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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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대담 :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 박재홍> 박재홍의 한판승부 2부 문을 열었습니다. 2부에서는 예고해드린 대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만나겠는데요. 최근에는 책을 한 권 내셨습니다. 더 쇼. 쇼라는 명칭이 책 표지에 이렇게 붙어 있는데 탁현민의 기획과 연출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요즘 근황도 여쭙고 또 책 내용은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직접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탁현민 전 비서관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탁현민> 안녕하세요. 그런데 전 비서관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렇습니까?
◆ 탁현민> 그냥 탁현민 씨가 참 편하고. 저는 사람이 항상 전직으로 불리우는 사람들 있잖아요.
◇ 박재홍> 전 대통령이 있고.
◆ 탁현민> 그런 것도 마찬가지고.
◇ 박재홍> 전 의원이 있고 전 장관이 있고.
◆ 탁현민> 그건 예우해야 할 분들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으나 저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 박재홍> 알겠습니다.
◆ 탁현민> 그냥 탁현민 씨 하는 게 저도 편하고.
◇ 박재홍> 지금 기획사는 안 하고 계시나요?
◆ 탁현민> 지금은 개인적으로 연출일을 하고 있거나 개인적인 활동. 학교에서 하는 것만 하고 있는.
◇ 박재홍> 교수님이라고 하겠습니다. 탁현민 교수님. 지지난주였죠. 부친상 당하셔서.
◆ 탁현민>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또 박재홍 씨도 연락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제가 사실은 남의 상가를 잘 안 다니는 편이에요.
◇ 박재홍> 그러셨군요?
◆ 탁현민>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닌데 이게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가더라도 금방 인사만 드리고 나오는. 그런데 참 이게 사람이 간사한 게 제가 상주가 되어 보니까 어떤 손님이 참 고마웠냐 하면 오래 앉아 있는 분. 그리고 준비한 음식을 많이 드시는 분이 참 고맙더라고요. 상갓집에 왜 손님이 많아야 한다는지를 좀 알게 됐고. 왜 나이를 먹어도 계속 모르는 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고. 저희 아버님 가시는 데 마음 보태주신 분들께 참 감사드립니다.
◇ 박재홍> 큰일 치르고 또 와주셨어요. 건강도 괜찮으세요, 그런데?
◆ 탁현민> 아주 좋은 상태는 아니고요. 이제 한번 쓰러진 적이 있어서.
◇ 박재홍> 기립성 빈혈로 한번 쓰러지셨다고? 왜 이렇게 아프세요, 또.
◆ 탁현민> 너무 근황 위주로 가시는 거.
◇ 박재홍> 스타와의 인터뷰인 것 같은데. 일단 그거 짧게 하고 현안으로 갈 텐데.
◆ 탁현민> 기립성 빈혈은 그 자체는 크게 위험한 건 아니더라고요. 왜냐하면 왜 일어나서 비틀비틀거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으시잖아요. 저도 중년의 나이고 그럴 때가 있는데 비틀거리고 나서 쓰러지고 나서가 문제더라고요. 쓰러지면 부딪히게 되는데. 부딪히면서 뇌진탕이 오거나 심하면 뇌출혈이거나 이런 게 있을 수 있어서 잘 쓰러져야 되는데 이게 정신이 없으니까 그래서 저도 공연 한창 준비할 때 쓰러졌다가 머리를 그냥 제대로 바닥에 박아서.
◇ 박재홍> 큰일 날 뻔했네요.
◆ 탁현민> 그래서 뭐 꽤 긴 시간 두통, 이명 내지 다른 것들은 많이 나아졌는데 이명은 좀 여전해서 일종의 투병 중에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시군요. 건강 관리 좀 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탁현민> 노력해야겠습니다.
◇ 박재홍> 오랜만에 모셨는데 모신 만큼 문재인 전 대통령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이달 초에 우리 교수님 생일이어서 문 전 대통령 내외분과 만났던 영상인가요, 사진 올리셨던 것 같은데.
