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표준FM 월-금 18:00-19: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5/7(화) 김경일 "어버이날, 용건없이 대화하고 위트있게 사과하라"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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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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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대담 :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박재홍>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2부 문을 열었습니다. 한판 클라스 정말 오랜만에 합니다. 항상 총선 국면에 정치 얘기만 하다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서 또 내일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저희가 또 어린이날도 잘 보냈기 때문에 여러분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그런 분 모셨습니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의 김경일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김경일>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랜만에 뵙습니다. 

◆ 김경일> 정말 개인적으로 연락은 좀 주고받았지만 이렇게 이 스튜디오에 왔는데. 

◇ 박재홍> 낯서셨어요? 

◆ 김경일> 오랜만에 친척집 온 것 같은 느낌. 

◇ 박재홍> 명절도 아닌데 말이죠. 자주 나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 박재홍> 지난 주말 연휴 어린이날까지 연휴가 3일이었는데 교수님 어떻게 보내셨어요? 

◆ 김경일> 저는 아이들은 대학생, 고등학생이라서. 

◇ 박재홍> 그렇게 아이들이 큰가요? 

◆ 김경일> 그래서 이제 어린이날이 됐을 때 부담감은 좀 많이 줄어들었고요. 그리고 이제 어버이날은 또 이제 요새 저는 아버지가 갑자기 80대 중반이신데 공부를 하신다고. 

◇ 박재홍> 아버님이? 어떤 공부? 

◆ 김경일> 학예사 준비하신다고 시험 앞두고 오지 말라고 그러셔서. 그래서 아니, 이거 진짜로 말씀하시는 거냐고. 

◇ 박재홍> 그럴 때 가장 중요한. 정말 오지 말라고 해서 정말 안 오냐 이렇게 되는 거 아닙니까, 혹시? 오지 말란다고 정말 안 오냐? 

◆ 김경일> 그런데 정말 가면 그럼 또 화 내시고 내가 지금 한 자라도, 너 때문에 몇 자를 더 외워야 되는데. 그런데 결국은 그래서 그냥 전화 드리고 이제 내일 8일이잖아요. 8일날 점심 때 잠깐 들르기로 해서. 그런데 사실은 시험은 한참 나중인데. 그래서 뭔가 좀 다른 일이 있으신가. 그런데 부모님이 관심사가 있으신 경우에는 확실히 조금 덜 찾으시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그래도 많이 찾아뵙고 많이 연락드리는 게 당연한 건 뭐, 이건 뭐. 

◇ 박재홍> 그 말씀이 되게 중요한 게 노년에도 은퇴 후에도 뭔가에 집중할 수 있고 뭔가에 도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은. 

◆ 김경일> 그럼요. 어머니는 지금도 일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제일 많이 안부 전화하면 바빠, 끊어 이게 제일 많이 하세요. 

◇ 박재홍> 어제 친구 어머니도 검정고시를 준비하신다, 너무너무 행복해하신다, 검정고시 준비하는 커뮤니티가 있고 그 커뮤니티 안에 속해서 하루하루 뭔가 성취감을 느끼시는 부모님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이런 말을 하든데. 

◆ 김경일> 사실 새로 배우는 게 제일 중요하죠. 정말 중요한 거라서. 제가 참 안 좋아하는 말이 이 나이에 뭘 새로 배우냐, 이 말. 그런데 사실 40대, 50대도 그 말 슬슬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제가 절대 제 앞에서 못 쓰게 합니다. 그러면 안 된다. 세상 떠나는 날까지 배워야 하는 게 인간이다라고 하면서 항상 제가 잔소리를 하죠. 

◇ 박재홍> 그렇군요. 박사를 한 이후에도 또 다른 박사를 하는 것처럼 영원한 배움의 과정. 

