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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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대담 :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
◇ 박재홍>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2부 문을 열었습니다. 2부에서는요. 우리 청취자들, 시청자 여러분께 위로의 시간 또 자기를 돌볼 수 있는 그런 귀한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얘기를 해 볼 텐데요. 내 마음속 불안을 읽고 나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최근에 책을 내셨어요.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 이런 예쁜 책인데요.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나종호> 반갑습니다.
◇ 박재홍> 어서 오십시오. 저희 CBS는 김현정 뉴스쇼에도 나오신 바가 있으셨던 거죠?
◆ 나종호> 네, 두 번 나갔었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저희 세바시에도 나오셨고. 이번에 새 책을 갖고 오셨어요. <만일 내가 그때 네 말을 들어줬더라면>, 제목이 굉장히 잘 지으셨는데요. 누가 지으신 거예요? 교수님이 지으셨어요?
◆ 나종호> 출판사에서 지어줬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출판사에서 순종하셔서.
◆ 나종호> 전문가를 따라갔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에 제목의 주체가 네가 아니고 나예요. 내 자신입니다. 책 제목을 해석해 주세요. 왜 이런 제목을 받아들이셨는지.
◆ 나종호> 약간 중의적인 표현인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정말 저. 10~15년 전 20대 초반에 많이 힘들었던 저의 이야기, 저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였고요. 하나는 현재 시점에서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이라든가 책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을 향해서 그때 저의 이야기들을 꺼냄으로써 조금은 저와 다른 선택을 해 주시길 바라는 그런 마음을 담아서 제목을 그렇게 지어주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때, 그때가 언제냐 질문하셨는데, 물론 책을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겠습니다마는 그때가 언제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 나종호>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군대를 다녀와서 제대한 다음에 복학생으로서 좀 겪었던 어떤 불안장애 그리고 또 우울감에 대해서 그때부터 시작해서 한 30대까지 초반까지 계속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경험들을 했던 그때가 딱 여기서 책 제목에서 말하는 그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박재홍> 힘들었던 그때.
◆ 나종호> 그렇죠.
◇ 박재홍> 힘들었던 그때의 어떤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또 책을 읽는 독자나 혹은 시청자들도 내가 우울했던 불안했던 그때를 함께 생각하면서 뭔가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교수님이 유퀴즈라든지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왔잖아요. 그때 반응이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이제 타인이 보는 나와 또 실제의 나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셨던 어떤 자신을 좀 보여주자 이런 마음을 품으셨다고 하는데.
◆ 나종호> 그렇죠. 유퀴즈 처음 나갔을 때 제 소개를 해 주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많은 카메라 앞에 서본 게 처음이어서.
◇ 박재홍> 예능은 카메라가 굉장히 많더라고 하더라고요.
◆ 나종호> 그렇죠. 수십 대가 있어서 거기서 원래 제가 준비했던 대답은 제 자신이 정말 많은 분들의 선의의 바탕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런 사람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제 방송이 끝나고 보니까 제 자신이 조금은 부풀려진 거, 아무래도 언론 인터뷰나 책이라든가 이런 걸 보면 자기의 모습을 평소보다 조금 더 미화시키기도 하고 또 과장해서 표현하잖아요. 그래서 이제 유퀴즈라든가 책의 후기, 첫 책의 후기를 읽으면서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종호, 작가 나종호, 정신과 의사 나종호, 실제 나종호는 참 다른데 이런 생각이 커지면서 좀 괴리감이 커지면서 마음의 불편함을 좀 느꼈습니다.
◇ 박재홍> 불편하시면서 뭐랄까, 굉장히 인간 나종호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
◆ 나종호> 그렇죠. 그래서 제가 한 번은 토크콘서트를 했었는데 거기에서 그런 갈림길에서 그냥 있는 내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좀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무대에서 실제로 제가 평소보다, 평소에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닌데 정말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실수를 하고 저의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그날 한국에서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생각이 날 정도로 너무 편안한 거예요. 그래서 아, 나의 실제 모습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게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그 괴리감을 줄여줘서 더 좋구나 이런 생각을 좀 해서 거기에서 착안해서 책도 좀 저의 그런 어떻게 보면 감추고 싶다고 할 수도 있는 그런 과거를 좀 가감없이 드러내고자 이렇게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사실은 우리 교수님이 책에 쓰신 내용 중에 저는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이 나에게 크나큰 선물과 같다’ 이런 구절이었는데 왜 본인에게 크나큰 선물인 것 같으십니까?