◆ 탁현민> 그거는 사실은 생일이어서 만난 건 아니었고요. 평산책방을 대통령께서 하시잖아요. 평산책방도 추세에 맞춰서 유튜브 방송을 하나 준비하고 있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 탁현민>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한 주일에 한 권 정도의 책도 소개하고. 또 저자와 인터뷰하는 것들도 하고 또 이런저런 동네 책방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위클리 프로그램을 하나 기획하고 있는데. 그걸 준비하러 갔다가 마침 그날이 제 생일이어서 대통령께서 축하를 해 주신 모습인데 저로서는 상당히 기쁘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고.
◇ 박재홍> 아무나 축하 안 해 주잖아요.
◆ 탁현민> 생일이면 축하하죠.
◇ 박재홍> 그래도 그게 알려지기 쉽지 않은데. 특별한 분이다.
◆ 탁현민> 그래서 자랑 삼아 올렸던 겁니다.
◇ 박재홍> 재미있었어요,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그런데 따님 관련 수사도 있기도 하기 때문에 뭐랄까요. 좀 근심이 많으셨었는데 어떤 말씀 나누셨어요, 관련해서.
◆ 탁현민> 글쎄요, 저하고는 그런 이야기를 잘 나누지는 않고요. 그냥 가능하면 좋은 얘기, 즐거운 이야기 하려고 하고 있고 또 저 역시도 그런 주제를 또 꺼내서 대통령하고 진지하게 앉아서 어떻게 대응할 거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날은 그런 주제는 좀 피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이 김영진 의원을 어제 만나서 국민을 위해 뛰어야 될 경찰이 전 대통령조차 이렇게 하는데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힘들겠나라는 말씀을 했다고 하는데. 수사 과정에 대해서 뭐랄까요. 좀 그래도 굉장히 여러 단상을 느끼시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 탁현민> 대통령이 올초에 이제 자신의 회고록을 하나 내셨잖아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지금 말씀하신 내용과 딱 맞아떨어지는 대답은 아닐지 몰라도 그냥 좀 넓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를 피할 수 없죠. 피할 수 없고 공과가 있을 겁니다. 이전까지 계속 문재인 정부가 잘했던 면이 많이 부각됐다면 아마 지금 그리고 앞으로는 잘못한 점들도 부각되겠죠. 그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될 수도 있고 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제가 직접 들은 말은 아니어서 모르겠지만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말씀은 아마 거기에 대한 평가에 대한 소회 그리고 후회 그리고 또 바람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들어 있었던 말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 박재홍> 지금 전 사위가 됐죠. 서 모 씨,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또 김정숙 여사 의혹 관련해서는 샤넬 재킷 의혹도 나오고 있는데.
◆ 탁현민> 그런데 저는 그...
◇ 박재홍> 관련 의혹.
◆ 탁현민> 아니, 다른 건 앞의 건 뭐 담당했던 일도 아니고. 저하고 직접적 관련이 없어서.
◇ 박재홍> 항공사 특혜 관련해서는 잘 모르실 수 있고.
◆ 탁현민> 샤넬 재킷은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 한번 거기에 대해서 아마 페이스북 같은 데 얘기한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 탁현민>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요지는 그거잖아요. 여사님이 샤넬에서 옷을 받았고. 그 옷을 입고 돌려주지 않았다라는 의심.
◇ 박재홍> 그래서 가진 거 아니냐. 이렇게 뇌물성이 아니었냐.
◆ 탁현민> 그러면 너무 명백하게 그럼 샤넬은 옷을 받지 못했다고 했어야죠. 그렇잖아요. 샤넬이 옷을 못 받았다고 해야 안 돌려준 거 아닙니까? 그런데 샤넬은 옷을 받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갖고 있다고도 했고. 아마 관련한 기사가 그 당시에 이미 다 나와 있었고.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 건지 잘 모르겠고. 그다음에 나온 의혹이 샤넬이 그걸 우리 한글박물관에 기증을 했는데 그 기증된 옷이 입었던 옷과 다르다라는 거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한 디자이너는 동일한 콘셉트의 제품을 여러 개 만드는 걸로 알고 있어요, 패션계에서. 그리고 그중에 어떤 건 패션쇼에 나가고 또 어떤 건 다른 용도로 쓰기도 하고. 그러니까 여사님이 입었던 옷은 샤넬 스스로의 말대로 자신들의 뮤지엄에 보관돼 있고 또 그 콜렉션 중에 비슷한 디자인, 같은 콘셉트의 디자인 중의 한 벌을 한글박물관에 기증했다는 거고 실제로 그 옷도 한글박물관에 있고. 그러면 뭐가 문제라는 건지. 저는 잘 납득이 안 가요.