◆ 김경일> 그러니까 왜 끊임없이 배우다 간 사람. 그러니까 노벨상 받고도 끊임없이 배웠던 화인만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처럼 우리 인생이 하여튼 세상 떠나는 날까지 계속 뭔가를 배워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어버이날을 맞아서 부모님께도 또 새롭게 격려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겠다. 가정의 달인데 사실은 이게 요즘 주위에 자녀들이 크고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 맞이하는 어버이날이기 때문에 사실은 지난 3년간은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그냥 비대면 소통하고 용돈 보내드리고 이걸로 마쳤는데 이제 전면적으로 가족들이 만나는 시기가 와서 오히려 안 만나다가 대면하게 되니까 오히려 거기에서 나오는 갈등들 많이 있지 않나요? 

◆ 김경일> 얼마든지 있죠. 게다가 우리가 때돼서 만나는 거잖아요, 정해진 때. 월급 나올 때 기분 막 행복하세요? 안 나오면 그때 분노가. . . 이런 거 저희들이 계획된 득점이라고. 그런데 선물은 우연한 득점이라 좋은 거거든요. 그러니까 5월 8일 아니면 부모님 생신. 물론 이런 날도 반드시 챙겨야 되겠지만 이런 날은 다 계획되어 있는 거거든요. 사람의 뇌가 계획된 득점을 하거나 계획된 어떤 뭔가를 해낼 때는 그렇게까지 즐거워하거나 아니면 신나 하지 않아요.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거 불쑥 작은 거라도 선물받으면. 그러니까 회사로부터 정해진 날 월급은 훨씬 더 큰 금액을 받지만 그 10분의 1도 안 되는 보너스를 우연히 출근했는데 오늘 보너스 받으라고. 

◇ 박재홍> 10만 원이라도. 

◆ 김경일> 갑자기 기분 좋아지잖아요. 이게 무슨 얘기냐면 너무 계획된 날에만 부모님을 만나고 연락하는 게 그렇게 좀. 그리고 우리가 할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건 별로 안 좋고요. 약간 미스테리한. 

◇ 박재홍> 불현듯. 

◆ 김경일> 네, 그러면서 갑자기 전화하셔가지고 무슨 일 있냐, 무슨 일 있냐 그러면 놀라시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아, 그냥 보고 싶어서 했지, 엄마. 지나가는데 왜 엄마랑 옛날에 많이 먹었던 옛날 빨 팔고 있어서 엄마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 박재홍> 크림빵 봐서 엄마 생각났어. 

◆ 김경일> 그래서 있으면 이 자식 쓸데없는 소리 하네 하지만 부모님 그날 하루. 그래서 용건이 없는 대화를 해야 돼요. 용무가 있을 때만 대화하면 그거 안 친한 사이입니다. 

◇ 박재홍> 그렇구나. 

◆ 김경일> 부모 자식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이 용건이나 용무가 있을 때만 서로 전화하거나 얘기하면 그러면 소원해질 수밖에 없죠. 

◇ 박재홍> 그러니까요. 저도 어제 들어가다가 아들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랬더니 첫 마디가 왜? 중학교 1학년이. 왜라니. 아빠가 아들에게 전화도 못하냐 이렇게 했는데 사실은 부모님들도 이제 성인인 자녀가 전화했을 때 왜, 무슨 일 있니보다 일상적으로 받는 게 중요하겠네요, 소통 과정에서. 

◆ 김경일> 특히 그리고 나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 문득 전화하는 거 너무 좋죠. 왜냐하면 나한테 좋은 일이 있을 때 직장 동료한테 전화하기 참 애매해요. 왜냐하면 경쟁자일 수도 있고 나랑 뭔가를 나눠가져야 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친구도 직장동료도 나한테 진짜 좋은 일이 있을 때 흔쾌히 자랑하면서 전화하기 어렵거든요. 

◇ 박재홍> 사실 저는 그걸 몰랐어요. 사실 모든 사람들이 나 잘됐을 때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 . 

◆ 김경일> 그건 아니죠. 

◇ 박재홍> 아니었어요. 

◆ 김경일> 그래서 그것도 연구해 보면 내가 나한테 힘든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따로 있고요. 그런데 나한테 좋은 일 있을 때 진짜 좋아해 주는 친구가 또 따로 있어요. 

◇ 박재홍> 저는 모든 친구들이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사실은. 