◆ 나종호> 생각을 해 보면 제가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에 책에도 썼지만 저한테 약간 한 줄기 빛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힘들었던 의과대학 시절에 미국에서 정신과 실습을 우연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때 만났던 환자들과의 경험 그리고 또 한국에 돌아와서도 정신과 실습을 통해서 약간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그게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그 경험들이 아니었으면 저는 정말 의사가 아닌 다른 커리어로 살았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런 면에서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이 저한테 어떤 선물이 아니었나, 그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우리 교수님이 이제 서울대 출신이시고 심지어는 서울대 교수도 아니고 예일대 정신과 교수시잖아요. 세계적인 명문 대학 교수이시기도 하고 공부 너무 잘하셨던 것 같고 완벽한 삶을 살아오신 경로이신 것 같은데 뭐가 힘들었을까. 이제 힘들었던 시기 계속 말씀하시는데 이를테면 어느 시기 때에 가장 인생의 힘듦을 느끼셨다는 건지.
◆ 나종호> 저는 사실 생각해 보면 복학한 다음에 처음에는 유학 준비를 했었는데 그래서 임상심리학자가 되고 싶어서 정신과랑 굉장히 비슷한 학문인데 약 대신 상담을 하는. 그게 일단 좌절이 되었고 그런데 그 전부터 이미 힘들었던 것 같아요. 뭔가 정말 무언의 사회의 압박에 제가 스스로 약간 견디지 못했던.
◇ 박재홍> 불안.
◆ 나종호> 불안감이라든가 또 뭔가 저는 주로 한국 사회가 약간 러닝머신 같은 되게 초고속으로.
◇ 박재홍> 트레드밀.
◆ 나종호> ‘트레드밀 같다’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거기에서 약간 제가 미끄러진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 그 속도에 쫓아가려다가 결국 거기서 떨어졌는데 올라가지 못했던 느낌. 그래서 의과대학을 졸업은 했지만 정말 4년 내내 굉장히 힘들었고 성적도 굉장히 좋지는 않았고 한국에서 수련을 내가 과연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탈출구로서 미국을 좀 바라보고 그래서 수련을 받아서 또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또 장점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사실 책을 쓰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책을 쓸 당시에 추천 사람, 요청받았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이제 린다 개스크라는 영국의 정신과 의사였어요. 그런데 그분이 자기의 정말 힘든 삶에 대해서 쓴 책이에요. 그분도 정신과의사인데 그분의 삶은 누가 들어도 정말 힘들어요. 예를 들면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그 이후로 계속 애도와 우울증 정말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정말 힘든 삶을 사셨거든요. 그런데 제 글을 쓰면서 내 고통은 참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내 고통, 그런 생각 때문에 그때 도움을 못 청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남들은 나보다 훨씬 힘든 사람들도 잘사는 것 같은데 나는 이렇게 작은 걸로 힘들어해도 되나 약간 이런 고통을 비교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렇네요.
◆ 나종호> 그래서 그런 것 때문에 지금도 사실은 회의가 약간, 고민은 돼요.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얘기였냐. 어떤 사람들한테는 좀 값비싼 투정처럼 들릴 수도 있고 그런데 오히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면 그런 취약성이라고 하죠. 좀 우리의 약한 모습들을 좀 보이기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방금 말씀하신 대로 어느 정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지만 그 과정에서 힘든 것들이 있었고 아마 어떤 분들은 읽고 나도 비슷하게 힘든데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길 바라면서 그런 마음에 책을 썼습니다.
◇ 박재홍> 말씀하시는 거 보면 이를테면 고통이나 불안이나 너무 막 어려웠다 하면 산전 수전 공중전 뭐 이런 식으로 예상을 하는데.
