혀 내 일과는 상관없는 SF소설을 보겠다, 저는 이게 좋은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혀 다른 것들을 습득해 보는 것, 경험해 보는 것.

◇ 박재홍> 그렇군요. 다름에 대한 인식을 정말 우리 소장님이 새롭게 인식하게 해 주신 것 같아요. 우리는 같아서 호감을 갖고.

◆ 진중권> 20대 서로 막 그렇게 혐오하는 것 있지 않습니까? 안티 페미. 이런 사람 둘이 대화를 시켜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 박재연> 저의 경험은 어떤 이슈를 갖고 와도 동일해요. 어떤 이슈를 갖고 와도 두 사람이 있으면 서로 이마에 딱 손을 대면 서로가 서로에 대한 사상, 신념, 행동, 인격에 대해서 다 자동적 생각을 갖고 있는 거예요. 그렇죠. 그런데 이 안에 있을 때는 절대 이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손을 잡고 아까처럼 쭉 내려서(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욕구가 뭐냐 하면 서로가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같은 욕구일 때도 있어요. 굉장히 여기서는 다른 뭐라고 할까요? 완전히 터닝포인트가 와요. 그 경험을 저희가 이 일을 하면서 제가 한 16년째 해 왔는데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그때 이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바뀌고 서로를 적대시하다가 협력의 대상으로 보는 거죠.

◇ 박재홍> 혐오도 극복될 수 있다는 점, 다르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다는 귀한 한마디 말씀을 갖고 오늘 이 시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리플러스 인간연구소의 박지연 소장님이었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박재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