◆ 김경일>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동료 아나운서가 힘들었다 그러면 위로가 되어줄 수 있죠. 그렇죠? 

◇ 박재홍> 그렇죠. 

◆ 김경일> 그런데 만약에 박재홍 아나운서께서 좋은 일 있으셨다 그러면 제일 흔쾌히 좋아하는 건 아마 저예요. 오, 그 양반한테 그런 일이 있었어? 

◇ 박재홍> 그러니까. 

◆ 김경일> 이게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있으면 위로되고 힘들 수도 있지만 그 사람한테 정말 성취하고 좋은 일이 있을 때 나는 살짝 서글퍼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두 종류의 관계가 다 필요해요. 

◇ 박재홍> 그렇구나. 사실은 가족들의 관계로 다시 돌아와보면 사실은 가정의 달이어서 방송에 무심코 저희들은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멘트 하거든요. 그런데 가족이란 공동체 자체가 함께 모인다고 해서 항상 행복한 전제가 사실은 불완전한 전제 아닙니까? 

◆ 김경일> 꽤 많은 심리학자들은 가족에게 행복을 기대하는 것 자체도 되게 웃긴 거다. 이제 그런 얘기를 하면서. 

◇ 박재홍> 냉정하게 봤을 때. 

◆ 김경일> 왜냐하면 행복이라고 하는 게 기쁨, 즐거움, 신남 이런 것과 상당 부분 관련이 있거든요. 물론 의미와 보람도 있지만.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제가 자주 쓰는 농담인데. 하지만 또 진담이 섞여 있죠. 결혼 20년차, 30년차 된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보면 결혼할 때보다 신혼 때보다 연애할 때보다 더 설렌다. 그럼 심장질환이죠. 

◇ 박재홍> 방송에 가끔 나와서 그렇게 하는 연예인 부부 있잖아요. 

◆ 김경일> 그런데 사실은 그게 거짓말이라기보다 상대방을 예전보다 더 많이 걱정해 주는 애착이에요. 

◇ 박재홍> 애착이다. 

◆ 김경일> 애정과 애착이 좀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남녀가 만나서 애정으로 만나죠. 두근거리고 설레고 흥분되고 막 이런 느낌. 그런데 이게 약간 흥분성이고 심지어 휘발성 감정이라고 얘기하는 심리학자들이 많습니다. 

◇ 박재홍> 휘발성 감정이다. 

◆ 김경일> 언젠가는 정리되고 날아가기 쉬워요. 하지만 그러면 그 관계 속에서 또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 생기잖아요. 그럼 더 중요한 감정은 뭐냐 하면 상대방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 주고 그다음에 상대방이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힘들 때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고 휴식하게 해 주고 애착의 역할은 사실 그게 더 많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애정이 끝났으니까 전우애로 산다, 의리로 산다 이런 농담을 많이 하시는데 그건 심리학적으로는 그게 아니라 애정이 애착으로 잘 전이된다. 

◇ 박재홍> 애정과, 애착이 훨씬 낫네요. 

◆ 김경일> 그렇죠, 오래된 부부는 서로 설레는 건 없지만 예전보다 훨씬 상대방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그게 이제 그게 잔소리로 나갈 때도 있지만 그렇죠. 사이코패스는 애정이 없는 게 아니라 애착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사이코패스도 사랑을 열렬히 하는데 애착이 없으니까 상대방을 아끼지 않는 거죠. 굉장히 다르죠. 그런데 애착의 목적이 사실은 휴식, 공감,정서적 지지, 안전함, 편안함 이런 걸 만들어주는 거죠. 그래서 이제 제가 또 농담으로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신나지 않은 거다. 집에 들어가면 재미있고 신나는 게 아니라 편안하고 휴식할 수 있을 것 같고 공감 받는 게 더 많은 거죠. 그래서 가족끼리 너무, 너무 행복감이라고 하는 걸 기대하면 원망감이 많아져요. 행복감이나 즐거움이나 신나는 건 사실 가족 외에 다른 구성원들이랑 많이 누릴 수 있고. 하지만 그 많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행복과 기쁨과 성취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쳐 들어오면 누구보다도 이유 묻지 않고 위로해 주는. 가족여행이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보다 재미있긴 힘들거든요. 