◇ 박재홍> 그렇군요.
◆ 탁현민> 납득이 안 돼요.
◇ 박재홍>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 왜 자꾸 이걸 문제를 삼는 것이냐.
◆ 탁현민> 문제가 뭔지를 알아야 대응을 하든지 아니면 반박을 하든지 그럴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할 텐데. 뭐가 문제지라는 생각에서 멈춰 있다는 거죠.
◇ 박재홍> 관련해서 디자이너도 소환이 되고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 전 문화원장도 소환되고. 관련됐던 분들이 막 소환되고 있단 말이에요.
◆ 탁현민> 불러서 도대체 뭘 물어보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게 제일 궁금하던데요? 예를 들어 한글박물관장을 불러서 그 물건, 옷을 어떻게 받게 됐습니까, 이런 거 물어보는 건가요?
◇ 박재홍> 외압이 있었다거나.
◆ 탁현민> 예를 들어 외압으로 샤넬에 누군가 외압을 행사해서 그 옷을 한글박물관에 갖다 놔라. 잘한 일 아닌가요?
◇ 박재홍> 그런가요?
◆ 탁현민> 아니, 한글박물관에 기증하세요라고.
◇ 박재홍> 기증을 유도했다.
◆ 탁현민> 그러면 그게 잘못한 건가요? 설사 그런 일이.
◇ 박재홍> 있었다 할지라도.
◆ 탁현민> 샤넬이 그걸 외압으로 받아들일까도 잘 모르겠고.
◇ 박재홍> 그래서 관련해서 문 전 대통령 주위 분들에 대한 수사, 이런 게 진행되는 과정을 우리 교수님이 보시면서 나의 대통령을 물어뜯으면 나도 기꺼이 물겠다, 이런 소회까지 밝히셨는데.
◆ 탁현민> 그 발언이 아마 제가 청와대 임기 말에 여기 나와서 얘기했던 것 같은데.
◇ 박재홍> 문제의 장소인가요? 어쨌든.
◆ 탁현민> 앞뒤의 맥락도 있고. 물론 요즘은 시대가 맥락이 별로 중요한 시대가 아니어서 워딩만 갖고 얘기를 하니까. 그런데 알아들으실 분들은 다 알아들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런 말인 거잖아요. 그때도 이런 말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대통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누군가 대통령을 물어뜯을 때 똑같이 물어뜯는 것밖에 없다면 물어뜯기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게 의리고 도리 아니냐. 대통령이 사실무근인 일 혹은 대통령이 받으면 되지 않는 처지에 놓여서 공격받으면 대통령으로 모셨던.
◇ 박재홍> 참모로서.
◆ 탁현민> 참모로서 같이 일했던 사람으로서 그 정도는 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얘기했던 거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아마 제가 임플란트 중이어서.
◇ 박재홍> 건강도 됐다고.
◆ 탁현민> 건강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얼마나 잘 물어뜯을지 모르겠지만.
◇ 박재홍> 임플란트 얘기 갑자기 왜 하시나 했는데. 알겠습니다. 대통령과 의리를 지키겠다 이런 차원이었던 말씀이었던 것 같고. 책 얘기 좀 해 보겠습니다. 더 쇼. 이게 사실은 쇼 제목을 보고 사실은 문재인 정부 초반에도 국민의힘 쪽에서 당시 야당이었죠. 야당이 쇼통이다, 이런 비판 참 많이 있잖아요. 쇼 많이 한다. 그런데 보란듯이 쇼라는 제목을 지으셨네요? 이 제목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 탁현민> 저는 그때도 얘기했지만 쇼를 하는 사람이거나 쟤는 쇼쟁이야, 이런 게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아요. 왜냐하면 타격감이 없어요.
◇ 박재홍> 타격감이 없어요?
◆ 탁현민> 아니, 박재홍 앵커한테 진행을 왜 이렇게 잘해요? 타고난 진행자 아니야? 이게 이상합니까? 그냥 그건 제 일이에요. 제가 하는 일이고. 그걸 잘했다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들었기 때문에 크게 타격받는 말이 아니었고.