◆ 나종호> 그렇죠.
◇ 박재홍> 저도 이제 교수님의 이걸 읽어보니까 어떤 발표하실 때 굉장히 어려웠던 것들, 시험을 보시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라는 그 구절을 봤는데 저는 그 상황에 이입이 돼서 정말 힘드셨겠구나.
◆ 나종호> 그래요?
◇ 박재홍> 그런 공감이 됐고 그러면서 어떤 고통이나 불안이나 이런 문제가 주관적인 것이다. 그 사람이 힘들면 정말 힘든 것이다, 그걸 공감해 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공감은 어떻게 합니까, 교수님?
◆ 나종호> 그런 질문 되게 많이 받아요. 공감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 저는 그때 드리는 대답은 자기 감정을 일단 잘 읽는 사람이 공감도 잘한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자기의 감정을 스스로가 잘 이해를 하고 자기 마음 상태를 잘 아는 사람이 타인의 마음을 잘 읽는 것 같고요. 2차적으로는 이제 저는 사실 의지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보통 우리가 우울증은 의지의 문제다. 그래서 의지로 극복해라, 중독도 마찬가지이고 제가 중독 정신과 의사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 표현을 안 좋아하는데 공감에 있어서는 의지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타인에 대해서 배우고 싶다는 그런 의지가 좀 필요한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가장 좋은 공감의 자세에 대해서도 많이 질문을 받는데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타인을 100%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일단 시작인 것 같고 그래서 ‘그 사람의 입장을 배우고 싶다’ 이런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교수님이 그 어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부모님이 어떤 모든 것에 무조건적으로 수용해 주시는 부모님 덕에 큰 도움을 받았다, 이런 말씀을 하는데 되게 또 부모된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수용해 주는 게 옳을 것이냐. 저도 자식을 키워보는 입장이 되어보니까.
◆ 나종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박재홍> 막상 보이면 너 이렇게 하면 안 돼.
◆ 나종호> 맞아요. 그렇죠.
◇ 박재홍> 사랑해요. 사랑하고 이런 사랑의 관계가 있는데 이걸 무조건 받아줘야 될까? 어느 선까지 받아줘야 되고 어느 선에 또 내가 지적을 해서 베드캅의 역할을 해야 될 것이냐, 이건 부모 관계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관계에서도 그렇고 네 말이 항상 옳다라는 그게 어떤 선을 정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 나종호> 그렇죠, 어렵죠.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론과 실제가 다르기도 하고 사실 이론 자체도 워낙 명확하게 서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책에 썼던 내용은 약간 그런 거였던 것 같아요. 제가 책에도 썼지만 심리상담했던 경험이나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누군가가 나를 아무 평가 없이 들어준다는 것이 굉장히 좀 감사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었지만 제가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나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말을 했던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반응을 해 주셔서 제가 그랬던 것이고요. 훈육에 있어서는 사실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제가 약간 더 이상 앞을 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떤 믿음을 받고 내 말에 기울여준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말 중에 칼 로저스라는 심리학자가 있는데 이분이 하시는 말씀이 ‘자기 말에 정말 진심으로 누군가 들어주는 경험을 한 사람은 세상을 완전히 새롭게 볼 수 있고 앞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이 말을 제가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때 약간 부모님의 경험이 그게 훈육이 맞았다, 틀렸다를 떠나서 저한테는 그랬던 것 같고 또 심리상담을 통해서 제가 계속 강조를 했던 것도 또 공감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도 우리가 그런 작은 말 한마디가 어떤 힘든 사람한데는 정말 앞으로 나갈, 앞이 안 보이는 사람한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면에서 자꾸 공감이나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고 사실 부모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이 부분 되게 공감해요. 사실 평가 없이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 그러니까 이제 저 같은 경우 어떤 어려웠던 상황이나 그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인데 그 말을 들으면서 그거 네가 잘못한 거야.
◆ 나종호> 그렇죠, 맞아요.
◇ 박재홍> 네가 잘못한 게 커, 그 말을 들으면 더 이상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 나종호> 맞아요.