◇ 박재홍> 맞아요. 

◆ 김경일> 그런데 친구들끼리 여행 떠나면 너무 재미있긴 한데 내가 만약에 좀 몸이 피곤하거나 아프잖아요. 그러면 나 때문에 친구들이 못 움직이게 되는 일이 벌어져서. 

◇ 박재홍> 미안하죠. 

◆ 김경일> 아무리 괜찮다고 친구들이 그래도 미안하죠. 그런데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 내가 몸이 안 좋으면 전혀 그런 생각 덜하면서 나 아파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럼 가족들은 그래라고 하면서 어디 놀러간다 했어도 그거 아쉬웠어도 전혀 눈치보지 않게 서로를 돌봐주죠. 그러니까 약간 역할이 다른 게 있거든요. 그래서 편안하게 해 주고 그다음에 휴식해 줄 수 있게 해 주고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는 거. 행복이 그런 종류의 행복이라면 모르겠지만 기쁘고 즐겁고 신나는 종류의 행복은 사실 가족이랑 잘 안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걸 이해하고 가족이 아닌 다른 구성원들 다른 구성원들과도 잘 지낼 수 있는 내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 이렇게 가족의 역할을 해 주시는 게 더 나은 겁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우리 교수님이 이제 최근 번역하신 책 제목이 있어요. 오십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 제목과 더불어서 김석훈 씨,배우 김석훈 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아이를 키우면서 한 얘기가 육아가 죽어야 끝날 것 같다라고 한 장면이 있었는데 교수님이 이 책 제목과 제가 연결이 됐어요, 사실은. 오십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한다는 거 아니에요, 사실은? 

◆ 김경일> 그 추천사를 써주신 분이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이신데. 

◇ 박재홍> 그러시구나. 

◆ 김경일> 최재천 교수님이 추천사를 쓰시면서 칠십 돼도 안 끝나. 

◇ 박재홍> 충격적이네요. 

◆ 김경일> 라고 얘기를 하셔서 그렇네요, 교수님. 그러니까 인간이 사실은 오십이 돼도 육아가 안 끝나는 게 아니라 예전에 오십이 되면 내 인생이 끝났죠. 목숨이 끝났어요. 

◇ 박재홍> 수명이 길지 않았으니까. 

◆ 김경일>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지금 한편으로는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사는 사회가 되었는가 얘기해 주는 거거든요. 지금 수명 관련 연구물들은 읽을 때마다 SF 영화 보는 것처럼 수명이 빠른 속도로 증가가 돼서 진짜로 이게 지금 100살이 조만간 택시로 치자면 기본요금 같은 느낌?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수명이 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나도 오래 살고 부모도 오래 살고 내 부모님도 오래 살고. 그러니까 현재 부모인 사람이 누구의 자녀이고 누구의 부모잖아요. 모든 세대가 다 오래 사는 시대가 돼서 이제 4대 가족이 찍은 사진은 심심치 않게 그냥 볼 수 있고요. 

◇ 박재홍> 4대가 찍은 사진. 

◆ 김경일> 네,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사진관이나 이런 데서 볼 수 있고. 이 얘기가 뭐냐. 우리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부모인 관계가 계속해서 흘러간다는 건데 그러면 내 자식이 아동기, 청소년기의 시기는 다 합쳐야 20년밖에 안 되잖아요. 그런데 성인으로 60년, 70년을 가야 돼요. 

◇ 박재홍> 그럼 이건 사회 구조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어떤 삶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 되는 거네요. 

◆ 김경일>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인류가 이걸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제가 이제 그런 얘기 많이 해 보거든요. 너무너무 힘든 문제들을 보면 예를 들자면 적성, 진로. 이런 문제 되게 요즘 많은 분들이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거 어려워하시거든요. 

◇ 박재홍> 맞아요. 