◇ 박재홍> 타격감이 없었다.
◆ 탁현민> 또 제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도 생각해요, 쇼라는 게. 다만 이번에 책을 쓰면서 새롭게 발견한 건데 제가 이 책의 제목을 여러 번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다가 글씨를 써봤는데 이렇게 읽히더라고요. 이 쇼라는 한 글자 안에 어떻게 보면 사람 인 자가 4개나 들어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박재홍> 그렇네요. 쇼 할 때 시옷.
◆ 탁현민> 제가 추구했던 쇼들이 대개 사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들이 많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많았고. 이런저런 생각 끝에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웃고 울고 즐기고 또 동의하고 공감하고 때로는 비난할 수도 있겠죠. 그런 것들을 다 포괄해서 쇼라는 제목이 제일 정확하지 않나, 적절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최근에 이게 자기계발서로 분류가 되더라고요.
◇ 박재홍> 그래요, 이게?
◆ 탁현민> 이유는 저도 알 것 같아요. 그런데 자기계발서의 트렌드가 이름이 길더라고요. 뭐 내가 뭘 어떻게 했을 때 너는 어떻게 할래. 뭐 이런 식으로 긴데. 쇼 이러니까 책이. 요즘 트렌드하고는 너무 달리 가고 있는 거 아닌가.
◇ 박재홍> 그런데 강렬해요. 쇼 이렇게 하니까. 사실 책 내용을 쭉 보면 뭐랄까요, 청와대 의전의 관례를 존중을 하면서 또 그 안에서 어떻게든 탁현민만의 색깔과 연출을 하려고 했다, 이런 게 느껴졌습니다.
◆ 탁현민> 그러니까 제 색깔이라는 게 뭘까. 그게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가능하면 어떤 행사이든 간에 감정을 이입하고 저를 좀 객관화하고 타자화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쉽게 말씀드리면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안하는 행사였다면 홍범도 장군이 돼 보고 싶었던 거예요. 홍범도 장군이라면 어떤 걸 기대할까. 혹은 광복절기념식이었다면 광복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애국지사들이 광복절을 어떻게 했으면 좋아하실까. 그 입장이 돼서 한번 해 보자. 그런 게 아마 제 연출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랄까. 혹은 노력이랄까. 그런 거겠죠. 그런 부분에서 달리 보여지게 됐다면 의도가 먹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사실은 책 초반에 보면 이제 도보다리회담 얘기가 나오고 또 서사를 중요시한다,이 말씀을 하시더군요. 서사.
◆ 탁현민> 저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박재홍> 서사.
◆ 탁현민> 제가 좋아하는 미드 중에 왕좌의 게임이라는 게 있는데.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요지는 그거였어요. 맨 마지막에 제가 임팩트 있게 받아들였던 문장은 이야기를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 박재홍> 이야기.
◆ 탁현민> 그러니까 세상의 가장 강력한 힘이 총이나 칼이라고 생각하냐. 아니다. 돈이라고 생각하냐. 황금이라고 생각하냐, 아니다. 이야기다.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결국은 모든 것을 갖게 된다라는 문장, 대사가 있었는데 제가 그 대사를 보면서 상당히 동의가 되더라고요. 어떤 행사, 짧은 행사 하나에도 그 안에 여러 이야기들이 잘 드러나 있으면 사람들은 감동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예컨대 너무나 단순한 행사죠. A가 B에게. 그러니까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1분 30초도 안 되는 행사를 하더라도 그 받는 사람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 사연이 임명장을 수여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으면 그것은 단순한 임명장 수여식이 아닌 게 되죠.
◇ 박재홍> 그렇네요.
◆ 탁현민> 그 사람의 지나온 생애와 그 생애에 대한 헌사와 또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그 1분 30초 안에 다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런 식의 이야기들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저는 일을 했었는데. 요즘에 정치 이벤트랄까요. 혹은 정국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정치인들의 행보, 용산에서의 행사 이런 것들을 보면 내가 꿈꾸고 내가 했던 시대는 끝났구나. 이제는 이야기의 시대가 아니라 맥락 없는 시대가 훨씬 더 임팩트가 있구나.
◇ 박재홍> 맥락 없는 시대.