◇ 박재홍> 그런데 상대의 말을 정말 평가 없이 들어주는 누군가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공감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군요.
◆ 나종호> 그렇죠. 그리고 위로를 할 때 우리가 사실 그런 위로를 많이 하잖아요. 예를 들어 친구가 너무 힘들다고 했으면 그러면 예를 들면 제가 힘들 당시에 친구한테 너무 힘들다고 얘기했으면 ‘아니, 그래도 너는 명문대를 다니고 있잖아’,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한다든가.
◇ 박재홍> 그러니까요.
◆ 나종호> 그게 선의를 가지고 하는 말인데 어떻게 보면 저의 아픔을 다른 사람의 아픔과 비교하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말씀대로 약간 움츠러들게 되고 하고 싶은 말도 약간.
◇ 박재홍> 멈추게 되죠.
◆ 나종호>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박재홍> 대화할 때 평가가 되지 않고 있다는 안전함으로 느끼게 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군요. 교수님께서 이번에 책에서 또 중요하게 언급하신 내용이 ‘불안’이란 단어인데 사실 이 불안도 교수님께서 어려움을 얘기할 때 했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왜 불안할까요?
◆ 나종호> 글쎄요. 사실 불안은 나쁜 것만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적당한 수준의 불안함은 어떻게 보면 삶의 동기부여가 될 생각도 있고.
◇ 박재홍> 그렇죠, 그렇죠.
◆ 나종호> 불안에 우리가 미래에 대해서 준비도 하고 뭐 숙제 데드라인이 있으면 불안이 없으면 맞추지 않겠죠. 그런데 불안이 좀 병적인 수준으로 가면 문제가 되는 건데, 불안의 원인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정말 사회적인 압박이라든가 완벽주의가 불안을 더 강화시킨다라는 것들도 있고요. 아니면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강화시킬 수도 있고 또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 뭐 이런 여러 가지들이 작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박재홍> 최근에 <인사이드 아웃2>라는 영화가 나왔는데.
◆ 나종호> 저도 봤습니다.
◇ 박재홍> 굉장히 잘 다뤄져 있고 이거 정말 봐야 된다, 모든 부모들이. 아끼고 있어서 제가 아직 안 보고 있는데 교수님 강의 듣고 봐야 되는데. 불안이가 등장해서 많은 공감을 얻었어요. 교수님, 그 영화 어떻게 보셨습니까?
◆ 나종호> 너무 좋았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1>이 약간 좀 더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였다면 이번에는 정말 어른들도 눈물 짓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보면서 저의 청소년기가 너무 많이 떠올랐고 거기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거다’,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아마 대부분의 어른들이 공감도 하면서 또 감정이입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 박재홍> 사실 ‘불안’이라는 감정도 교수님 언급하신 데 기억해 보면 어떤 낯선 환경에 노출됐을 때 혹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대면하게 됐을 때 불안감이 증폭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방송하면서 불안하거든요.
◆ 나종호> 누구나 불안감이 있습니다.
◇ 박재홍> 제가 아는 아나운서들이나 혹은 방송인들 중에도 불안장애 혹은 공황장애가 있긴 한데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습니까? 극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폐가 있지만. 어폐가 있을 수 있긴 한데 치료의 대상인 거죠?
◆ 나종호> 그렇죠. 사실 우리가 굳이 장애라는 이름을 불안장애아 공황장애를 붙이는 이유는 치료를 제공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둘 다 모두 심리상담이랑 약물치료 모두 다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그게 아까 말씀드렸듯이 적당한 수준의 불안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그게 정말 장애 수준까지 간다는 것은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기능을 저하시키고 이런 것들이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죠.
◇ 박재홍> 그래서 고쳐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게 필요할까요? 고쳐질 수 있는 거죠?
◆ 나종호> 그렇죠. 불안장애는 정말 흔해요. 우리가 보통 정신질환 하면 우울증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불안장애가 더 흔하고, 정말 성인의 30%는 인생에서 한 번은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거의 10명 중에 3명꼴로 그런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동시에 또 치료가 상대적으로 잘 되는 질환이기도 해요. 그래서 심리상담 약물치료 둘 다 도움이 되고요.