◆ 김경일> 그런데 이런 모든 관계들이 제가 이렇게 농담을 해요. 우리 인간이 너무 오래, 이렇게 오래 살아본 적이 없어서 성경에도 안 적혀 있더라. 코란에도 안 적혀 있고 불경에도 없어. 다시 말씀드려서 수천, 수만 년 동안에 우리 선배 인류의 지혜가 별로 없어. 왜, 그분들도 오래 살아본 적이 없어서. 우리가 지금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돼. 사실 그런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뭐냐. 거의 100년 가까이 부모, 자식 관계를 맺어야 된다는 걸 모르는 거죠, 진짜.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럼 어버이날 지금 오늘 저녁에도 지금 저녁을 함께 먹고 있을 수많은 가족들이 있을 텐데 자녀들과의 마음 어떻게 대할 것인가 마음가짐도 새롭게 갖는 게 필요할 것 같은데 서로 서운하잖아요, 사실은. 

◆ 김경일> 이제 부모님들이 참 많이 가지시는 주도권이 내가 너를 낳았다. 

◇ 박재홍>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 김경일> 그렇죠. 사실 20년만 키우신 거고 30년만 키우신 것 같지만 계속해서 그러니까 아이, 자식에 대해서 내가 너를 낳았다라고 하는 거. 사실은 그런데 이 얘기는 바꿔서 얘기하자면 그러니까 넌 나를 책임지지 않아도 돼, 나는 너를 책임져야 되지만, 이 얘기예요. 이게 사실은 약간 서양식 사고이긴 하지만 심리학자들이나 정신건강 전문의들이 많이 쓰는 예인데요. 내 배우자와 내 부모가 물에 빠졌습니다. 둘 중에 한 사람만 구할 수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는 거예요. 사실 이건 되게 많은 경우 사람들로 하여금 혼란감을 주고 어려운 문제죠. 정말 어렵고 고통스러운 문제죠. 하지만 일단 서양식 관점이라는 걸 먼저 전제를 하고 마땅히 배우자를 구해야 합니다. 왜냐, 당신은 당신 배우자와 살기로 당신이 결정했기 때문에 당신의 책임. 그런데 당신이 태어난 건 당신 책임은 아니다. 당신이 결정한 게 아니야 당신 부모님이 결정한 거지. 그렇다면 당신이 결정한 일에 책임을 져야 되느냐, 당신이 결정하지 않은 일에 책임을 져야 되느냐. 이런 식으로 논리가 가면 사실은 배우자를 건져내는 게 맞다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이게 우리 동양 사상에서 효와는 좀 다른 문제지만 제가 여기서 어느 분을 먼저 건져내야 된다는 그런 결론에 도달 하는 게 아니라 한번쯤은 그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는 거예요. 자녀는 부모의 뜻에 의해서 태어났지 자녀가 자녀의 결정으로 어떤 특정 부모에게서 태어난 걸 결정한 건 아니잖아요. 

◇ 박재홍>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으니까. 

◆ 김경일> 그렇죠. 그러니까 내 자녀는 나 때문에 태어난 건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거죠. 그래서 부모가 다 큰 자녀에게 해야 되는 좋은 것 중에 하나가 뭐냐 바로 의미 있는 사과예요. 

◇ 박재홍> 의미 있는 사과? 그게 무슨 말이죠? 

◆ 김경일> 그러니까 내가 만약에 너한테 잘못한 게 있다면 어떤 거니라고 들어보고 얘기해 줄 수 있는 부모님이 되셔야 되고 일단 그 사과를 먼저 하셔야 돼요. 

◇ 박재홍> 내가 그래서 미안했다. 내가 그때 좀 소리를 높여서 미안했다. 

◆ 김경일> 그런데 그게 굉장히 자녀의 정신건강에 좋아요. 

◇ 박재홍> 그래요? 그럼 자주 사과하는 부모가 돼라. 

◆ 김경일> 매일매일 사과만 하면. 

◇ 박재홍> 밥 먹기 전에 내가 어제 미안했다,그런. 

◆ 김경일> 그런 얘기. 그러니까 왜 나이들어가면서 가져야 되는 굉장히 좋은 중요한 영양 중에 하나가 위트 있는 사과. 