◆ 탁현민> 그러니까 어떤 전후 사정 혹은 해석 이런 게 필요 없는 시대. 영상으로 얘기하면 장편영화나 드라마가 각광을 받는 게 아니라 쇼츠나 릴스가 각광을 받고 있잖아요. 거기에는 앞뒤의 맥락을 전혀 몰라요.
◇ 박재홍> 그 순간에.
◆ 탁현민> 그 순간 재미있으면 재미있는 거예요. 그 순간이 즐거우면 즐거운 거고. 무수한 한편들로 쪼개져 있는 거죠. 바로 그런 시대가 우리 정치에도 사회에도 지금은 대세가 되고 있구나. 그러면 저는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을.
◇ 박재홍> 책 챕터 중에 이 챕터가 있었어요. 장소가 전부다. 장소가 전부다.
◆ 탁현민> 그것 역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거죠.
◇ 박재홍> 그런가요?
◆ 탁현민> 왜냐하면 이런 적이 있었어요. 어느 해 광복절기념식을 어디에서 할까 막 망설였어요. 그런데 사실 광복절기념식이라는 게 윤석열 정부는 광복절기념식을 제가 알기로는 용산 연병장에서 한 번 했었고 그다음에 유관순기념관에서 2번인가 했었고. 그러니까 특별히 어떤 장소에 대한 맥락,이야기를 크게 중요하게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저희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왜냐하면 거기서도 어떤 스토리를 끄집어내야 되니까. 어느 해인가 광복절기념식을 파고다공원에서 했어요. 파고다공원은 다들 아시다시피 3.1절 기념사가 낭독된 곳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러면 단순히 그 사실만으로 시작하지만 전체 프로그램의 오프닝에 기념사를 낭독하는 시간을 집어넣고 그 기념사를 한글로 영어로 일어로 중국어로 낭독하는 시간들을 일부러 만들어서 넣고. 왜냐하면 3.1절 독립기념서를 보면 세계 만방에 고한다라는 대목이 나오거든요. 세계 만방에 실제로 사람들에게 고하려면 그 나라의 언어로 하는 게 제일 좋죠. 그리고 만약에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이 가능하죠. 그건 그 장소로부터 출발한 아이디어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장소가 다른 어떤 것보다 생각을 시작하는 데, 발상을 시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썼던 챕터예요.
◇ 박재홍> 그렇군요. 장소가 전부다. 그러면서 이제 추가적으로 말씀하신 게 요즘 어떤 정부 관련 행사를 보고 애잔하다. 네 글자. 애잔하다.
◆ 탁현민> 잘난 척하느라고 그렇게 쓰기는 했는데.
◇ 박재홍> 애잔하다.
◆ 탁현민>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대중과 사람들과 사회가 서사가 아니라 맥락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면 그것을 고집하는 것도 애잔한 일이죠. 저 같은 사람도. 저 스스로도 애잔해지는 일이죠.
◇ 박재홍> 최근에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 격려 방문 사진이 큰 화제가 됐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사가 지시하는 것 같다 하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 탁현민> 지시를 하신 거 아닙니까, 실제로?
◇ 박재홍> 위로하고 격려하러 가신 건데. 그래서 참모들이 잘못했다, 이런 비판도 있고 사진은 잘 찍었는데 왜 저렇게 했냐,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만약에.
◆ 탁현민> 김건희 여사나 대통령의 이미지 노출이나 혹은 일종의 PI라고 하죠. President Identity의 번역을 한다면 여기의 핵심적인 잘못을 자꾸 참모들한테 돌리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 박재홍> 그래요?
◆ 탁현민> 그건 대통령과 여사의 책임이 훨씬 큽니다. 그걸 최종적으로 재가하고 승인하는 사람이 누구겠어요?
◇ 박재홍> 사진 픽. 이거 올려라.