◇ 박재홍> 그래서 이제 그러한 어려움을 겪을 경우에 이제 뭐랄까요. 그런 것을 세상에 드러내고 혹은 동료에게 드러내거나 혹은 사회에 드러내거나 그런 분위기가 안 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 나종호> 그렇죠.
◇ 박재홍>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교수님도 정신적 어려움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런 말씀도 하신 적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의미일까요?
◆ 나종호> 그때 제가 경험했던 거 같아요. 저는 심지어 심리학과를 심지어 졸업을 하고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학전문대학원에 갔단 말이죠. 그런데 그래서 저는 알았어요. 내 상태가 지금 되게 심각한 상태이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는데 문턱이 너무 높은 거예요. 그런데 그 원인이 일단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되게 컸던 것 같고 생각해 보면 생각해 보면 정신건강에 대해서 대화를 앵커님도 잘하면서 학교에서라든가 친구들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정말 친한 친구들이 있어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동시에 그런 경향성들 때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데 도움을 청하지 못한 경우들도 많은 것 같아서, 제가 저도 사실 똑같은 얘기를 맨날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정신문화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이야기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국이 자살률 1위인 것은 최근 25년 동안 정도 OECD 1위인 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잖아요. 동시에 우리가 정신건강 서비스는 정말 이용하지 않거든요. 다른 나라에 비해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이용을 하지 않아요. 그 얘기는 결국에는 우리가 힘들면서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어떤 문화 또 그래서 취약성을. 사실 미국 같은 경우도 굉장히 많이 변했어요, 최근에. 최근에 점점 변해서 정말 강해 보이는 사람 예를 들면.
◇ 박재홍> 펠프스.
◆ 나종호> 제가 맨날 말하는 펠프스나 드웨인 존슨 같이 옛날 같으면 저렇게 마초 같은 사람이 저런 말을 한단 말이야 싶을 정도로 본인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래서 그 강한 사람의 정의도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옛날, 영어로 용기를 커리지(courage)라고 하잖아요. 어원을 보면 코어라고 해서 라틴어의 심장에서 시작이 됐다고 해요. 그래서 심장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용기다라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그래서 정말 우리가 사랑 고백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듯이 자기 고백을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펠프스나 드웨인 존슨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강인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문화를 제가 미약하지만 조금이라도 만들어가기 위해서.
◇ 박재홍> 저도 이제 과거 인터뷰하다가 정관용 선생님이 시사자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적이 있어요. 그분이 휴가 가고 제가 대타로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 스튜디오는 아니고 다른 스튜디오예요. 저기 가운데 스튜디오 인데 혼자 딱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어, 나 지금 혼자네. 갑자기 불안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주위가 아무것도 안 보이고 식은땀이 막 흐르기 시작했어요. ‘어? 이게 뭐지? 아, 이게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공황장애의 순간인가?’ 어떤... 그러다가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막 이렇게 하다가 원고에 집중하는 것처럼 해서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은 불안 뭐 이런 구체적으로 교수님은 어떤 증상을 겪으셨던 겁니까? 교수님의 어려움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이 있으신 것 같은데.
◆ 나종호> 저는 굳이 진단을 내리자면 반불안장애와 사회불안장애가 있었던 것 같고요. 반불안장애는 말 그대로 정말 매사에 걱정을 하는 거예요. 여러 가지에 대해서 걱정하면서 그게 동시에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저 같은 경우에는 심장이 빨리 뛴다거나 근육이 약간 수축된 느낌이 든다거나. 그런데 그게 너무 심각해서 약간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예를 들면 학생인데 수업에 집중이 안 되거나 직장에서 일을 해야 되는데 업무 성과가 전혀 안 난다거나 이런 식으로. 그게 하나고요. 사회불안장애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른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모르는 사람 앞에 가거나.
◇ 박재홍> 사람 피하게 되고.
◆ 나종호> 낯선 그런 공간에 가게 되면 더 불안해지고 그런 증상들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교수님, 우리 한국 사람들 굉장히 열심히 사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겁니까?