◇ 박재홍> 위트 있는 사과, 심각하게 말고. 

◆ 김경일> 그다음에 상대방 안 힘들게 하는 사과. 그러니까 이게 보면 우리가 지금 왜 힘든 줄 아세요? 사과하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힘들어요, 지금 우리가. 

◇ 박재홍> 내가 미안했다. 나 꼰대인가 봐. 

◆ 김경일> 그런데 사과를 해야 용서할 거고 사과를 해야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공존할 거 아니에요. 이게 좋은 사과를 하는 법을 우리가 배워야 돼요. 그런데 가르쳐줄 사람 없다. 스스로 연습이라도 하셔야죠. 

◇ 박재홍> 어떻게 연습해, 거울 보고 할까요? 샤워하면서? 

◆ 김경일> 그게 자기 배우자 자기 동년배들과 함께. 수평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 보세요. 제가 저보다 10살, 20살, 10살 정도 많은 분들은 약간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고 20살 정도 많으면 약간 아버님 세대죠. 10년, 20년 심지어 30년 나이 차이가 나는 선배 세대에 해당하는 분 중에 저를 비롯한 제 동년배들이 참 좋아하는 선배 세대에 해당하는 분들이 멋있고 위엄있고 카리스마 있고 이런 분들이 아니에요. 

◇ 박재홍> 맞아요. 맞아요. 

◆ 김경일> 그러니까 되게 중요한 건 사과를 제때 하실 수 있는 거. 완벽한 인간은 아무도 없거든요. 사과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고 사과하면서도 추하지 않은 사람, 사과하면서도 위트 있고 유머 있고. 그런데 그게 왜 가능해질까요? 해 봤기 때문에. 해 봤기 때문에. 

◇ 박재홍> 해 봤기 때문에. 

◆ 김경일> 그래서 나는 평생 사과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어. 이거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런 분은. 

◇ 박재홍> 그런데 사실은 어떤 남성, 여성 따르지 않고 사과를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틀렸다, 나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쉽지 않아서 못하는 건데 절대로 용서 못해, 이건 저 사람이 틀렸기 때문에 그걸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거 아닙니까, 사실은? 

◆ 김경일> 그래서 그게 만약에 어떤 머신이면 사과한다라는 건 내가 틀렸다는 거 인정하잖아요. 그런 머신에만 일어나는 게 있죠. 영어로 러닝, 학습. 

◇ 박재홍> 러닝. 

◆ 김경일> 학습은 시행과 그다음에 오류의 반복에 의한 향상 과정이죠. 그래서 참 세월이 지나도 안 느는 어른들,성장하지 않는 어른들. 

◇ 박재홍> 어른이 어른 같지 않은 어른. 

◆ 김경일> 그게 바로 사과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자기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러닝 학습이 안 일어나서 그래요. 그래서 어른될수록 사과하잖아요? 굉장히 많이 성장하십니다. 그래서 저도 학생들 앞에서 어? 미안합니다. 사소하게 약간 강의시간 몇 분 늦어서 미안합니다도 있겠지만 예를 들자면 제가 강의 내용을 잘못 전달한 게 있어요. 그럼 다음 시간에 반드시 사과를 합니다. 죄송. 그런데 약간 위트 있게 해 보려고 많이 해 보죠. 마이 미스테리 이런 식으로 해서부터 심지어는. 

◇ 박재홍> 마이 미스테이크가 아니라 마이 미스테리. 

◆ 김경일> 때로는 약간 과다하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여러분 뭐 이렇게 장난을 재미있게 하면서 저만의 사과,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과를 만들어가는 게 사실은 중년 이후에 이제 노년이라고 부르는 시점이 언제인지도 좀 애매하지만 우리가 점점 나이들어가면서 가져야 되는 굉장히 중요한 자기의 능력이자 자기의 역량이에요. 

◇ 박재홍> 너무 좋은 말이네요. 위트 있는 사과로 이제 오늘 또 내일 저녁에 있으실 어르신들 많이 계시고 저희 방송에 또 많은 어르신들이 보시는데 자식들 관계 위트 있는 사과, 손주에게도 아들과 딸에게도. 그럼 한번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명약이네요, 위트 있는 사과. 나의 미스테리. 