◆ 탁현민> 픽이든 아니면 그 사진을 연출할 때 그런 행동을 취하고 그런 모습을 만들어내는 게 누구겠어요? 그건 저도 그 비슷한 일을 경험을 했지만 절대로 그 밑에서 다 결정하고 할 수 없어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집니까? 그래서 최종적인 책임은 그 두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좀 비겁하게 자꾸 밑의 사람들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도 이제는 다 서로 알 만큼 알잖아요. 오히려 그런 부분보다는 저는 지금 정부의 여러 행사나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특히 이제 최근에 제가 한동안 뉴스를 안 보고 살았는데 최근에 들었던 뉴스는 아마 국군의 날 행사에 다시 또 퍼레이드를 2년 연속으로 그것도 아마 전무한 일일 거예요.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마 작년에 비가 와서 못한 걸 보여주고 싶겠죠. 그래서 또 수십 억의 예산을 거기다 갖다 쓰고 수천 명의 군인들을 연습을 시키고 사람들의 팔 높이를 맞추고.
◇ 박재홍> 행진 연습하고.
◆ 탁현민> 실제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을 장비들을 다 끌어오고 그런 것들을 하겠죠. 그런 과정들이 일반 국민들한테 어떻게 비칠지. 그래서 그 위용을 보고 우리가 딱 감동을 받을지. 아니면 저 짓을 또 한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지. 그 정도의 정무적 판단은 좀 이제 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 박재홍> 책 내용이 더 뷰티풀 공연 얘기가 나와서 안 할 수가 없는데. 3번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이런 말도 있고. 인스파이어아레나에서 개최됐었던 것이죠?
◆ 탁현민> 그거는 제가 연출가로서 복귀작이었는데. 청와대 5년을 끝내고. 제가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을 해봤어요. 그게 뭐냐 하면 사실은 공연 연출가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를 빛나게 해 주는 역할. 이게 사실은 공연 연출가가 갖고 있는 직분이자 한계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이제는. 그러니까 어떤 가수의 누구 연출자가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서사와 제가 생각하는 노래와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돼요. 음악도 새로 만들어야 되고 그 음악에 맞춰서 노래할 친구들도 새로 구성을 해야 되고. 거기에 맞춘 무대도 새로 해야 되죠. 그런데 영화와 달리 공연은. 영화는 우리가 내용을 모르고 봐도 볼 의향이 있지만 영화를 잘 알면 오히려 보지 않죠. 그런데 공연은 익숙한 것을 보는 거예요. 쉽게 예를 들리자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새로 나왔어. 궁금한데 가서 봐야지, 이렇게 되지만. 성시경 씨의 콘서트는 성시경을 좋아하는 사람만 가는 거예요. 성시경을 싫어하는데 성시경 씨의 콘서트니까 한번 봐줘야겠는데, 이런 사람 별로 없다는 거죠. 그만큼 친밀도가 높고 익숙한 것을 수용하는 게 공연이라는 장르적 특성인데. 그런 거에 비하면 전혀 반대죠.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들로 구성을 하고 익숙하고 알 만한 가수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대단히 어떤 새로운 기법이나 이런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이 단지 탁현민이 연출한다라는 것 정도만 알려져서 했던 공연이었는데 너무 고맙고 감사하게도 어쨌든 인스파이어아레나가 3회가 다 매진이 됐고. 그것도 사전에 펀딩 형식으로 했기 때문에 저로서는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부담 없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죠. 그리고 결과도 모두가 다 만족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웠다고 자평하고 있고. 이제 앞으로는 계속 그런 작업을 좀 더 해 보고 싶고요. 제가 생각하는 세계관, 그런 것들을 하나의 음악과 영상과 무용과 춤으로 만든 작품들을 매번은 못하겠지만 한 1년에 한 작품 정도씩은 하고 싶고. 그걸 사람들한테 좀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죠.
◇ 박재홍> 교수님 말씀 듣다 보니까 30초밖에 안 남았는데 아쉽네요. 더 쇼, 책 독자들, 리뷰 독자들, 이 책 어떻게 봐달라 말씀 마무리하겠습니다.
◆ 탁현민> 이 책은 제가 했던 고민 그대로 담았어요. 무슨 얘기냐면 제가 오십이 됐잖아요. 오십하나죠. 오십하나가 되면 다들 아시겠지만 제작하고 연출하는 기술적 노하우는 늘어요. 그렇지만 발상하고 상상하는 건 잃어버려요. 그 잃어버린 부분에 대해서 썼습니다. 혹시라도 본인이 기획하고 무엇이든 꼭 공연이 아니어도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공상하고 상상해야 하는 영역에 계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박재홍>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탁현민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탁현민> 감사합니다.