◆ 나종호> 저는 사실 한국의 많은 것들이 불안을 야기, 사실 돌이켜보면 저는 수능세대인데 수능도 사실 어느 순간부터 틀리면 손해를 보는 그러한 시스템이 됐잖아요.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정말 완벽해야 되는. 남들 맞는 문제는 다 맞아야 되고 심지어 더 맞아야 되고 이런 식으로 굉장히 어릴 때부터 시작을 하는 것 같고 그와 더불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좀 완벽주의적인 사회잖아요. 우리가 항상 깔끔해야 되고 항상 뭔가 흐트러짐이 없어야 되는 그런 강인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그런 압박들이 좀 불안감을 더 증복시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좀 자주 합니다.
◇ 박재홍> 요즘 MBTI 얘기 많이 하는데 J 성향인 분과 계획이 흐트러지면 굉장히 불안한 분들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성향에 따라서 마음 조절하기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실수해도 된다, 실패해도 된다 혹은 계획이 변경돼도 된다 이런 식의 어떤 자기 생각이 좀 중요한 것 같은데.
◇ 박재홍> 심리적인, 개인의 심리적인 유연성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그리고 심리적 유연성이라고 하는데 좀 꼭 정해진 규칙대로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유연성이 있는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어떤 사회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그런 실수들에 조금 너무 혹독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가끔 해요.
◇ 박재홍> 그렇죠.
◆ 나종호> 좀 예를 들면 유명인들이 실수를 했을 때 사람들의 그런 비난이라든가 그런 것들도 있었지만 좀 어떨 때는 너무.
◇ 박재홍> 과도하다.
◆ 나종호> 과도하기도 하고 좀 무서울 정도로 저게 저 사람은 정말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거든요.
◇ 박재홍> 저는 그래서 유명해지지 않습니다.
◆ 나종호> 유명인이시지만 그런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뭔가 누구나 과거에 실수한 건 있는데 그리고 앞으로도 실수할 수 있는데.
◇ 박재홍> 실수할 예정이고요.
◆ 나종호> 그렇죠. 그리고 그런 것들을 좀 그래서 책에도 그런 내용을 썼어요. 좀 우리가 스스로한테 자책해서, 자책하지 않고 스스로한테 관대한 것도 좋지만 .
◇ 박재홍> 타인에게도.
◆ 나종호> 다른 사람한테도 좀 관대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우리 교수님이 일상생활에서 이제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두 가지로 운동이랑 사회적 연결, 사회적 지지를 말씀하셨는데 이 운동은 신체적인 운동인가요?
◆ 나종호> 그렇죠, 신체적 운동이죠.
◇ 박재홍> 운동만 잘해도 몸이 나아집니까? 정신이 나아집니까?
◆ 나종호> 일단 운동 자체가 항우울제랑 비교한 만큼 정말 우울증이라든가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많은 연구들이 있고요. 그래서 그런, 일단 운동 자체가 주는 정신적인 기분들. 예를 들면 운동할 때 정말.
◇ 박재홍> 뛰면 기분 좋아지더라고요. 땀 흘리면.
◆ 나종호> 그런 것처럼. 그런 것도 있지만 또 동시에 신체적인 건강을 확보해야 정신 건강과도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리는 거고요. 사회적 연결은 정말 여러 연구를 통해서 우리가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주는 것도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그런 연구들이 많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우리 교수님께서 신간을 들고 한국 사회에 다시 돌아오셨는데 방학이어서 돌아오셨는데. 만일 내가 그때 네 말을 들어줬더라면 이 책을 통해서 우리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 어떤 것인지 정리하시는 말씀 듣고 마무리할게요.
◆ 나종호> 저는 사실 최근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대해서 굉장히 좀 걱정이 많아요. 너무 힘든 청년들이 많은 것 같고 심지어 최근에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33세 청년들 중에, 3명 중의 1명꼴은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거예요. 너무 그런 것들에서 과거의 제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 책을 통해서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그때 저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일단 청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었고요. 동시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우리가 그 사람들을 좀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힘들 때는 힘들다고 또 힘든 사람에 손을 내어주는 그런 삶 기대합니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 나종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