◆ 김경일> 방금 전에 표절. 

◇ 박재홍> 표절, 표절. 

◆ 김경일> 본인 걸 개발하셔야죠. 

◇ 박재홍> 김경일 교수에 따르면 이거 레퍼런스를. 

◆ 김경일> 그럼 너무 감사합니다, 매우 매우 감사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건 부모의 관점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것이고 또 이제 자식들은 부모에게 착한 자녀가 돼야 한다는 그게 딱 강박이 있지 않습니까? 효도해야 한다. 자식들에게 어떤 말씀을 주시겠습니까, 자녀들에게? 

◆ 김경일> 사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이제는 자녀, 자식에게 효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뭐 이런 얘기들 많이 하면서 서글퍼지는데 되게 재미있는 건 제가 40년 전에 한 시사프로그램을 봤는데 거기서도 그러고 있더라고요. 

◇ 박재홍> 효도, 효도. 

◆ 김경일> 그러니까 이제 거기 40년 전에 나왔던 프로그램에서도 이제 부모로서 자녀에게 더 이상 효도를 기대할 수 없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 이래서 안 돼, 이런 것처럼 꽤 많은 경우에 이건 반복되어왔던 걱정이고 아쉬움이고 나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가지는 그런 실망감들도 있겠죠. 그런데 그 대상이 되는 자녀들은요. 만약에 오늘, 만약에 내 부모님이 어렸을 때 그거 하나 정말 미안했다, 이렇게 얘기해 주시면 그런데 이건 진짜 고마웠어요. 그런데 이 고맙다라고 하는 게 우리는 뭔가를 주셔서 고맙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오랜 세월을 살아낸 사람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고마움 중에 하나가 뭐냐 하면 그때 그걸 해 주셔서 고마운 게 아니라 그때 아버지 때문에 나는 그 일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됐어요. 아버지나 어머니, 부모님이 막아주신 나쁜 걸 얘기하시는 게 더 좋은 거예요. 

◇ 박재홍> 그러니까 우리가 아버지, 어머니가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지난 감사가 너무 추상적이고 너무 세대포괄적이야. 어떤 사건 하나 살아오면서. 아빠, 나 대학 떨어졌을 때 너무 잘했다 하고 밥 먹자 얘기해 주셔서, 점수 안 물어봐주셔서 그때 너무 고마웠어요 이렇게 특정 사건을 꼬집어서 말하면 부모님이 감동하실 수 있겠네요. 

◆ 김경일> 긴 시간이 아닌 약간 2~3년, 3~4년 짧은 시간 일하고 떠난 분들한테 당신이 뭘 해냈는가를 얘기해 주시면 굉장히 좋은 이별이 됩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회사에 근무하셨고 떠나시는 분들한테는 당신이 재직하시던 30년, 40년 동안에 우리 회사가 이 고민을 안 했었다, 이 걱정만큼은 안 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하면 아주 좋은 이별이 되거든요. 그래서 나를 오랫동안 키워주시고 돌봐주신 부모님일수록 내가 부모님 때문에 그 걱정은 안 했잖아. 엄마, 아빠 그거 참 고마워요, 이런 식의 고마움은 상당히 색다르고 그리고 서로를 알아주는 것 같은. 

◇ 박재홍> 너무 좋다. 퇴직하는 선배들에게도 30년간 CBS에서는 헌신해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 김경일> 내용 없고. 

◇ 박재홍> 내용 없고. 그런데 그때 개편할 때 프로그램 나 내려왔을 때 나 말없이 밥 사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뭐 이런 말씀들. 사건을 통해서 말하라. 오늘 김경일 교수님 모시고 너무 말씀 좋았는데 준비한 원고의 10분의 1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나와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6월에 다시 뵐 것을 약속드리면서 청취자 여러분들이 박재홍 앵커도 삶이 참 힘든가 봅니다. 김경일 교수의 말씀에 푹 빠져드시네요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자주 나와 주십시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경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